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흔히 골프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열심히 하는 밖에. 뭐 소질이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연습과 실전을 안 하면 안 되는 게 골프다.
그래서 골프를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우러러 보인다. 딴 세상사람 같기도 하고 그렇다. 또 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채를 잡고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김지희(19.넵스.사진)에게 골프는 그의 전부였다. 지난 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그를 27일 서울 강남의 넵스 본사에서 만났다.
“아마추어 시절 매일 볼 1000개씩 때렸어요. 지금도 하루에 500~700개 볼은 치고 있어요. 시즌이 시작되면 300개 정도로 줄긴 하지만 하루도 빼먹을 수 없어요.”
이렇게 그의 신인왕은 땀의 결정체였다. 어쩌다 걷어 들린 ‘로또’가 아니었다. 주말골퍼들은 1주일에 볼 100~200개 정도 치고 성적 타령을 한다. 그것도 못 치는 골퍼들도 많다.
그가 아직 십대의 어린나이지만 그 고된 일을 14년 넘게 해 왔으니 신인왕에 오른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마 ‘독종’이 아니고는 매일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그의 이런 끈기와 자질을 알아본 건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추영제 코치였다. 지금도 그는 추 코치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에게 추 코치는 아버지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
그는 중학교 때 훈련조차 받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이때 추 코치는 아무 조건 없이 클럽서부터 모든 골프용품을 자비로 마련해 줬다. 물론 레슨비도 받지 않았다. 동계훈련비까지 마련해 줬을 정도로 그를 애지중지하면서 선수로 키웠다.
그가 추 코치를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도 대회에 나갔는데 그를 눈여겨 본 추 코치가 먼저 지도해 보고 싶다고 했단다.
추 코치는 그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는 지난 해 9월 갑자기 추 코치가 세상을 떠난 뒤 하늘에 계신 코치 선생님께 무조건 신인왕을 바치겠다며 이를 악 물었다. 이 절심함이 그를 결국 신인왕으로 만들었다.
올 시즌 그는 1승 이상이 목표다. 그는 “빨리 우승컵을 하늘에 계신 코치 선생님께 바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골프를 시작 한 뒤 그는 ‘포기’를 모르고 살았다. 코치가 시키는 대로 했다. 몸이 부서져라 연습에 매달렸다.
추 코치를 잃은 그의 현재 코치는 송삼섭 씨(54). 송 코치는 순수한 아마추어다. 여기에 어릴 적 감전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외팔이’다. 송 코치는 프로 자격증도 없다. 이런 아마추어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를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송 코치는 골프계에서 훌륭한 제자들을 두고 있는 유명한 ‘사부’다. 지난 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CC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석 합격했던 이동환(26.CJ오쇼핑)도 바로 송 코치의 제자다.
송 코치는 ‘이미지 트레이닝’의 대가다. 한 골프장을 정해 놓고 눈을 감고 라운드를 하는 것이다. 바람 등을 모두 감안해 실전처럼 한다. 어프로치는 볼이 떨어지는 지점과 스핀, 얼마나 굴렀는지, 경사도 등을 다 감안해 이미지 샷을 한다. 퍼팅도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자 브레이크는 얼마나 되는 지 등을 상상하며 훈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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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학선 기자] |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