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전일 은행주들이 동반 폭락세를 보인 가운데 '과도한 반응'이었다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르며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다.
3일 주식시장 개장이후 STX조선해양을 포함해 STX, STX엔진, STX중공업, STX팬오션, STX엔진 등은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추가 폭락하는 것과 달리 은행주들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일 5% 이상 급락했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은 1% 전후의 강보합세를, 여타 은행주들도 안정세를 되찾는 모양새다.
이 배경에는 전일 은행주들의 시가총액 하락이 STX조선에 대한 익스포저보다 컸다는 증권가 분석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사들의 익스포저 중 무담보 부분이 4910억원인데 해당 은행주의 시총 하락분은 1.4조원으로 과도했다"며 "무담보의 10% 가정시 우리와 하나, 신한은행의 전체 충당금 규모가 49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미 노출된 위험요인이 수면 위로 부상한 점에 대해 굳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경기부양 과정에서 은행업종 수익성의 추가 악화 우려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언급했다.
결국 전일 은행주의 과도한 급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그룹 전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 재생산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STX조선의 자금난이 그룹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또한 증권가에서 신속성을 추구하기 위해 확실치 않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정보를 돌리면서 투자자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일 메신저를 통해 우리금융 익스포저가 1조원을 훌쩍 넘고, 하나(외환)와 신한은행 역시 4000억원 안팎이란 내용이 돌았다"며 "이는 STX그룹 전체에 대한 것인데 시장에선 이를 STX조선에만 물린 것으로 우려한 측면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증권가에선 상장은행들의 STX그룹에 대한 총 익스포저를 2.5~ 2.7조원 수준으로 봤다. 은행별로는 우리금융(1.68조원), 하나금융(6500억원), 신한지주(3000억원) 정도다.
다만 이 금액은 미확정지급보증도 포함돼 실제는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전일 은행주의 시총 하락분은 그룹 전체의 익스포저 중 30~100%가 손실이 난다고 가정할 때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충격은 있을 수 있으나 크레디트 싸이클이 악화되는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만일 STX그룹 전체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과거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럼 충당금 규모가 커질 수는 있겠지만 현 수준에선 일단 자율협약이 진행중인 STX조선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에 대해선 500~800억원 수준을, 신한지주에 대해선 100억원 안팎의 충당금을 예상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3년전 은행들의 STX그룹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지금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최근 3년간 급감했다"며 "개인적으로 새정부 들어오면서 은행업 전체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