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상향 돌파하며 연중 최고이자 5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정부와 외화정책당국이 차관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시장안정조치를 언급하면서 이레만에 하락했던 것이 하루만에 오히려 되튄 것이다.
유존의 재정위기가 4월 하순 이후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5월초 프랑스 대선 결과 좌파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 유럽 위기 타개를 위한 리더십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가 잇따라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오는 6월 17일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한 단계 강등하자 시장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달러가 1.27선에서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추가 하락하고 상대적인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수반되면서 한국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의 경제지표까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뉴욕을 비롯한 유럽 증시가 급락하고 이어 아시아 증시까지 2% 이상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3% 이상 급락한 가운데 외국들의 순매도가 열사흘째 이어지면서 순매도 규모도 전날 500억원대까지 줄었다가 다시 4000억원대로 급증했다.
단기적으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해외발 충격이 가름되지 않고 있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문제여서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주말에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G8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위시하여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로존 위기 해법 타개책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부의 시장안정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환율 상승의 기세를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나 시장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 재정부 박재완 장관, “환율 주가 변동성 과도하다” 또한번 경고성 발언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 추념식이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유로존 위기에 따른 대외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국내 펀더멘탈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안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하나로마트 현장점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국내 주가와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은 "스페인은행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 악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변동폭이 하루치 치고는 너무 크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한 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정부가 만반의 대책을 이미 수립했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 필요가 없다"며 "다양한 상황에 다른 컨틴전시플랜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동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방어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장관은 평소 금융시장에 대해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 왔고 또 올들어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지난 15일 처음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펀더멘탈에 비해 크다”고 발언한 이후 발언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 역시 "외환건전성, 은행건전성 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리스 위기에 따른 영향이 최소화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안정을 도모하기도 했다.
전날 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청와대 등 차관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하면서 “유로존 사태를 주시하면서 모니터링과 함께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경제금융 수장들의 발언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 원/달러 환율 1170원 상향 돌파, 갭업 장세 지속, 환율 상승 추세 강화된 듯
그렇지만 이날 외환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2.80원으로 전날보다 9.90원이 급등, 지난해 12월 19일 1174.80원 이래 약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정부와 정책당국의 시장안정 조치를 빌미삼아 이레만에 하락했던 환율이 하루만에 다시 10원 가까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연중 최고 및 5개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불안이 확산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 정도와 함께 한국의 국가 리스크가 높아지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수급 등 시장 내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5월 들어 저점을 찍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가기준으로 5월 2일 1127.40원을 저점으로 이틀을 제외하고는 다음날 껑충 뛰어버리는 이른바 갭업(Gap-up)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동평균선으로 분석해 보면,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단기 5일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면서 단기 골든크로스(Golden-cross)가 빚어졌으며, 20일선도 120일선을 돌파하는 중기 골든크로스도 함께 발생했다. 원/달러 환율로 보면 매수 신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또 5-20일선 골든크로스 이후 하루하루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5일과 20일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밑에 깔렸던 60일선도 200일선을 상향돌파하면서 120일선으로 접근하고 있는 등 환율의 상승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날 국내 코스피지수도 1782.46으로 전날보다 무려 62.78포인트, 3.40% 급락하며 마감, 환율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19일 1776.93 이래 5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지지선이 모두 붕괴된 상태여서 시장 불안이 단기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4351억원을 순매도, 전날 514억원에서 대폭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 5월 2일 이후 13거래일째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모두 3조원 이상 급매도한 상태가 됐다.
외환금융시장에서는 일단 단기적으로 그리스 등 유로존에서 진정되는 모습이 나와야지만 국내 시장도 진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대책이 강해도 해외불안이 심화될 경우 막아내기는 벅차고 오히려 눌러 놓을수록 용수철의 되튀는 힘을 키워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외환당국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이같은 기세들이 누적될 경우 혹여 시장이 패닉 양상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개입 강도를 언제 어떻게 높여 나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전날 정부가 강하게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안정을 시도했지만 해외발 충격이 크다보니 하루만에 급등세로 돌변했다”며 “갭업 이후 상승폭이 막히는 양상이고 유로의 움직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딜러는 “정부가 나서서 일단 급등폭을 제한할 수 있는 있지만 자칫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리스나 유럽, 그리고 주말 G8 회의 등에서 시장안정을 위한 합의 등이 나오는지 지켜보면서 시장흐름을 따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국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과도하게 오르고 있고 이는 장관님 말씀처럼 우리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전날 의견을 조율한 만큼 차후 유로존이나 시장을 모니터링해가며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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