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세상에는 참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상종을 안해야 할 사람이 있는 가하면 밉상이지만 정이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돈 잃은 골퍼 입장에서 보면 다 ‘나쁜 놈’이다. 액수에 상관 업이 내기에 졌다는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아마 내기골프와 관련,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골퍼들이 있다. 돈 잃고 열 받은 사람 앞에서 손가락에 침 쩍~쩍 묻혀가며 돈 세는 그런 것 말이다.

재미삼아 하는 내기골프지만 돈 잃고 기분 좋을 사람 없고 주머니가 불룩한데 웃지 않을 사람 없다.
이렇게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우리의 내기골프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 근성이나 고춧가루 성질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모 건설업체 임원인 P씨는 다 좋은데 표정관리가 안 되는 게 흠이다. P씨는 한때 ‘국민스포츠’라는 고스톱에 미쳐 있었다. 날밤을 새워가며 그 짓을 즐겼다. 상가 집에서 판 벌이는 건 그 사람이고 새벽에 판 거둬들이는 사람도 그 사람이었다.
그러던 P씨가 골프에 입문했다. 그때부터 P씨의 머리속에는 온통 골프뿐이었다. 몰입의 정도가 심했다.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가 울고 갈 정도로 이론은 클럽을 잡자마자 싱글이 됐다.
골프입문 3개월 만에 90타대를 친다고 기고만장했다. 골프 얘기만 나오면 침을 튀겼다. 길가다 돌멩이만 봐도 내리 치고 싶고 막대기만 봐도 흔들고 싶고 구멍만 보면 넣고 싶어 했다.
주변에서도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하자 급기야 이 사람 저 사람 가르치려고 덤벼들었다. 90타대는 아무나 가르치려고 달려들고, 80타대는 물으면 가르쳐 주고, 70타대는 물어도 골라서 가르쳐 주고, 프로는 돈 주는 사람만 가르쳐 준다는 것을 P씨는 몰랐다.
그래서 P씨의 마누라도 입 좀 조심하라고 노래를 했다. 하지만 P씨에게는 흘러간 가락에 불과했다.
항상 입이 문제인 P씨는 연습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지난 주말 필드에 나가 누구를 죽이고 잡았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입문 5개월 만에 8字자를 그리고 나서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누구라도 핸디캡만 주면 붙을 자신이 있다며 큰소리를 쳤다.
이런 P씨가 임자를 만났다. 연습장 싱글들과 라운드 날짜를 잡았다. 물론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연습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나마나 뻔 했다. 볼 한번 제대로 띄워보지 못하고 100타를 넘게 치며 박살이 난 것이다. 진짜 맨땅에 헤딩한 셈이다.
P씨는 골프가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멀쩡한 사람도 바보로 만드는 게 골프고 똑똑한 사람도 멍청하게 만드는 게 골프 아닌가.
최근에 끝난 디 오픈(브리티시오픈)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6타차의 대 역전승을 거뒀다. 엘스는 경기 후 “이게 골프”라고 했다. 역전패를 당한 애덤 스콧(호주)도 마찬가지로 “골프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하라. 골프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오기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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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