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이정구' 출간..."1% 먼저 변해야"
[뉴스핌=문형민 기자] 10만 명이 동원되는 북한의 아리랑 공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체조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30만 마리가 넘는 가창오리가 만들어내는 군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천수만에서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이 두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경악(驚愕)과 경이(驚異)로 갈린다. 놀랍다는 감탄에서는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아리랑 공연은 기획자가 계획한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0만의 군중이 움직인다.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속으로는 끔찍하다. 반면 30만의 가창오리 군무에는 기획자도, 공연의 순서도, 대장도 없다. 그냥 자기들끼리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장편소설 '이정구-벌족의 미래(1)'에서 저자 이영탁 세계미래포럼(WEF) 이사장은 30일 우리나라 재벌들의 미래를 이에 빗대어 꼬집었다.
재벌의 총수 또는 최고경영진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사불란한 조직 문화는 산업화 시대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1세기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도 통할 지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다양성과 자유로움, 창의성이 지배하는 조직 문화를 주문한 것.
아울러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가 천수만에 모여드는 이유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도 제시했다. 천수만 주변 들녘의 농부들은 일부러 낙곡을 치우지 않는다. 오리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행위다. 재벌 또는 기업들이 소비자와 중소기업 등에게 배려해야한다는 얘기다.
이영탁 이사장은 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로 지난해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을 지목했다. 23년이나 권좌를 독점했던 벤 알리 정권을 불과 두 달 만에 무너뜨리고, 뒤이어 이집트 리비아로 옮겨간 사건이다.
재스민 혁명에 이어 영국 런던 거리에서 실업자들이 난동을 일으키고, 미국 뉴욕의 월가를 중심으로 오큐파이 운동(Occupy Wall Street)이 일어났다. 이는 곧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양극화 심화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사회, 중산층의 몰락, 1% 대 99%의 싸움 등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후진국에서는 독재 권력이지만 선진국이라면 시민들의 분노가 과연 어디로 향할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교체되지 않는 권력, 기업권력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위 1%에게 벌족(閥族)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벌족에는 재족(財族) 정족(政族) 관족(官族) 법족(法族) 언족(言族) 의족(醫族) 종족(宗族) 노족(勞族) 등이 포함된다. 권력과 돈 많이 많고 소위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다.
"처음에는 부러움이나 시기의 대상이었을 텐데 어느새 분노와 타도의 대상으로 변한 겁니다. 1%가 저지른 불법, 비리, 편법 등이 누적되면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서로 편을 가르게 되었죠"라며 그는 1%의 책임을 말했다.
해법 역시 1%가 먼저 변하는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1%가 절제하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손해보고 때로는 희생해야한다"며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 99%를 감동시켜야한다"고 했다.
소설에서도 주인공인 재벌 회장 이정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야 본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존경을 얻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이사장은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해 교육부 차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친 정통 관료다. KTB네트워크 대표이사 회장과 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재임 당시 그는 거래소의 발전 방향으로 상장(IPO)과 글로벌화를 설정하고 추진했다. 일본 동경거래소를 방문해 양국 거래소간의 전산시스템 통합을 제안하기도했다. 그렇지만 거래소는 여전히 비상장일뿐 아니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에 대해 그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중·일 3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경제의 중심이고, 특히 자본시장에서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으므로 거래소를 잘 키워나가기 위해 거래소와 정부가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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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