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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대공황 오나①] 유로존 위기 심화, 유럽 구제금융 도미노에 빠지나

기사입력 : 2012년06월13일 17:23

최종수정 : 2012년06월14일 09:20

[뉴스핌 Newspim] 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에 나선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는 '일본경제 장기불황'의 서곡이나 다름없는 만큼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글로벌 장기불황'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는 게 뉴스핌의 판단이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뉴스핌=이기석 기자] 유로존의 위기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던 유로존은 이제 구제금융의 도미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 붕괴로 시작했던 유로존 위기는 아직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고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환됐던 세계화의 위기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3년차를 맞아 어두운 잿빛 전망으로 출발했던 2012년은 또다른 위기를 현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인들의 한숨은 어느새 우울증을 양산하며 어두컴컴한 비관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분노와 절규를 토해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가 월가의 탐욕에 대항했다면 유럽인들의 분노는 정권과 국가를 향해 있다.

유럽인들의 분노는 지난 3년여간 지속된 불황 속에서 긴축과 구조조정으로 삶의 기반을 잃게 되자 정권교체라는 칼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지만 정권교체가 재정위기나 은행부실, 신용등급 강등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빚잔치로 벌였던 지난밤의 축제판을 거두려하니 난장판처럼 널부러진 온갖 폐악들이 아침의 여명을 가로막고 있다.

때마침 유로존의 재앙을 비유하듯 지난 5월초 세계미술계에 깜짝 놀랄만한 초대형 뉴스가 전해졌다. 노르웨이 출신 표현주의 화가인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가 그린 대표작 <절규 The Scream, The Cry> (1893)가 뉴욕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에 낙찰이 된 것이다.

뭉크 Edvard Munch <절규 The Scream> (1893)
뭉크의 <절규>는 지난 5월 2일 유력자들만 초청해 진행하는 저녁경매에서 1억 1992만 2500달러(한화 약 1356억원)에 낙찰,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종전의 경매최고가 작품은 지난 2010년 5월에 1억 650만달러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 Nude, Green Leaves, and Bust>였다.

뭉크의 <절규>는 붉은 잿빛 하늘에 푸른빛이 도는 다리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이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양 볼에 손을 대고 괴성을 지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뭉크 자신의 개인적인 슬픔과 절망에 더해 현대사회의 고통과 부조리, 억압, 전쟁에 대한 공포를 대변해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소더비의 경매 결과는 향후 세계미술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빅뉴스로 벌써부터 미술계에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뭉크의 <절규>는 현대미술계에서도 ‘팝아트’로 이어지며 앤디 워홀 등이 재인용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광고나 만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빈번히 패러디되면서 대중들한테 널리 알려져 있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1세기 들어 이글거리는 듯 강렬한 태양빛과 어두운 밤하늘의 별빛을 표현했던 고흐에 열광하던 시기를 지나 앞으로 뭉크의 <절규>는 유로존의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인간 존재의 공포와 불안을 대변하고 글로벌 위기시대를 집약하는 예술적 상징물로 풍미할 것으로 보인다.


◆ 유로존 붕괴의 공포, 구제금융 도미노에 빠지나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함에 따라 그리스의 이후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모두 4개 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 유로존이 재정 및 국가채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구제금융 도미노에 빠져들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9일 스페인은 기존의 반대입장을 바꿔 유로존 회원국들에 대해 구제금융을 전격 신청했다. 유럽 내 긴급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직후이다. 스페인의 루이스 귄도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 정부는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위해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성명서를 통해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은행권의 추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대 1000억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은 그동안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긴축 등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염려하면서 구제금융에 반대했다. 그렇지만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코너에 몰렸고 국채금리 급등에 따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구제금융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주말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을 반색하면서 잠시 호재로 인식하며 그동안의 눌린 심리가 회복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은 1000억유로 수준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시기나 방식도 모호하며 심지어 ‘돌려막기’로 폄하하면서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유로존 국채시장이 불안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부채 전염론이 돌았다. 이탈리아 부채가 2조유로에 달하기 때문에 이탈리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다시 6%대로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3단계 하향 조정했던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스페인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독일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내놨다. 유로존의 대표주자인 독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치는 12일(현지시간) 유로존이 경기급침체 압력을 받고 있으며 단시일 안에 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할 경우 붕괴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당국자들이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만 상승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피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위기전염 리스크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독일을 포함한 룩셈부르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 4곳의 트리플A 국가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 피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유동성 공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 번째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을 가동하는 등 대규모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한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바야흐로 유로존 위기는 이제 다시 끝간데 모를 블랙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을 이루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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