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나이를 먹으면 남자고 여자고 얼굴이 두꺼워 지나 보다. 필드에 나오면 고상하고 점잖은 가면이 벗겨진다. 마치 예비군복으로 갈아입으면 사람이 180도 달리지는 것과 비슷하다.
‘사모님’들도 예외는 아니다. 친구들과 필드를 찾으면 볼치는 것보다 18홀 내내 수다로 시간을 죽이기 일쑤다. 그중에는 ‘19금’ 수다도 있다.

라운드 중 앞 뒤 팀은 서로 씹히고 밟히는 존재다. 경기진행이 조금만 밀려도 뒤 팀은 앞 팀 험담이 시작된다. 볼이 잘 안 맞으면 험담의 수위는 높아진다. 앞 팀이 졸지에 분풀이용이 된다.
‘사모님’ 팀의 바로 앞 팀이 남자팀이라면 십중팔구 뒤통수가 간지러울 것이다. “저 남자 아주 볼을 굴리고 다니네. 러프에서 사는군. 페어웨이에서 볼치는 꼴을 못 보겠군.” 바로 이런 식이다.
이 정도면 약과다. 앞 팀 남자골퍼들 ‘품평회’라도 열리는 날이면 그냥 뒤집어 진다.
평소 점잖 키로 소문난 한 사모님이 입을 연다. “지금 친 남자 말야. 드라이버샷 하나는 죽이는데. 나는 드라이버 잘 치는 남자가 최고더라. 멋있어 보이지 않어.” 그러나 나머지 사모님들이 “드라이버는 쇼라고 하는데 뭐가 멋있어” 하면서 생긴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멋있고 좋으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 사모님 대답은 간단하다. “힘이 좋잖아.”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사모님은 “난 아이언 잘 치는 골퍼가 최고던데.”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언 잘 치면 ‘테크닉’이 좋을 것 같은데 맞지”라고 응수한다.
이 말을 받아 또 한 사모님이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뭐니 뭐니 해도 퍼팅을 잘해야지. 난 ‘구멍’에 잘 넣은 사람이 좋더라.”
그러자 마지막 사모님은 “그런 거라면 OB를 내는 남자가 최고지. 한 번 더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해며 끼어든다. 모두 강적들이었다.
사모님들의 농담을 듣고 있던 캐디도 더는 못 참고 ‘한 방’을 날렸다. “사모님 OB내고 파잡는 남자도 있어요.”
캐디의 이 말에 사모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안됐기 때문이다. 사실 OB내고 파를 잡으려면 드라이버샷도 빨래 줄처럼 날려야 하고 아이언샷도 자로 잰 듯 쳐야 한다. 또 마무리 퍼팅도 1퍼트로 끝내야 가능하다. ‘힘’과 ‘테크닉’, ‘구멍’에 넣는 기술까지 골고루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뒤늦게 캐디의 말을 알아차린 사모님들은 말한다. “어린 게 까져갖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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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