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전 프로골퍼 [사진=김학선 기자] |
25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박지은(34)은 은퇴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옷만 갈아입고 클럽만 잡으면 선수로 되돌아 갈 것 같았다. 아직도 톱프로의 분위기가 배여 있었다.
그는 투어를 뛰면서 특이하게 성적에 매달리지 않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통산 6승(메이저대회 나비스코 챔피언십 포함)의 그는 진정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선수였다.
그렇다고 그가 골프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다. “골프코스에 들어서면 골프만 생각했다”는 그는 “LPGA투어가 내 집처럼 편안했다”고 말했다.
어물쩍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슬럼프가 찾아오면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무리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도 프로선수인데 일단 출전하면 우승이 목표였다. 뭐든지 완벽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에게 2004년은 특별하다. 그 해 3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챔피언이 된 것. 이 대회 우승을 확정하고 18번홀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에 뛰어 든 세리머니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물에 흠뻑 젖은 옷 때문에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그는 같은 해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LPGA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그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보다 한국에서 열렸던 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관절 부상은 은퇴를 결심하게 된 많은 원인 중에 하나다. 그는 “2003년 부상을 당하고 우승 욕심이 생겨 치료를 제때에 받지 못하고 계속 대회에 참가했다. 그때 대회를 쉬고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LPGA투어에서 뛰던 시절 그는 한국선수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은 너나없이 ‘영어’ 때문에 힘들어 했다. 영어로 말을 제대로 못하니 LPGA 투어 사무국과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이때 그는 커미셔너의 요청으로 한국선수와 LPGA투어 사무국의 가교 역할을 했다.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이 변방에서 주류로 자리 잡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