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함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지난 주말 스페인은 1000억 유로 수준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뱅크런(Bank-run)에 처해 있는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몰락을 걱정하던 국내외 금융시장이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시아 증시와 더불어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호재로 인식됐다.
시장은 물론 정부 당국에서도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조기에 이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시장 동향을 주시했다.
그렇지만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현재 진행중이며 이번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또하나의 발등의 불을 끈 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더욱이 5월 이후 근심거리로 촉발됐던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에 따른 2차 총선거가 오는 17일 실시될 예정이어서,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벤트 리스크로 이어질 전망이다.
◆ 스페인 1000억 유로 규모 구제금융 신청, 은행권 자본확충 활용
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의 루이스 귄도스 재무장관은 유럽 재무장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 정부는 은행권의 자본확충을 위해 회원국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이번 결정으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됐다.
다만 귄도스 장관은 이번 구제금융 신청이 은행권 일부에만 한정된 것으로 일반적인 국가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귄도스 장관은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독립 감사 기관의 평가가 나온 후 결정 수 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그렇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성명서를 통해 스페인에 대해 구제금융 규모는 "은행권의 추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대 1000억 유로(14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사회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환영
국제사회는 이번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에 대해 반기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스페인이 은행권 자본확충을 위해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과 이를 유로존이 승인한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추정하고 있는 1000억 유로의 스페인 구제금융은 금융권에 안정성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역시 스페인과 유로존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이 스페인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 역시 스페인의 구제금융 수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켰다는 것이다.
11일 기획재정부는 신제윤 제1차관 주재로 자금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스페인의 구제금융 등 유럽 위기 관련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제윤 차관은 "스페인이 예상보다 신속한 대응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 차관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이후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유로화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금융시장도 긍정 평가, 아시아 주식시장 강세
금융시장 역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을 호재로 인식했다. 국내 코스피 주가 급상승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급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주가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11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867.04로 전거래일보다 31.40포인트, 1.71% 상승하며 마감했다. 외국인들도 1345억원을 순매수, 사흘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8624.90우로 165.64엔, 1.96% 상승했으며, 대만 가권지수도 7120.3으로 120.58포인트, 1.72% 올랐다. 홍콩 항생과 중국 상하이지수도 2%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국내 원/달러 환율은 1165.90으로 전날보다 9.50원 하락하며 장을 마쳤으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1.26선을 회복하는 강세를 보였다.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우려감이 상당히 완화됐다”며 “국내 주가가 외국인들의 순매수 속에서 상승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 유로존 이벤트 리스크 지속, 그리스 2차 총선거가 분수령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유럽 내 긴축 압박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권력이 일부 교체되는 가운데 재정위기 타개책에 대한 해법이 재평가되거나 실행 스케줄이 연기되면서 유로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예상보다는 빨리 이뤄져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유로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재정부의 신제윤 제1차관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이후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유로화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그리스 2차 총선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관계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일단 우려감이 증폭됐던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급한 불을 끄는 상태여서 어디서 다시 불씨가 날라올지 모르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향후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또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전염될 염려도 있다”며 “특히 오는 주말 그리스의 2차 총선이 있는 만큼 유로존 리스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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