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시민단체 논란 가열, "뼛속까지 친일" vs "국익 위한 결정"
[뉴스핌=이영태 기자] 정부가 밀실처리 논란을 빚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이하 군사협정 혹은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을 국무회의에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으며, 국무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민주당 "국무회의 날치기 통과한 한일 군사협정은 무효"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지난 26일 차관회의도 통과시키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비밀리에 통과시키고 국무회의 결과를 발표도 하지 않았다"며 "한일 군사협정은 독도와 정신대, 교과서 등을 고려할 때 국민감정이 아직 여기에 이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핵무장을 하겠다는 일본에게 핵심 군사무기를 갖다 바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국회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뼛속까지 친미로 시작해 뼛속까지 친일로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이명박 정부'란 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반 동안 양국이 협의해왔고 일본 정부는 아직 처리날짜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태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더욱이 한일 양국 간의 최초의 군사협정의 처리를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처리한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난 광우병 미국산 소고기 수입결정으로 '뼛속까지 친미' 소리를 들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임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국무회의를 날치기 통과한 이번 협정은 무효이며 서명 체결을 미루고 국회에서 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동북아 긴장 고조시키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 중단하라"
시민단체도 나섰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군사협정(정보보호협정) 체결 중단을 촉구했다.
평통사는 "정보보호협정은 일본에서 미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이후 비밀정보의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가 추진되는 것을 봤을 때 군사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며 "이 협정은 정보에 대한 왜곡 등을 통해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높이거나 대중적 불신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전날 논평을 통해 "동북아의 군사적 갈등을 강화시키고 일본의 군국주의 야욕에 자발적으로 물꼬를 터주는 일"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새누리당 "반일감정 자극은 국익에 도움 안돼"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27일 관련브리핑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또는 테러집단의 테러활동 등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필요한 경우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안보이익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한정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한·중 군사협력의 기회도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안보협력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외국과의 군사협력을 괜한 반일 감정으로 자극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여론의 반발이 분명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 안건을 국무회의 때 비공개로 처리한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 개최된 한ㆍ미 외교ㆍ국방장관 회담(2+2회담)에서 미국은 한일 군사협정의 체결을 희망한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내용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한일 군사협정의 실체는 무엇일까? 뉴스핌이 국회 모처를 통해 입수한 협정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국 정부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
▲양국 정부는 군사비밀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제공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 없이 제3국의 정부 등에게 군사비밀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며, 제공당사자가 부여하는 보호에 실질적으로 상응하는 정도의 보호를 군사비밀정보에 제공하기 위하여 유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제공된 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원칙을 보장한다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에 대한 접근은 공무상 그러한 접근이 필요하고 접수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따라 허가를 부여받은 정부직원에게만 허용한다.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모든 정부시설의 보안에 대한 책임을 지며, 그러한 각 시설에는 군사비밀정보의 통제 및 보호의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자격 있는 정부직원이 임명되도록 보장한다.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의 모든 분실이나 훼손 및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에 대해 즉시 통지를 받으며, 접수당사자는 상황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시작. 접수당사자는 조사의 결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당사자에게 전달한다.
정부는 이 협정이 국방기밀의 보호 규칙에 관한 포괄적 협정으로 북핵과 미사일,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전략과 관련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24개국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한·미·일 군사협력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자칫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동북아를 신냉전 질서로 회귀시킬 수 있다"라며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보다 자주적인 국방력 강화와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의 균형적인 외교관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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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