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한국항공우주(KAI) 매각이 결국 유찰됐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대한항공이 본입찰에 참여치 않음으로써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상 국유재산 매각에는 반드시 2개사 이상이 참여해 유효 경쟁을 벌여야한다.
당초, KAI 인수전의 스포트라이트는 대한항공이었다.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지는 4번째 KAI 인수 시도로 이어졌으며, 1차 예비입찰 단독 참여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예비입찰 전 끊임없이 터져 나온 특혜 의혹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치권과 KAI 노조, 경상남도 지자체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한공의 높은 부채비율, 정권 말기 무리한 민영화 등이 주된 이유였다. 특히, 이번 정권이 KAI를 헐값에 매각하려 한다는 부분은 대한항공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황은 2차 예비입찰에서 급변했다. 대한항공의 단독 입찰로 점쳐지던 KAI 인수전에 현대중공업이 등장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참여는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의외의 결과였다.
이에 대한항공은 입장자료를 내면서 자신들이 KAI 인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 산업을 국가적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정 기업이 선정돼야 한다. 대한항공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KAI의 역량과 결합할 경우 중복투자 해소 및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 역시 KAI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중공업에 비해 취약한 재무구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수자금이 마련됐으며 향후 투자를 약속한 곳들이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KAI 인수 후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 못을 박았다. 조 전무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장소에서 "항공 엔지니어는 구하기도 어렵고, 양성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는 인력을 최우선시 한다. KAI 인수 후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제2 테크센터 조성을 위한 부산시와의 업무협약 자리에서도 대한항공의 청사진은 지속적으로 제시됐다. 대한항공은 KAI 인수 시 부산 테크센터와 유사한 1조 5000억원 규모를 사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여론 달래기는 KAI 인수전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된 특혜 의혹, 인수 후보 자격 논란 등을 잠재우기 위한 것들이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여론 몰이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대중공업은 확실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인수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결국, 지난 17일 마감된 KAI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KAI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 이번 인수전에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가격이 맞지 않아 M&A에 빠지기로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싼 가격에 매물을 사들이는 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그러나 이번 KAI 인수전을 통해 확인시켜 준 것이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점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