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한국의 벤처창업이 부진한 이유
[뉴스핌=노종빈 기자] 왜 한국은 이스라엘만큼 많은 벤처창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
창조경제의 전도사라 불리는 윤종록 연세대 교수가 번역해 관심을 끈 '창업국가(Start-Up Nation, 댄 세노르 사울 싱어 공저)'라는 책에는 이같은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이 나온다.
◆ 한국에서 벤처창업이 줄어든 이유
이 책에서 저자들은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왜 한국인들은 엄청난 기술에 대한 친화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창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리프트 컨퍼런스의 로렝 허그는 한국의 기업가들은 스스로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특히 2000년의 IT거품의 붕괴의 경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즉 그에 따르면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남에게 실패했다는 것이 알려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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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0년 초반에 수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새로운 경제의 시류에 뛰어들었으나 거품이 꺼지고 난 뒤 그들의 공공연한 실패는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기술 인큐베이터 책임자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 모집에 겨우 50여개의 신청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지를 안다면 이는 분명 낮은 수치"라면서 "한국은 이스라엘 스펙트럼의 반대편에 있는 듯하다"고 결론지었다.
◆ 이스라엘의 실험적 모델
하지만 이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도 이어진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아이뷰의 창업자 탈 리센필드는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를 언급하며 조직의 구성원리가 두가지 모델 중 하나라고 풀이한다.
첫째는 표준화된 모델로, 엄격한 시간제한과 예산 준수의 원칙을 포함해 기계적인 일상업무와 시스템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문화다. 이는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해결하지 못해서 결국 대기권에서 폭발한 콜럼비아호에 비유된다.
두번째는 실험적인 모델이다. 마치 연구개발센터의 문화처럼 매일매일, 모든 훈련과 모든 새로운 정보가 평가되고 토론되는 문화다. 이는 달착륙을 성공시킨 아폴로호에 비유된다.
두가지 모델 가운데 어떤 모델에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새로운 토론이 일어나며, 이에 따른 연구개발의 결과가 성공적일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 군대조직 경험, 산업네트워크로 활용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의 신생 벤처와 마찬가지로 가장 위계의 강도가 높은 군대 역시 이같은 모델을 따른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군대는 하루하루가 실험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매일 저녁 그룹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게 되고,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변명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의 창조적 군대 문화와 경험는 이스라엘의 산업 발전의 동력과도 직결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 인맥와 군복무, 지리적 접근성, 비공식적 친분 등으로 인해 얽히고 설킨 듯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소위 '한다리 건너 알 듯'이 많은 도움을 받게 된고 한다.
◆ 창조는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이와 함께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을 파고들어가면 건강한 창조성은 혼돈의 경계(edge of chaos)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비동시성, 즉 다양한 불규칙성과 비일상적 패턴, 그 밖에 딱들어 맞지 않는 것들이 모여 경제적 창의력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또한 경제학자인 윌리엄 바우몰과 로버트 리탄, 칼 슈람 등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혼돈의 경계선이 가장 영양이 풍부한 지대인 것처럼 서로 다른 질서와 혼돈이 만나서 적응력과 융합력, 창조성의 가치들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의 벤처 기업의 번창도 이같은 법과 제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질서의 양분과 함께 권위적이지 않은 탈계급적 요소와 실험적인 문화의 활기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이스라엘 기업과 같은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려면 먼저 창의가 최소한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던지는 미래와 창조, 과학이라는 화두속에 사회 변혁이라는 대한민국의 기회와 도전이 함께 걸려 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