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상위 15대 사건에서 6조원 중 3조 6000억원이나 경감
[뉴스핌=이기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기업들의 부당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무려 2/3나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5년간 15대 담합사건에 대해 6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60% 이상 깎아줬다.
기업들의 부당 답함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고 독점적 지위 남용과 중소기업의 성장, 소비자 피해를 빚는 해악이 큰 데도 과징금을 과도하게 깎아줌으로써 공정위 본연의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민사적 해결방안으로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키로 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일 진보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이 공정위를 통해 받은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내역 의결서>를 분석ㅎ나 결과, 지난해 담합 적발 후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의 총 기본 산정기준액(과거 기본과징금)은 모두 1조 43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1, 2차 조정단계(과거 임의적 조정과징금, 의무적 조정과징금)를 거치면서 6612억원이 감경(리니언시 포함),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382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로 부과한 기본 과징금이 1조원 수준인데, 최종 단계까지 6600억원을 깎아줌으로써 3800억원만 부과, 2/3을 깎아준 것이다.
박원석 의원은 “현행 과징금 체계는 기본과징금 부과 후 조정단계에서 감액을 거듭하고 있다”며 “22건 중 17건의 사건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시행령상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과징금 비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간 과징금 부과금액 상위 15대 담합사건중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인한 감액을 제외하고도 감경된 금액이 무려 3조 59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개 사건의 최초 기본과징금이 6조 640억원인데, 부과된 과징금은 2조 4681억원으로 60%에 달하는 3조 6000억원 가량을 깎아준 것이다.
박원석 의원은 공정위의 담합에 대한 과징금 감액 사유가 기준이 모호하거나 자의적이어서 과징금 체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천억 원에서 수 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감액해 주면서 공정위는 ‘제재목적을 달성하기에 과중하다, 해당 산업이 불황이다,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하지 않다, 파급효과가 약하다,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 등을 감액사유로 내새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과중’, ‘현저’, ‘약하다’ 등 그 해석이 모호하여 다분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 기준을 감액 사유로 납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본 라면 담합의 경우, 공정위는 의결서를 통해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다는 기업 측의 사정을 감액의 사유로 들면서도, 실제 피해를 본 수 많은 소비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조정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 현행 과징금 체계 때문에 수천억 원이 감액되고도 기업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더 감액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작 피해를 본 소비자는 구제받을 곳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현행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더불어 민사적으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 담합의 억제력을 높이는 한편,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징금의 일부를 소송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정위는 부당 담합 적발 기업들한테 관련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리고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기본 및 산정기준을 정하고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에 따라 1차로 기본 산정기준의 50% 내에서 과징금을 조정하고, 이후 2차적으로 위반사업자의 사정을 고려해 1차 조정 금액에서 다시 50%를 조정해 최종 부과과징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