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올 7월 BAT코리아(British American Tobacco Korea)의 구원투수로 나선 가이 멜드럼(Guy Meldrum) 사장이 고민에 빠졌다.
잘 나가던 BAT코리아가 지난해 가격인상 이후 초라한 성적을 보이며 실적 악화라는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어느 기업보다 BAT의 외국계 담배 1위를 향한 갈망이 크다. 이런 과점에서 멜드럼 사장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멜드럼 사장이 BAT를 이끈 시점은 불과 5개여월이다. BAT 업계 내 처한 위치를 볼때 그를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한국 BAT 그룹내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시장점유율 향상과 한국 인재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매진하겠다는 게 멜드럼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멜드럼 사장은 BAT그룹 내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BAT코리아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한 바 있다. 당시 단기간에 국내 유통조직 강화와 시장점유율 향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 가격인상 전 BAT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8.6%로 외산 담배업체 1위자리를 지켰다.
문제는 업계 최초로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AT가 가격을 올린 이후 담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출렁거렸다고 귀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AT가 가격을 올리기 전인 지난해 3월 56.5%였던 KT&G의 시장 점유율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올 1월부터 60%를 꾸준하게 지켜내고 있다"며 "BAT의 시장점유율은 18.6%에서 13.9%로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점유율은 13.9%로 1분기(13.6%)보다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지난해 전체 점유율(14.5%)을 밑돌고 있다.
이 때문일까. 외국계 담배회사로 경쟁 구도인 필립모리스(PM)에 외산 담배업체 1위 자리마저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가격을 올린 이후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상 이후 시장 점유율 악화에 대해 BAT측은 "외국계 담배 회사 중 첫 시도로 가격인상을 했지만 원자재값 인상과 물가인상률 등으로 담배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가격 인상이후 소비자 트랜드 예측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던힐의 눈부신 성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200원 인상이 결국 충성도 높은 고객을 외면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후 시장점유율은 떨어졌지만 필립모리스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BAT를 향한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아냐는 도의적인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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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는 최근 3년간 매출액 1조7352억원, 순이익 975억원을 올렸다. 이 기간 기부금액은 약 7억원 정도다. 매출액의 0.05% 수준에 그쳤다. KT&G가 매년 매출액의 2%가량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기부는 쥐꼬리인 반면 한국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빼돌리기에는 바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은 445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는 순이익 모두를 배당금명목으로 다 빠져나갔다.
BAT 관계자는 "기부금이나 배당금은 본사에서 직접 결정하는 사항이라 국내에서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취임 100일을 이제 막 넘겼다는 점에서 멜드럼 사장의 향후 어떤 식의 청사진을 그리게 될지 아니면 당장 부담을 못 벗어나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