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립튼(David Lipton) 수석부총재가 오는 26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IMF 립튼 수석부총재의 방한은 지난해 7월 라가르드 총재 취임 이후 부총재급 이상 고위직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IMF가 유로존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20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재원확충을 요청하는 즈음이고 이를 위해 수석부총재가 직접 방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새삼스럽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깡드쉬 전 총재가 12월초 직접 내한하여 구제금융협상이 본격화됐고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한국 내 IMF 사무소장이 국내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을 기억하면 격세지감마저 드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사회에서 2010년 G20 성공적 개최 이후 국격이 한층 높아진 것에 더해 빚을 졌던 채무자 시대를 극복하고 채권자로서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 립튼 수석부총재는 26일 방한해 27일부터 재정부 박재완 장관과 한은 김중수 총재를 예방하고, 기획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 청와대 이종하 국제경제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오석 원장 등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중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정위기, 국제 유가 상승 등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데다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충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F가 글로벌 위기를 방어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IMF가 제시한 재원확충 방안은 특별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윤정인 IMF팀장은 “IMF는 오는 4월말 춘계회의를 할 예정으로 있다”며 “춘계회의에 앞서 현재 진행중인 IMF 재원확충 노력에 대해서도 논의할 기획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IMF 춘계회의 때 논의될 ▲ 2010년도 쿼타개혁안의 구체적 진전 ▲ 회원국들의 위기요인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감시활동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IMF 재원확충 진전 이루나
IMF의 최고위급 립튼 수석부총재의 방한 목적은 무엇보다 IMF의 재원확충에 대해 한국 정부의 동의를 구체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일단 IMF 재원 확충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데다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G20 국가들이 IMF 재원확충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IMF가 몸이 달아 있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 등이 유럽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큰 탓에 유로존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가 국내 여론에서 신중론이 나오면서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도 최대 500억달러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가 아즈미 재무장관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IMF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유럽의 자체 해결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G20 내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이다.
실제로 지난 2월말 열린 멕시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MF 재원 확충의 규모나 시기 등은 3월 예정된 유럽의 지원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나 유럽안정메카니즘(ESM)의 규모 등을 점검한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해나가기로 공식화했다.
물론 2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 IMF 쿼터방식 적용 ▲ IMF와 회원국간의 양자 차입의 형식 등 논의가 진전되기는 했지만, 지원시기 등에 대해서는 유럽의 자구노력을 선행조건으로 공식화함에 따라 속도감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우리 정부는 IMF의 재원확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미래기획위원회 주최 <글로벌 코리아 2012> 행사에서 “G20에 공감대가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그리스 등 유럽국가 지원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도 "정부쪽과 마찬가지로 IMF 재원 확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다만 국제사회, 특히 G20의 논의수준에 맞춰 논의를 진전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의 공식적 반대 천명, IMF 개혁이슈와 맞물릴 듯
그렇지만 유로존의 위기가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G20 내에서 유럽의 자체 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전의 “유럽 자체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IMF 재원확충 반대”를 공식화함에 따라 논의 자체가 뒤로 밀릴 여지가 커졌다. IMF 재원 확충 문제가 강력한 반대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 21일 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은 IMF의 재원 확충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공식 천명했다.
IMF가 현재로서도 충분히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으며 가용자원도 가지고 있다는 게 가이트너 장관의 논지였다.
미국의 공식적인 반대가 천명된 이상 IMF의 재원 확충 문제는 “당장 확충”보다는 “위기시 확충 프로그램 구축” 수준으로 한단계 논의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IMF 역시 재원확충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IMF 개혁 이슈에 대해 좀더 천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회원국들의 협조를 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공식반대가 천명된 이상 IMF쪽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좀더 여유로운 입장에서 IMF 쿼터 증액 문제 등을 거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이 됐다.
IMF는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쿼터 증액 및 지배구조 개혁안”을 마련했고, 이를 2012년 10월 연차 총회에서 발효할 예정으로 있다.
IMF 개혁안은 ▲ 쿼터 100% 증액 ▲ 신흥국으로 최소 6% 쿼터 이전 ▲ 현재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 선거없이 이사를 지명하는 지명이사제 폐지 등이 포함돼 있으며, 지난1월 현재 50개국 투표권 35.15%의 동의가 있어 올해 10월까지 85%를 넘겨야 한다.
재정부의 윤정인 IMF팀장은 “IMF 립튼 부총재의 방한 중에 IMF 재원확충 문제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의 반대가 공식화된 상태에서 IMF가 어떤 접근법을 펼칠지 확인하는 자리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데이비드 립튼 (David Lipton) 약력
- 출생: 미국, 1953년생
- 학력: 미국 웨슬리안대학 경제학 학사(1975),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 박사(1982)
- 주요경력
o 1982-88 IMF Economist (개도국 경제안정화 담당)
o 1989-92 경제자문관 (러시아, 폴란드정부 등 )
o 1993-98 미국 재무부 (국제업무담당 차관보 및 차관)
o 1999-2000 카네기재단 (International Think-Tank)
o 2000-05 Moore Capital Management
o 2005-09 Citi (Managing Director, 국가신용위험 담당)
o 2009-11.7 미국 대통령 특별보좌관(국가안전보장회의․국가경제회의 고문)
o 2011.7-11.8 IMF 총재 특별자문관
o 2011.9-現 IMF 수석부총재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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