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A 발표 즉시 사과 및 사후대책 발표..사태확산 방지에 주력
[뉴스핌=김홍군 기자]현대ㆍ기아차가 북미에서 발생한 일부 차종의 연비 과장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에 직면한 토요타가 사실확인에 시간을 끌다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현대ㆍ기아차는 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에 일부 차량의 연비과장과 관련해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광고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된 약 90만대 차량의 연비가 과장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지적에 따라 관련 테스트 과정을 개편하고 해당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 하기로 했다”며 절차를 자세히 설명했다.
앞서 현대ㆍ기아차는 EPA의 공식 발표가 나온 지난 2일 곧바로 연비 하향과 고객 보상 계획을 밝히고, 고객과 딜러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EPA는 이날 현대ㆍ기아차가 2010년부터 판매해 온 13개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이에 현대ㆍ기아차는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양웅철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연비 실수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고 현대ㆍ기아차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연비는 즉각 수정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문제가 된 90만대의 누적운행거리, 연비 오차(현대차그룹 제시 연비-EPA 시정 권고 연비), 지역별ㆍ시기별 유류비용 등을 감안해 보상할 계획이다. 보상에는 연비과장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보상비용의 15%)도 추가된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을 기준으로 현대기아차가 소비자들에게 보상해야 할 보상금은 860억원, 향후 추가 운행에 따른 총 보상규모는 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집단소송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미국과 한국의 연비 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 방법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류로, 절대 소비자들을 속이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며 “다만, 문제가 발생한 만큼 소비자 보상 등 후속조치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사태에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은 토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는 지난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 때 사태해결을 미루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며 “토요타와 현대기아차는 안전문제와 연비 오류라는 차이는 있지만, 사태해결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기아차의 연비사태에 자국 자동차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PA에 현대기아차 연비문제를 제기한 컨슈머 워치독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시민단체로, 지난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이 파산했을 당시 미국을 위해 GM의 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미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경쟁사들의 견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최근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연비문제도 이 같은 정책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