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완 장관, 3월 과세 천명 했다가 8월에는 '어정쩡'
[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둘러싸고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2012년 세법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 문제가 제외됐다. 지난 3월 이래 정부가 종교인 과세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이번 세법개정안 자체가 7월 이후 다시 불거진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국내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부분이 있다.
특히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대한 일자리 및 투자 세액공제를 유지하고 비과세 감면제도를 유지하느라고 소득세 법인세 등 세제의 주요 골간을 개편하지 못한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또 이명박 정부가 5년차 임기말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종교인 과세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연말 대선을 앞둔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생각지도 않게 정부가 먼저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는 과세가 있다”는 과세원칙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벌였고, 국민들의 대부분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공감까지 확인한 사안이었다.
※사진: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8일 브리핑을 통해 <2012 세법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
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이 9월중 국무회의를 거쳐 9월말까지 정기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법률 개정안들을 먼저 처리한 뒤 대통령 시행령 사항인 종교인 과세 문제를 연말까지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재완 장관(사진)은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하면서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해명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 탓으로 보인다.
박재완 장관은 “종교인 과세 문제는 소득세법을 고치지 않고 시행령을 수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며 “시행령은 세법이 수정된 후 개정돼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종교계와 추가 협의를 거쳐 세법인 통과되면 대통령령의 방법으로 연구할 계획”이라며 “일단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말에 시행령 수정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장관은 “최근 종교계에서 자진납세를 결의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며 “종교활동의 특수성과 과세 기술상 수정해야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종교활동의 특수성이라면 선교활동 등으로 받은 기부헌금 등을 ‘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과세기술상이라면 어떤 규모의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소속 종교인을 파악하고 소득이 얼마 이상일 경우 어떤 방식으로 소득세를 걷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박재완 장관의 발언을 액면대로 해석하면 지난 3월 사회적 이슈로 제기한 이래 여전히 종교계와 협의를 하고 있으나 종교활동의 특수성과 과세기술상 수정할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박 장관의 발언 중에서 종교인 과세 문제를 “연구하겠다”는 대목이나 “연말까지 시행령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발언은 정부가 종교인 과세 문제를 먼저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과 더불어 연말 대통령 선거에 따른 여야 정치권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해보라는 뜻이 담긴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든 소득에 과세한다”는 과세일반원칙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종교계가 자진납세를 결의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회피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납세의 의무를 져야하기 때문이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3월 19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 한 인터뷰에서 "종교인 과세는 국민 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원칙적으로 과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박 장관은 “지금까지 느슨했던 과세 현실을 감안해 (세금 부과를) 시작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할지 검토 중이나 미뤄 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었다.
납세자연맹은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서민생계를 위협하고 빈부격차 심화시키는 교통 에너지 환경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간접세비중을 낮추고 소득세 비중을 올려야 한다”며 “근로소득보다 금융소득에 무겁게 과세하고 종교인도 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지난 2월 27일 19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교분리 시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4.9%가 성직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찬성했다. 종교별로는 천주교 신자의 71.4%, 불교 신자의 69.8%, 기독교 신자의 60.4%가 찬성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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