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손희정 기자] 삼성가의 당당한 한 지류인 신세계가 지난 15년간 운영해온 자사의 여자프로 농구팀 '쿨캣'을 전격 해체한다는 소식이 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SR)과 경영 이윤의 대척점에서 '돈'에 대한 갖가지 논쟁을, 결국 굴지의 대기업인 신세계가 '돈'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체통(?)을 가볍게 하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지적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주말 만난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 마디 말로 "왜 그랬을까"라며 답답해했다.
쿨캣이 창단 직후 준우승과 우승을 기록하며 신세계의 기업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점은 잊은 채, 일시적인 성과부진에 바로 '해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자 스포츠계는 물론 재계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대외업무담당 관계자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지. 정용진 부회장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신세계는 유통 대기업으로서 지난 15년간 여자프로농구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또한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수차 밝힌 바 있다.
업종 특성에 따라 불이익도 있겠지만 지금은 금융권 프로팀 추가가 여자프로농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호소에서 자신은 자리를 뺐다. 신세계는 동계 스포츠 지원을 밑에 달기는 했지만 결국 전격 해체 결정을 내렸다.
신세계의 갑작스러운 해체 선언으로 해당 프로농구팀 소속 선수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지경이다. 스포츠업계는 말을 삼가고 있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신세계의 무책임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신세계 쿨캣은 지난 1998년 창단 이후 같은해 8월 라피도배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준우승, 1998년 9월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어 2002년 겨울리그까지 우승하며 호실적을 이어왔다. 하지만 2003년 겨울리그에서 4위,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자 급기야 결국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창단 이후 쿨캣이 4년 연속 우승을 통해 신세계는 기업이미지와 홍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부진한 기록이 이어지자, 화려한 출발과 달리 이제와서 이윤도, 홍보 효과도 없다며 팽개쳐버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은 분명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이번 결정은 ' 차갑다'는 자본적 논리를 지우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감탄고토(甘呑苦吐). 자기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맞지 않으면 싫어한다. '삼키고 뱉는 것'을 신세계는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이 업계에 나돈다.
스포츠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농구단 해체선언은 이윤에 따라 기업의 정책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방증"이라며 "결과론적으로 몇몇 비상식적인 자본의 세계를 누군가 보여줬지 않느냐 하는 말이 떠도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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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손희정 기자 (son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