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김윤경 국제칼럼]프랑스 국민배우의 무책임한 세금망명

기사입력 : 2013년01월07일 13:47

최종수정 : 2013년01월07일 13:52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프랑스 배우 제라드 드 파르디외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연인 코미디 영화 한 편이 벽두부터 속된 말로 썩소(썩은 미소)를 짓게 한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재정난 해소를 위해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수밖에 없다며 강수를 둔 것이 시발점. 부자들은 반발했다. 세금 저항이야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이거나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무리수를 두긴 했다. 연 소득 100만유로(14억18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개인에게 최고 7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조세 평등에 어긋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조금 내용을 수정하긴 해도 부유세를 철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벌써 지난해부터 거주지를 벨기에로 옮기고 있었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 드 파르디외가 러시아 귀화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여권을 반환했고 5일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여권을 건네받고 향후 활동 등을 놓고 환담했다.

프랑스 국적을 가진 부자들의 세금 망명은 더 이어질 기세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 회장의 벨기에 귀화설도 떠돈다. `개고기 논쟁`으로 유명한 왕년의 섹시 스타 브리지트 바르도는 동물 권익 보호라는 다른 이유 때문에 러시아행을 고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드 파르디외는 너무도 불공평한 정책 집행으로 인한 희생양"이라고 밝힘으로써 정부의 부자증세에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배우가 공인(公人)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사회적 준칙은 분명히 존재한다. 개천에서 용이 된 드 파르디외는 성공한 영화 <시라노>의 브랜드를 자신이 하는 와인 사업에 이용하기도 하면서 정작 프랑스 정부가 어렵다고 하니 국적마저 버리는 길을 택한 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과거 정치적 행보도 오락가락해 왔는데, 피델 카스트로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면서 좌파적 냄새를 피우기도 했지만 알고보면 그건 그가 쿠바 석유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제롬 카우작 예산장관은 드 파르디외의 소식이 전해진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5%라는 세율은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당초 이를 2년만 한시적으로 하기로 했던 것을 올랑드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할 수도 있다고 밝혀 부자들과의 세금 전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면 오히려 경제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자증세를 통해 세수가 얼마나 증대되는지를 산출한 수치도 무려 8배나 차이가 난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정부의 강경 정책 때문에 부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게 되면 경제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대공황 때야 정부가 나서서 경기를 살릴 수 있었고, 4년여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전 세계 정부는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뭐든 써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퇴양난이다. 정부의 곳간은 바닥났고 경기는 늪에 빠져 있다. 몇 안되는 가용 카드 중 하나가 부자증세다. 밀고 당기기 끝에 미국도 부자증세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심지어 우리나라도 `무늬만`이란 혐의가 있지만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기로 한 예산안을 통과시킨게 바로 그래서다.

새 정부가 시행하게 될 우리의 세법개정안을 보면 고소득자들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간접적인 증세가 추진된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강화, 탈세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항목들은 방향성 만큼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경제민주화가 있는 자 때리기가 되어선 안된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여력이 있는 부자와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지금은 절실히 필요하다. 복지를 늘리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경기도 살릴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정부지출을 줄여 복지도 위축되고 소비와 투자도 위축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것인가. 프랑스 배우의 세금망명 같은 일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세금은 늘 뜨거운 이슈다. 그래서 그것을 늘리느냐 줄이느냐는 늘상 선거의 주요 떡밥이 돼 왔다. 위기의 순간을 맞아 세금이 더 이상 정치용어가 아니라 비로소 경제용어가 될 수 있을 지 지구촌 전체의 흐음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민주 '금투세 당론' 지도부 위임 [서울=뉴스핌] 채송무 홍석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관련된 입장을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민주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와 관련해 치열한 논의를 펼친 끝에 금투세 결론과 시기에 대해 모두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핌 DB] 의견은 유예와 폐지, 시행이 팽팽했다. 다만 지난 금투세 정책토론에서 거의 없었던 폐지 의견도 유예 의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다만 이는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표명한 의원 숫자로 투표를 통한 것은 아니다.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한 의원들은 2년 전 여야가 합의를 해 국민들께 보고된 사안이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적 의견과 함께 유예나 폐지 입장을 정하면 상법 개정을 추진할 지렛대를 잃는다는 우려를 제기한 의원도 나왔다. 유예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다음 정부에서 결론을 내도록 유예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2년을 유예하면 대선 직전에 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3년 유예 시 총선 직전으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원들은 다만 유예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책임지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예 내지 폐지를 주장한 의원들은 현재 증시가 어려운 시기고 손해를 본 사람이 많아 정무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상황으로 합의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폐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유예 역시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이 지게 된다며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폐지하고, 대선 공약 등으로 새 약속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다수 의원이 지도부 위임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와 관련해 유예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dedanhi@newspim.com 2024-10-04 12:53
사진
레바논 긴급 방문한 이란 외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나지브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친 장관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경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koinwon@newspim.com 그는 이어 "이란은 공습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일말의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란 영토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군사·안보 시설을 합법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이란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 방문은 중동 '저항의 축'의 주축인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가한 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 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 고위 관리가 레바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 남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왔다. 이어 27일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한 데 이어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하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 2024-10-05 00:0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