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지난 반세기 한국경제는 앞만 달렸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시기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통합,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합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에 많이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갈등이란 것 자체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분위기는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며 "시장경제·민주주의·법치 등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대한민국에서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압축성장 과정에서 노정된 갈등의 실타래를 슬기롭게 풀어야만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회통합에 대한 다양하고 섬세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영조 경희대 교수는 사회통합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급격한 사회변동기마다 새로운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을 어떻게 체제 내로 끌어들여 안정된 상태를 확보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19세기 이후의 정치-경제적 제도개혁은 상당 부분 산업화로 인한 사회변동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결과 구미의 경우 19세기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영미의 자유주의 레짐 독일 등의 사회시장 레짐 북구의 사회민주주의 레짐 등 여러 유형의 사회통합 레짐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년간 사회통합적 측면에서 위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비관론에 모든 학자 정치인 평론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사회통 합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아니면 무관하지 만 동시적으로 발생한 변화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특정한 사회적 태도와 행동 그리고 사회제도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내용으로 태도와 행동에 있어서는 ▲가치와 목표의 공유 ▲소속감과 공통의 정체성 ▲다른 개인과 문화에 대한 관용과 존중 ▲개인 간 및 제도적 신뢰 ▲시민적 협력 ▲적극적인 시민적 참여 ▲준법정신 행위 등을 꼽았다.
사회적 제도로는 ▲위험 분담및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제도 ▲평등과 기회의 평등 제고를 위한 재분배 메카니즘 ▲갈등해소 메카니즘을 들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사회통합을 정치적 수사로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나 단순한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 문제를 다스리는 방향으로 통합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학적 측면에서 사회통합에 대해 발제한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사회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교체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며 이 현상을 갈등으로 만 파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회통합과 같이 추상적인 이념을 복지정책·경제민주화·분권정책·인사정책과 같은 국가정책과 연결시키면 그 정책에 대한 적합성·정당성을 평가할 수 없고,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별할 수도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부자와 가난한 자·지역과 지역·중앙과 지역과 같은 편 가르기에 기초한 사회통합을 지양하고 사회통합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발제를 맡은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경제자유와 사회통합을 충돌하는 관계로 보는 사람들은 경제자유를 억제하는 간섭주의를 사회통합을위한 기제로 삼는다"며 "그러나 자유시장에는 오히려 사회통합을 위한 강력한 힘이 작동하며 그 원천은 경제성장과 시장윤리의 준수 및 법치주의"라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간섭주의 정책은 마치 사회통합을 개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에 피해를 주어 성장을 멈추게 하고 돈 벌 기회를 줄여 소득불안·일자리 불안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포용과 신뢰 안정을 확립할 수 없으며 또한 간섭주의적 특혜와 차별정책으로는 공정사회도 달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박근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사회통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별적 복지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부분의 규제를 줄여 성장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