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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배상문은 요즘 탁구에 푹 빠져 있다. 배상문이 두달전 산 탁구대를 자랑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최진석 기자] |
프로골퍼 배상문(26.캘러웨이)의 첫인상은 완전 '상남자'다. 상남자는 '진짜 남자' '남자중의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
그런데 이 남자 엄청난 장난꾸러기다.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조윤희 프로처럼 예뻐야 합니다"라고 대답하더니 여자친구에게 해준 이벤트를 묻는 질문에는 "승용차 사줬다"며 얼굴표정 하나 안바뀌고 농담을 진담처럼 대답했다.
배상문과의 인터뷰는 한마디로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멘붕스쿨'과 비슷했다.
프로골퍼 조윤희가 골프공을 치지만 럭비공 같은 남자 배상문과 '천방지축 인터뷰'를 시작한다.
조윤희(이하 조)- 가수 이문세씨는 4세때부터 동네에서 꼬마 가수로 이름 날렸다던데 상문이 너도 어릴때부터 골프에 재능이 있었던거야?
배상문(이하 배)- 전혀 아니예요 누나. 골프신동이라던가 재능있다 이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냥 남들만큼 치는 평범한 아이였어요.
조윤희 프로와 배상문은 고향인 대구에서 한 스승밑에서 골프를 배운 사이다. 배상문은 1년간 레슨을 받은 후 거의 혼자 연습하고 연구해 지금의 경지에 올라온 자수성가형 골퍼다.
조- 널 처음 본게 초등학교 3학년때였잖아. 내가봐도 넌 골프를 잘한다기보다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어. 원래 꿈은 골프가 아니었잖아?
배- 야구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이승엽 선수 좋아해서 야구 방망이 휘두르는게 소원이었는데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죠.
배상문 선수의 어머니 시옥희씨는 "상문이가 7세때부터 야구에 푹 빠졌다. 사실 야구나 골프보다 더 재능이 있었던건 스키였다"고 설명했다.
조- 야구를 좋아하던 네가 어떻게 골프를 시작하게 된거야?
배- 초등학교 3학년때 엄마따라 골프연습장 따라 갔다가 한번 휘둘러 봤는데 이게 은근 재미있는거예요. 그 이후로 푹 빠졌죠. 친구따라 강남간게 아니라 엄마따라 골프장 갔다가 골프라는 천직을 만난거죠.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며 매일 어머니 시옥희씨에게 떼를 썼던 어린이 배상문은 골프채를 잡은 후로는 더 이상 야구 하고 싶다는 말을 안꺼냈다.
조- 골프계에 보면 공동묘지에서 연습했다, 하루에 장갑 몇개씩 버렸다 같은 '전설의 고향' 같은 일화가 있잖아. 너도 그런거 있어?
배- 그렇게까지 연습 안했어요. 솔직히 저 하루에 공 1000개 이상 쳐본적도 없어요(웃음)
조- 그럼 배상문에게 골프란
배- 직업이자 일상생활이죠.
뭔가 멋있는 말을 기대했지만 너무나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조- 어린이 배상문은 어떤 아이였어?
배- 굉장히 시끄럽고 산만하고 고집이 센 아이였어요. 그건 20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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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배상문이 어머니 시옥희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배상문은 "엄마는 내 인생의 캐디"라며 애뜻한 감정을 표현했다. [사진=최진석 기자] |
조윤희 프로는 "상문이의 인생 모토는 장난"이라며 초등학교때나 20대인 지금이나 키가 훌쩍 자란거 이외에는 똑같다고 말했다.
조- 개구쟁이니까 어릴적 사고도 많이 쳤겠네.
배- 그렇지는 않아요. 소심해서 그냥 혼자 시끄럽고 산만한 스타일이었죠. 일명 '쫄보'였어요(웃음)
'쫄보'란 좀스럽고 못난 짓을 하는 사람이란 뜻의 속어다.
조- 너 어릴때 별명 엄청 웃긴거였잖아
배- 대갈장군요. 어릴때는 몸은 말랐는데 머리만 엄청 컸었죠. 교실뒤에서 보면 저는 머리만 보였대요.
조- 친구들 사이에서 배상문은 어떤 남자야?
배- 되게 시끄럽고 장난 많이치는 '어른 개구쟁이'예요.
남자답게 생긴 외모나 걸걸한 말투로 봐서 '의리남' 같은 분위기라고 하자 배상문은 "전 의리없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대답해 모두를 빵 터뜨렸다.
조- 그럼 여자들에게 배상문은?
배- '뭐 이딴 남자가 다 있나' 이런 반응?. 전 남자한테 하듯 여자들한테도 장난치고 그래요. 여자들한테 "너같은 사람 처음봐" 이런 말 많이 들었어요.(웃음) 제가 무뚝뚝하게 말하면서 장난은 심하니까 그런 반응을 보이는거 같아요.
조- 여자친구 만날때 어떤 스타일이야. 나쁜 남자? 착한 남자?
배- 그냥 엉뚱한 남자죠. 정신없는 남자. 하하하
조- 어떤 스타일의 여자 좋아하니
배- 예쁜 여자요
조- 그럼 이상형은?
배- 조윤희 프로처럼 예쁜여자요(모두 대폭소)
조윤희 프로는 배상문이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면 한참을 고민한다. 장난기 많고 엉뚱해서 맞는 짝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불평했다.
조- 40세되면 은퇴한다는데 그럼 결혼은 일찍 하겠네.
배- 아니에요 누나. 저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결혼을 안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늦게 할 생각이예요.
조- '상남자' 배상문이 여자친구한테 해준 깜짝 이벤트는 뭐가 있을까
배- 음...이런걸 얘기해야하나(몇초간 고민하더니) 차 사줬어요(어머니 시옥희씨를 포함해 모두 화들짝 놀람) 에이 농담이에요. 농담. 제가 여자친구 차 사주면 엄마한테 맞아 죽어요(웃음)
전 여자친구한테 잘해주는데 이벤트 같은건 잘 못해요. 전에 생일상 차려준적은 있어요.
조- 요즘 등산자주 한다면서
배- 등산도 자주 하는데 최근에 탁구에 푹 빠져 있어요. 실력이 엄청 늘어서 군대에서 탁구 좀 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다 이겼어요.
배상문은 요즘 탁구에 빠져있다. 2달전 헬스클럽에서 탁구를 처음 배웠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친구들과 탁구장엘 자주 다녔다. 너무 자주 가다보니 탁구장 이용료가 많이 나와 아에 탁구대를 사버렸다. 배상문은 집에서 매일 치니까 두달만에 본전 뽑았다며 좋아했다.
조-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어머니가 몇번 직접 캐디했었잖아. 엄마가 캐디하니까 어때?
배- 맨날 싸워요. 엄마랑 경기에 나가면 싸울수 밖에 없어요.(웃음)
조- 배상문을 키운건 어머니의 잔소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배- 절대 틀린말 아니에요. 지금까지 제가 성장한걸 보면…
조- 프로골퍼 배상문에게 어머니란?
배- 인생의 캐디죠.
배상문은 자신이 프로에서 이정도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일본투어 진출이나 미국 PGA 진출 등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배상문의 성공신화는 어머니의 잔소리 70%와 운 30%가 이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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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배상문이 뉴스핌 독자에게 보낸 새해 인사. |
[뉴스핌 Newspim] 김인규 기자 (ano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