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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Mr.Yen' 사카키바라 교수·전영수 교수 대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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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키바라 교수, 17일 뉴스핌 창간 10주년 포럼에서 강연

■(전영수 교수) 아베정권 출범이후 한국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입장이 적잖이 바뀐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는 ‘일본붕괴론’이 지배적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일본부활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일본이 참 미묘한 파트너인데 이렇게 시각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게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카키바라 교수)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는 말들을 하는데 저는 그 평가가 틀렸다고 봅니다. 잃어버린 게 없기 때문이죠. 과거 20년의 평균성장률은 1%대였습니다. 성숙경제로 진입했다는 뜻이며 실제로도 극단적인 풍요로움이 확인됩니다. 버블붕괴 이후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인의 생활수준이 미국 다음으로 높다는 게 이를 뒷받침합니다. 요컨대 이제 1% 성장만으로도 좋습니다. 그게 성숙입니다. 내년까지 2% 성장을 해도 이는 지진이후 2012년까지 성장률이 낮아진 것에 대한 반발이며 일시적으로 떨어진 게 벌충되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오르고 나면 또 떨어질 것입니다. 일본경제는 이제 그렇게 성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 자본주의의 대안모델에 관심이 높습니다. 오랜 기간 환율을 비롯한 금융정책에 깊게 관여하셨는데 아이러니컬하게 금융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NPO,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제3의 모델을 ‘새로운 공공’이란 이름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의 공통지점에서 복지와 성장을 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글쎄요. 너무 크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NPO 등 공공성을 추구하는 시민조직이 늘어났다는 것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성숙한 사회가 됐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혹은 이제 이를 논할 단계가 됐다는 의미죠. 경제적 여유가 이웃과 공공의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성숙경제의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가난한 사회에서는 힘든 얘기거든요. 여유가 생겨 조직을 만들고, 그게 시장과 정부실패의 영역에서 효율을 발휘하는 수준에 달한 것이죠. 다만 NPO 등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죠. 정부지원은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니 말입니다.

■ 한국은 어쨌든 일본보다 여러모로 후발주자입니다. 이는 수업료를 적게 내고 이웃의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입니다. 물론 성공했을 때 열매는 적을 수 있겠지만요. 이런 점에서 한국이 일본에 배울 점은 무엇입니까. 성숙경제로 나아가는 한국이 앞서 많은 경험을 한 일본에서 배울 점을 소개해주세요.

☞ 역시 어렵네요. 다만 중요한 것은 일본이 성장경제에서 성숙경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경제는 향후 3가지 키워드가 강조될 것입니다. 환경, 안전, 건강 등이죠. 가령 일본의 산림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합니다. OECD에서 가장 낮은 범죄율에서 확인되듯 세계최고의 안전국가란 점과 함께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경쟁력이 환경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건강트렌드로 연결됩니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평균수명으로 입증됩니다. 일부 수입먹거리에서 안전문제가 불쑥불쑥 터져 나오지만 적어도 일본 것이라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보편적입니다. 세계적인 일본음식 관련 붐도 마찬가지죠. 한국도 이런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 키울 필요가 있을 겁니다.

■ 반대로 한국도 이제 꽤 성장하고 성공했습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 다양한 지표에서 세계 10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현재 어느 선진국도 가보지 못한 다음의 새로운 도약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고 봅니다. 이웃나라 한국을 통해 배움직한 것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가령 제도피로 앞에서 국민적 역동성을 발휘한다거나 하는 점 말입니다. 일본은 한국에게서 어떤 점을 배우면 좋을까요.

☞ 양국의 역사적 경위가 다르니 분명 상당한 차이점이 있을 걸로 판단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개인적으로는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도전정신과 그것이 반영된 글로벌화는 분명 소중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일본기업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에서 분명 배울 게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국민적 에너지 같은 건 배우고 말고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워낙 오랫동안 계속돼 온 독특한 민족성의 문제라 배우기도, 배울 수도 없기 때문이죠.

■ 뉴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북한의 위협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염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군사위협은 국제사회뿐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큰 악재 중 하나인데, 통일문제와 결부시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요.

☞ 이 부분과 관련해선 하나의 모델이 있습니다. 독일이죠. 결국 통일직후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결국에는 통일독일의 국력은 확실히 세졌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능하면 남북통일은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북한정권이 어떻게 될지는 워낙 불투명해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떤 시나리오로 그 결과가 닿을지는 알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통일문제에 대비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 한미FTA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여전히 한국사회에 살아 있습니다. 재협상은 물론 협상파기론까지 거론되는 등 이견을 둘러싼 의견대립이 심각합니다. 일본도 최근 미국주도의 TPP에 참가하겠다는 정부의 공식반응이 나왔는데요. 이를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 일본정부의 적극참가에 저는 반대합니다. 일본은 참가할 필요가 없거든요. TPP는 미국과 호주의 주도로 그룹을 지어 태평양경제블록을 쌓겠다는 것입니다. 또 관세제로에만 매달려 그 정당성을 찾으려 하는데 이것도 빈틈이 많아요. 실질적인 평균관세가 5%에서 2~3%로 내리는 등 예외조항이 많아졌고, 보다 중요한 정부조달, 금융서비스 등 21개 분야는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가 없죠. 결국 일본은 이미 최대파트너로 떠오른 중국을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친해지겠다니 나쁠 건 없지만 중요한 것은 밸런스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챙기는 현실적인 잣대가 필요해요. 현 정권은 너무 치우쳐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견제를 굳이 따라할 이유가 없죠. 만약 하겠다면 한중일 FTA가 오히려 먼저일 것입니다. 일방적인 미국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일본국익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많은 걸로 판단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국에 관해 짧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합니다.

☞ 90년대 후반 제가 재무관을 할 때의 일인데요.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로 좀 힘들었을 시기였습니다. 그때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가 아주 친한 한국친구가 있으니 만나서 서로 도움이 되도록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죠. 그러고 만난 분이 박태준이었습니다. 당시 아마 총리였다고 기억하는데 물론 저도 그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고요. 저는 재무관이고 상대는 총리였으니 큰 신분적 차이가 있었지만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은 일본어가 완벽했는데 저에겐 그것도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분과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눈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참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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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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