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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기분전환 값과 땀의 값

기사입력 : 2013년05월09일 10:41

최종수정 : 2013년05월09일 10:50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최신 유행의 첨단을 보여주면서 가격도 싼 옷, 요즘 말로 '착한' 옷들이 많아졌다. 가까운 쇼핑몰에만 가도 이런 의류 브랜드가 쌔고 쌨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도 연신 기획 제품이라며 고가의 제품은 그대로 팔면서 비슷한 재질에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빨리 빨리 만들어낸 싼 옷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우곤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 아니, 좋다. 가끔은 이렇게 매대에 '누워'있거나 에스컬레이터 옆 행어에 걸려 있는 상품 말고 브랜드 본 매장에 멋지게 '디스플레이'된 옷을 사고 싶지만 어떤 생산과 유통 과정을 거쳤길래 저렇게 천정부지로 높아져 있는 것인지 한숨을 쉬며 다시 돌아서고 마는 우리들에게 말이다.

이런 우리를 위무해주는 것이 바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스파(SPA) 브랜드라고도 불린다. 스파란 전문점(Speciality retailer), 자사 상표(Private label), 의류(Apparel)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 기획에서부터 생산과 유통까지를 한 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중간마진을 줄여 싼 가격에 회전이 빠른 옷이 탄생할 수 있다.

유니클로와 자라, H&M 같은 외국 패스트패션 외에도 에잇세컨즈, LAP 같은 국내 브랜드들도 많이 생겼다. 신상품이 빨리 나와야 하니까 대량 생산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기술의 발전도 한 몫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과 베트남을 지나 이들 패스트 패션 생산 기지 중 하나로 최근 부상한 곳이 바로 인건비가 싸기로 잘 알려진 방글라데시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근로자 최저 임금은 월 38달러(약 4만2000원)에 불과하다.

방글라데시에서 붕괴된 건물. 이 곳에 8곳의 하청 생산업체들이 입주해 있었다.(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이 방글라데시가 요즘 설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의 한 건물이 무너지면서 800여명이 숨지는 대규모 사태가 발생했는데, 바로 이 안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진국 의류 브랜드들의 하청업체들이 다수 입주해 있었던 것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빨리도 바뀌는 유행을 한 번쯤 따라보기 위해, 그것도 내 지갑을 얄팍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을 선뜻 집기엔 꺼림칙한 마음이 비로소 든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에 매진하던 사람들의 인명을 앗아갔기에 가격이 낮아질 수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가격표 안에 들어 있었다. 

커피의 경우엔 가난한 제3국 노동자들의 노동에 정당한 가격을 매겨 주자는 이른바 공정무역(Fair Trade)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초콜릿이나 차, 유기농 과일, 면화 등에 대해서도 이런 공정무역 운동이 일부 전개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산되고 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조 프레시 옷을 누군가가 옮기고 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하지만 내가 입다가 버리기도 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엔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어쩌면 우리나라도 포함됐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땀값'은 무시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반갑게도 최근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이번 건물 붕괴 사태로 유발된 선진국 브랜드들의 나몰라라 하는 '작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온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의류에서도 공정무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의류 판매업체 에버레인(Everlane)이 대표적. 에버레인은 지난주 웹 사이트를 통해 어느 곳에서 의류가 생산되고 있는 지, 공장의 위치를 다 표시하기로했다. 한 직물업체는 자신들의 재료로 만들어진 목욕가운이 베드 배스 & 비욘드에서 팔릴 때 원산지를 표시하기로 했다.

에버레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프레이스만은 "모두가 매일 입고 있으면서도 이 옷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에 대해선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이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그 개념을 알려주고자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매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와 하버드대 조사 결과 가격할인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공정노동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의류에 더 많은 돈을 지불했거나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어니스티 바이(Honest By)란 고급 의류 사이트는 제품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320달러짜리 면 티셔츠 한 벌이 어디서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예로 들면, 일단 벨기에에 있는 공장에서 면을 재단하는데 33분이 걸린다. 그리고 만들는데 145분, 다리미질을 하는데 10분이 걸린다. 그리고 슬로베니아에 있는 공장으로 옮겨져 손질을 하게 되는데 10분이 더 걸린다. 안전핀을 다는데 4센트, 그리고 운반하는데 10.5센트가 든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목욕용품 업체 러쉬(Lush)의 경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케냐나 가나 같은 곳에서 어떻게 원자재를 구입하며 공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 노드스트롬도 웹 사이트에서 친환경 제품을 특화해 팔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 우리는 인간 친화적인(people-friedly) 제품을 팔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커피, 유기농 과일 등 일부에 대해선 공정무역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출처=가디언)
나이키와 월마트, 갭, J.C.페니, 타겟 등이 속해 있는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SAC)'은 환경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노동 환경을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지 등을 지수화한 '힉 지수(Higg Index)'란 것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며 올 가을 새 지수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은 이 지수가 회사 내부적으로만 이용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사태는 의류 공정무역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어느 개도국 어느 작은 공장에는 법을 어겨가며 고용된 어린 아이가 갇히듯 앉아 온종일 옷을 만들어 내고 있을 지 모른다. 지금 내가 즐겁게 입고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이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졌을 지도. 커피 마실 때나 가끔 떠올려 보고 했던 "소비에도 윤리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새삼 곱씹어 보게 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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