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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다시 생각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교훈

기사입력 : 2013년01월29일 16:08

최종수정 : 2013년01월29일 16:08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측근(側近). 사전적 의미는 '곁의 가까운 곳'. 유독 정치 기사에 많이, 그것도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 29일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측근'들이 포함돼 시끄럽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지만 새 대통령 당선인측에서조차 비판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얼마나 외롭고 고단할까. 그러니 누군가 옆에 있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고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에서도 나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누가 욕해도 좋으니 자신은 홀로 옳다고 생각하겠다는 종류의 외로움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도 믿지 못해서 한 마디만 잘못해도 바로 조처했고 결정적으로 그 측근 중의 한 사람이었던 김재규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떴다.

그러니 '측근'이란 얼마나 요물(妖物)인가.

그런데 미국 사상 첫 흑인 혼혈 대통령으로 '다양성'과 '포용력'의 대명사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친위 세력으로 둘러쌓이고자 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성(性)과 인종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해 꾸려졌다. 여성과 남성,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알록달록하게(?) 구성돼 '무지개 내각'이라고도 불렸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었다.

하지만 2기 백악관 인사와 관련해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우선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나 국방장관 지명자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될 존 O.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및 국토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의 핵심은 모두 남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기 행정부에서 아마도 이런 경향은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NYT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직 가운데 43%가 여성인데, 이는 클린턴 정부때와 같다. 더 나아진 게 아니다. 그리고 일부 행정부 고위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여성들도 기회를 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봤다. 그것도 '백인' 남성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해 온 측근 인사들을 한층 더 가까이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많이 들어본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들었던 '회전문 인사', 다시 말해 쓴 사람(그래서 믿을 수 있다는 사람) 또 돌려쓰기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인 게다. 이럴 때 쓰라고 '구관이 명관'이란 얘기가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데니스 맥도너(출처=더 데일리 비스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 비서실장 인사가 대표적. 지난 1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데니스 맥도너를 임명했다. 

맥도너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마따나 지난 10여년간 오바마 곁을 지켜왔던 인물로, 최근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이날 발표된 10명의 임명자는 모두 전 행정부나 재선 캠프 출신이었다.

상당수 미 언론들이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매일 얼굴을 마주치게 될 사람의 대부분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우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외부 의견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에서 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신뢰하는 듯 보인다. 물론 공식적으로야 당연하겠지만. 그는 "데니스는 밤샘공부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누구든 데니스 맥도너보다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맨 왼쪽)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새 비서실장(가운데)(출처=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데니스와 내가 의견 일치를 보지 않은 토픽은 한 가지 뿐이다. 그건 바이킹스냐 베어스냐(프로 미식축구팀 바이킹스는 맥도너의 고향인 미네소타에 연고를 두고 있고, 베어스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연고를 두고 있음을 비유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맥도너 인선의 가장 큰 배경은 '충성심(loyalty)'라고들 한다. 이건 오바마 대통령이 코드가 일치하는 사람 얘기만 듣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오바마 대통령이 충성심과 측근 그룹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걸 역행하고 있는 걸로 간주했다. 그리고 맥도너 비서실장이 공식적인 법조 교육을 받지 않은 점과 기업 경험이 없는 점이 부족하며 성마른 성향 때문에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측근'들로만 둘러쌓이면 자신에 대한 긍정에 취해 실정(失政)을 하기 쉽다. 자신에게 '좋아요(Like)'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는 친구들, 나와 성향이 같고 내 글을 리트윗해주는 팔로우, 팔로워들로만 타임라인을 구성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진실은 쉽게 가려진다. SNS에서야 나와 다른 의견,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살해도 좋다. 그러나 현실에선 다르다. 하물며 한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위해 달디 단 소리만 해줄 측근이 필요한가. 그 측근은 사슴을 말이라고 하며 통치자를 농락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권세를 마음대로 휘둘렀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꼭 찾아보시라.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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