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국정목표와 과제를 발표하면서 48일간의 활동을 매듭짓고 해산했다.
차기 박근혜 정부를 구성하는 정부조직개편안과 조각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오는 25일 예정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과 함께 국정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차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5개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목표와 국정과제를 보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위해 제시했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공약 내용이 달라진 부분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이슈와 함께 지난 4월 총선거 이후 줄곧 제기됐던 복지공약의 내용이 후퇴하거나 선별 또는 단계론으로 이연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재원확보 논란이 불거졌던 기초연금 및 의료보장 공약이 대표적이다. 대선공약에서는 주로 일괄적으로 지원한다는 식이었다면, 이번 인수위의 국정과제에서는 단계적 및 선별적인 지원으로 정리됐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이나 이동전화 가입비 폐지, 기업체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방안 역시 기업들한테 부담되는 내용으로 상당 부분 수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활동을 통해 복지 등 대선 공약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제기되자 원안대로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었다.
그렇지만 인수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밝힌 내용에서는 슬며시 말을 바꿈으로써 역시 대선 공약에 거품이 끼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국내 수출도 부진해 경기활력이 떨어지고 가계부채 문제로 소비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나 인수위 역시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내몰린 국민들 주머니가 빈 상황에서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가 재정과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박근혜 인수위 속조조절, 재정개혁 및 증세론 주목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의 예산과 재정 상황에서 매년 27조원을 추렴해야 한다.
그렇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그랬지만, 인수위원회도 국정목표와 국정전략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140개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도 숫자로 목표를 제시한 것은 극히 드물다. 재원 조달에 대해서도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인수위원회가 경제 분야에서 숫자로 제시한 것은 대선 공약에서처럼 고용률을 70% 달성하겠다는 것이고, 이번에 추가된 것이 물가를 선진국 수준에서 2%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뿐이다.
국가정책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직접적인 재원이나 재정에 대한 부분을 보면 ▲ 안정적인 세입기반의 확충(39번) ▲ 건전재정 기조의 정착(40번) ▲ 공공부문 부채 및 국유재산관리 효율화(41번) ▲ 공공기관 책임경영 강화 등 합리화(136번) ▲ 지하경제의 양성화(140번) 등이다.
무엇보다 인수위는 복지재원 마련 등을 의식한 탓인지 안정적 세입기반 확충을 이루겠다며 ▲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 금융소득과세 정상화 ▲ 합리적 세부담 수준 결정 등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또 인수위는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 예산낭비 최소화 및 재정평가 활성화 ▲ 세출구조조정 ▲ 중장기 재정운용 목표 제시 및 관리 ▲ 재정위험 모니터링체제 마련 및 운영 등을 추진하기로 해서 향후 재정개혁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는 일몰시한이 도래하면 원칙대로 종료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까다롭게 검토해서 도입하겠다고 추상적으로 언급했다. 일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일몰종료를 사전에 충분히 홍보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간 연구개발(R&D)이나 근로자 소득공제 등 세액공제 등 감면 규모가 큰 기본의 비과세 감면제도는 확대되고, 일몰시한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의 폐지 축소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향후 과제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6~2011년 기간동안 비과세 감면 등이 지속되면서 국세수입증가율은 39.7%에 그친 반면 조세지출 증가율은 43.5%에 달한 바 있다.
또 조세지출의 폐지 및 축소비율은 노무현 정부기인 2007년 63.6%까지 높아졌었으나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 50.0%로 줄었고, 글로벌 금융 및 재정위기 속에서 2009년에는 32.2%, 2010년에는 34.0%, 그리고 2011년에는 25.5%로 급락했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세입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론을 수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합리적인 세부담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올해 중 조세개혁추진위원회, 국민대타협위원회 논의를 거쳐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재원 확충이 중요하며, 이런 방안으로서 제시된 증세안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 표명과 더불어 증세안에 대한 국가사회적 논란도 크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수위는 세출구조조정을 위해 제로베이스(Zeor-base)에서 강력하고 체계적인 세출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향후 재정구조개편추진위원회(가칭)을 구성해 경제분야 재량지출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의무지출에 대한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에 내정된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1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 이상의 재원은 증세를 통해 이뤄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조원동 원장은 “증세를 하더라도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증세의 시기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일단 세출조정과 더불어 비과세 감면, 간접세인 부가세 등을 추진해나가고 이후 법인세보다는 소득세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는 중장기 재정운영 목표를 제시하고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해 중장기 재정운영 목표를 제시하는 등 재정준칙을 통해 건전재정과 국가채무관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어서 추진 과정이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