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앞으로 엄격한 잣대의 책임감으로 기업경영에 매진하겠다. 선처해달라."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정용진(45)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41)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법원에 출두했다.
이날 9시38분께 먼저 도착한 정 회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법정으로 향한 반면 9시50분께 법원 청사에 도착한 정 부회장은 "성실히 재판에 임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건 안에서 소상히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이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소병석 판사 심리로 10시께 열린 공판에서 정 부회장은 간단한 인증 과정을 위해 법정에 섰다.
그는 "본의 아니게 물의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엄격한 잣대의 책임감으로 기업 경영에 매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부회장의 변호를 받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은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며 "당시 회사 업무로 해외 출장이 불가피했던 점, 사유서를 내고 다른 임원이 대신 증언하도록 조치한 점, 유사 사건과의 균형 등을 양형에서 고려해달라"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회장은 30여분 뒤 서울중앙지법 523에 출두했다. 정 회장은 바로 옆방인 522호에서 10시부터 진행된 정용진 부회장 소식을 2~3차례에 걸쳐 쪽지로 전해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의 결심공판은 판사의 질문이 쏟아지며 한 때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법원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은 "국회 출석 요구에 출장을 목적으로 출석하지 않았는데, 공정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회장은 "그렇지 않다.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과 관련해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부장판사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의 출석요구에 출장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꼭 가야 하는 출장이었냐"라고 질문했다.
정 회장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죄송하다"면서 "연기하고 취소하려 했지만, 회사의 중요한 협력사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출석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함께 기소된 사람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있는데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서로 연락하고 출장을 간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공교롭게도 비슷한 날에 출장을 간것은 유감스럽다"고 답변했다.
정 회장 측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인은 "현대백화점이 국정감사 이슈였던 대형마트와 무관한 회사인 점, 당시 회사 대표가 대신 출석한 점, 피고인이 젊은 경영인으로서 전과 없이 불철주야 사업에 매진해온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한 혐의로 기소된 정 부회장과 정 회장에게 약식명령 때와 같은 벌금 각각 700만원과 400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이들 외에 신동빈(57)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41·여) 신세계 부사장도 법정에 서게 된다. 같은 혐의로 벌금 400만원에 약식기소됐었던 정 부사장은 오는 27일 공판에 출석하고, 신 회장(당초 500만원에 약식기소)의 공판도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