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장점 보여주는 토론될 것" vs 安 "상대방 검증 안해"
[뉴스핌=이영태·노희준·함지현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TV토론을 앞둔 20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움직임이 분주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7일 단일화 재개회동을 마친 후 손을 마주잡고 있다.[사진: 김학선 기자] |
대선후보들에게 TV토론은 사실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 없다. 100분 내외의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는 데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제스처 한 동작이 후보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이번 대선에선 특히 후보들이 TV토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상태라 야권후보끼리 맞붙는 이번 토론의 성패는 두 후보의 대선 본선 진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TV토론의 주제는 현재 양 후보측 룰 협상팀이 협상 중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노무현, 국민승리 21 정몽준 후보의 TV토론은 단일화-정치-경제- 사회문화-외교안보통일 등 5개 주제별로 후보자 상호 간 약속된 시간제한 내에서 문답형태로 진행됐다.
두 후보 간의 TV토론은 일단 21일 밤 10시부터 KBS가 생중계하기로 결정됐다.
문재인 캠프 신경민 미디어단장은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상파 3사 공동으로 생중계를 해야 되는데 편성시간을 결정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다"며 "KBS 단독 생중계가 확정이 됐다. 아직 SBS와 MBC는 어떻게 편성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신 단장은 "시간만 결정이 됐고 제목과 사회자는 지금부터 안 후보 측 김윤재 변호사와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장소도 아직 결정이 안 됐고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방식에 대해선 "토론 형식은 두 후보 간의 토론으로, 쉽게 얘기해서 맞짱토론"이라며 "사회자를 정하는 작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 후보들 이름이 양 캠프에서 나오고 있고, 공통분모를 찾으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토론 시간은 100분이나 110분, 120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02년 당시 노무현-정몽준 모델을 따라 가는 것이다. 다른 토론방식을 택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후보 간 토론으로는 합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캠프 박선숙 선거총괄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시간하고 방송사만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며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가 진행중이고 대체로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발표할지는 합의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국정경험과 안정적 이미지" vs 안철수 "새정치와 참신한 이미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TV토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단일화와 관련된 쟁점이다. 왜 자신이 야권단일후보가 돼야 하느냐는 주제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 수 있느냐가 이번 토론의 핵심과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두 후보가 그동안 제시한 정책과 공약 중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 방안 등 일부 차이가 있거나 충돌이 불가피한 쟁점에 대해 누가 더 정교한 논리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일단 지금까지 취재한 양 캠프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두 후보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보다는 서로 상대보다 자신감이 있는 장점들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즉 문 후보는 정당후보와 국정운영이란 경험담을 기초로 안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안 후보는 새정치란 화두에 걸맞게 참신함을 무기로 내세울 전망이다.
요컨대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하는 TV토론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검증보다는 포지티브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말이다.
문 후보 측 문병주 TV토론 팀장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이번 토론의 전략을 묻는 질문에 "(전략은) 지금 실무진이 아니라 협상룰 전체 팀에서 조정하고 있다"며 "전략을 알려주면 그게 전략인가. 공격할 포인트를 알려주면 그쪽에서 방어 전략을 짤텐데"라고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예상되는 쟁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쟁점은 경쟁력, 국정운영 능력, 새정치 선언의 내용, 경제민주화, 단일화에 과거의 삐걱거림, 그 정도 선 아닐까"라며 "공격은 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변인은 "서로가 장점을 보여주는 토론이 돼야지, 깎아내리는 것은 안될 것"이라며 "후보는 기본적 생각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황우철 부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문 후보의 장점은 국정운영 경험과 제도를 바꿔야할 때 127석이라는 의석이 있는 정당의 후보라는 점 부각할 것이며 혹시 서민적 삶에 대한 점을 내세울지도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는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날 순 있지만 검증이나 공격 등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상대방에 대한 검증 포인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검증포인트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상대방을 검증할 의도는 없다"며 "우리 정책과 비전을 잘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쟁점을 묻는 질문에는 "각 분야의 정책과 그에 대한 이해도, 그를 실현하는 국정운영의 리더십"이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분야로는 "복지, 정의, 평화 위에 격차 해소를 내놓고 있다"고 답변했다.
토론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넉넉하게 하려 한다"며 "미래와 변화가 중요하고 그에 대해 설명할 거고, 정치가 변화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국민이 이기고, 상식이 이기고, 정치를 바꿔서 새로운 미래, 새로운 변화를 만들자는 틀 안에 다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문재인 후보 측은 일단 지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열 차례 이상의 TV토론 경험을 쌓았고 참여정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서의 국정경험이 안철수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TV토론 준비 총괄역에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TV토론을 진두지휘한 방송작가 출신 김한길 전 최고위원을 긴급 투입했다. 그리고 김현미 소통2본부장이 TV토론팀장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방송에 맞는 대중적 스타일 연출을 위해 유명앵커 출신의 신경민 의원과 시민캠프 유정아 대변인 등 방송인 출신들도 문 후보의 TV토론 준비를 돕고 있다.
안철수 후보측은 문 후보와 비교해 장점으로 꼽히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부드러움과 소통을 겸비한 리더십, 친화력 있는 대중적 화법 등에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안 후보 측 TV토론팀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TV토론 실무를 담당한 김윤재 변호사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했다. 이원재 정책실장과 김인현 분석대응실장 등이 주요 정책 및 현안 등에 대해 논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TV 토론 경험이 풍부한 박선숙 본부장도 코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노희준·함지현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