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장범식 숭실대 교수(한국거래소 사외이사, 사진)는 국내에 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도입되면 시장내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 거래소 독점주의가 깨지고 민간 경쟁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를 준비중인 증권사들과 한국거래소 역시 심도있는 수익성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수료 인하 등의 순기능이 있는 반면 시장감시 기능이 더해지며 관리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한 ATS 운영회사의 경우 거래 중개사고로 수천억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고 전해왔다.
장 교수는 "ATS는 그 자체가 무한대로 커질 수 없는 구조여서 공적 규제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IT 기반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압도하는 온라인시스템을 갖춘 곳 중에서 비용우위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단독회사 주도의 ATS 보다는 몇개 증권사들이 연합해서 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국내사간 합작, 혹은 외국사의 경우 ATS 노하우가 쌓인만큼 국내사와 해외사간 합작 가능성도 높게 봤다. ATS관련 국내 몇 안되는 전문가로 꼽히는 장 교수와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도입이 임박한 ATS 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ATS는 한국에 없던 제도인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지금까지 모든 주식 등의 거래는 거래소를 통해서만 가능했는데 ATS가 도입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거래소 독점주의에서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허가주의로 바뀌게 되는데 이럴 경우 완전히 민간 경쟁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된다. ATS가 여러 형태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거래소 역시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이게 된다.
- 한국거래소 역시 ATS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를 좀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거래소 역시 중장기적으로 ATS를 활용할 가능성이 100%다. 일단 시작은 지분참여 형태가 될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도 자체 ATS를 갖고 있다. ATS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은 장마감 이후에만 매매하는 ATS가 있다. 여러 형태의 경쟁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 증권사들이 ATS 설립 논의에 대해 과거와 달리 최근 소극적이다. 이유는 뭔가.
▲ 과거 ATS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ECN(전자중개시스템)을 만들었다 실패한 기억이 영향이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ATS 도입이 상당히 늦었다. 늦은만큼 손익에 대한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소극적인 이유일 수 있다.
- 과거 ECN이 실패한 이유가 뭔가.
▲ 당국과 시장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다. 때문에 당시 ECN이 나왔지만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비교우위 경쟁력이 없었다.
- 한국에서의 ATS가 증권사 비즈니스모델로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보나.
▲ ATS는 설립 즉시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거래소가 발달된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ATS를 만든다고 모든 거래를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시장감시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시장감시에 따른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ATS 한 곳이 거래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마켓쉐어가 일정부분 이상을 넘어가면 강제적으로 거래소로 전환해야 한다. 즉 마켓쉐어 넘어가게 되면 불필요한 관리비용이 추가돼 비용우위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ATS가 갖는 또 다른 리스크는.
▲ ATS는 거래소와 같은 자율규제 기관이 아니다. 거래소는 문제가 생겨도 벌금을 안낸다. 즉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ATS는 중개하다 실수하면 벌금낸다. 과거 1~2년전 미국에서 ATS를 운영하는 나이트캐피탈그룹은 거래 사고로 인해 4억 5000만불 가량을 배상하기도 했다.
- ATS가 정착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 인하 효과 등 순기능도 있을텐데.
▲ 그렇다. 거래수수료를 낮춰주고 독점화된 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꿔갈 수 있다. 미국에서 크레딧스위스가 운영하는 ATS 시장점유율은 전체 미국 주식의 12.4%에 이른다. 최신 시스템을 도입해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등과 경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만한 ATS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느냐다.
- ATS가 규모를 키워 거래소로 전환되기 전까진 이에 대한 시장감시 기능을 한국거래소에서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문제는 없나.
▲ 이는 시행령이 어떻게 나올지를 본 뒤에 판단할 수 있다. 예컨대 시장감시 비용을 지금은 한국거래소가 100% 부담하지만 향후 분담체제로 갈 수 있다. 이미 낮아져 있는 수수료 체계에서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ATS가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선 시스템 구축비용이 최소화돼야하고 때문에 단독회사 보다는 몇개 회사가 합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ATS 설립 혹은 참가를 고민하는 증권사들에게 팁을 준다면.
▲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곳만 살아남을 수 있다. ATS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무한대로 커질 수 없다. 공적 규제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 결국 IT 기반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압도하는 온라인시스템을 갖춘 곳 중에서 비용우위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해야 한다.
- 단독으로 ATS를 하는 방안도 있고 국내사간, 해외사와의 제휴 등 방법은 다양한데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성 있나.
▲ 단독 보다는 몇개 사가 연합해서 하는 방안이 낫다. 최종적으로는 국내사와 해외사간 합작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외국사의 경우 ATS 노하우와 경험이 있어서다. 물론 국내사들간 연대를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
- 조만간 한국거래소에 코넥스시장이 열린다. 다만 이것이 ATS와는 상충관계라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
▲ 코넥스의 주요 거래자들은 기관투자자들과 일정금액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이다. 즉 제한된 유동성을 갖는 주식에 대해 적격투자기관들이 뛰어드는 시장인 셈이다. 주문체결도 30분 단위다. 때문에 ATS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옵션을 내놓게 되면 코넥스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외국에선 ATS에 대해 투자자들을 제한하는데 코넥스투자자들이 ATS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 장범식 교수 프로필
1957년생. 80년 서울대 영문과 졸업, 93년 미국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93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95년 숭실대 교수(현), 이후 한국코스닥위원회 위원, 한국증권학회장,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사외이사(현).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