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유리운용 본부장 |
'유리스몰뷰티'펀드를 이끌고 있는 김현욱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중소형주 펀드의 명가 재건을 꿈꾼다. 운용사 간판펀드인 '유리스몰뷰티'를 말그대로 작지만 아름다운 펀드로 키워내겠다는 포부일 게다.
그 포부를 향한 발걸음은 지난 201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 매니저 출신인 박종규 당시 신임 대표의 부름을 받은 김현욱 본부장. 그는 중소형주 원조 펀드라는 낡은 훈장만을 달고 비틀거리던 펀드를 다시 소생시키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의 운용 이야기를 지난 11일 들어봤다.
◆ 2011 시장 돌아보기: "자기부정에서 시작, 스몰뷰티펀드 살아나다"
유리운용의 탈바꿈은 이전 유리자산운용의 '자기부정'에서 출발했다. 2004년 펀드 설정 이후 유리스몰뷰티펀드는 초기 반짝하다 이내 사그라졌다. 그간 중소형주안에서 지나치게 '가치주'의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게 패착이었다. 중소형주 시장은 가치주 재평가 국면을 벗어나 성장주와 우량 중형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리스몰뷰티펀드는 기존 스타일만 유지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펀드를 외면했다.
"중소형 중에서도 가치주가 지나치게 높으면 글로벌 환경 변화, 산업구도 변화 등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패러다임 변화나 메가트렌드 변화를 어느 정도 펀드에 담아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김 본부장은 곧바로 펀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돌입했다. 부임 이후 기존 가치주 중심의 유리스몰뷰티펀드에 성장주를 함께 주워 담았다. 포트의 무게중심을 균형있게 가져가자 펀드도 2011년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시장 반응은 사모펀드 시장에서 먼저 왔다. 공모펀드보다 피드백이 빠른 사모시장의 특성상 꿈틀거리기 시작한 펀드의 들썩거림을 먼저 알아챈 것이다.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느리긴 했지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간판 펀드의 날개짓으로 사람들의 관심권에 유리자산운용은 다시 진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8월 급락장'은 다시 비상하던 유리자산운용의 날개짓을 가로막았다.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도 그는 포트폴리오 조정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상반기 주도주였던 화학과 자동차 종목을 털아내고 대신 IT주를 끌어안았다. 자신이 만든 포트를 다시 무너트리고 재구성하면서 10월부터 성과는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한해 유리스몰뷰티의 펀드 수익률은 3.94%를 기록했고, 시장(-10.98%)대비 14.93%P를 앞서는 결실을 거뒀다.
그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자기부정에 얼마나 열려있고 얼마나 인색했는지가 성패를 좌우했다"며 "상반기에 성공한 매니저 가운데 하반기까지 성과를 이어간 매니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2 시장 내다보기: 차별화 장세, IT업종 주목, 중소형펀드 주목
김현욱 유리운용 본부장 |
"경기순환적 종목은 매크로(거시경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도주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외려 그 안에서는 신성장 관련한 종목들, 아몰레이드 관련주와 중국소비 관련주, IT와 자동차 부품주 등이 시장 대비 좋아질 것이다"
그가 IT업종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IT종목의 사이클과 관련돼 있다. IT는 길게보면 지난 10년, 짧게보면 2년간 하락 사이클이었다. 업종 안에서도 구조조정도 많이 됐다. 때문에 올해 미국경기 회복과 맞물리면 상승흐름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만인의 종목이기 때문에 IT에서의 승부는 2등주에서 갈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후보군으로 하이닉스, LG전자를 거론했다. 2등주로 매기가 확산됐을 때 어떤 종목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란 얘기다.
펀드 시장의 흐름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김현욱 본부장은 "펀드에서 조금씩 자금이 유출되는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가계의 부채비중이나 가처분 소득, 현금흐름 등 다양한 요인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는 경기에 후행하는데, 가계 상황이 펀드투자에 유리한 환경은 아니라는 게 이유다.
특히 중소형펀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소형주펀드가 최근 2~3년간 소외를 받았지만, 한국 중소형주들이 대기업과 함께 경쟁력이 생기고 우량한 회사가 됐다"며 "중소형주펀드는 여러 펀드 가운데 꼭 고려해봐야 할 중요한 펀드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김현욱 본부장과 유리자산운용의 목표: "1년 반짝하지 않을 것"
김현욱 본부장이 보는 운용역은 항상 '실패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 본부장 역시 지난해 급락장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느냐란다.
"올해의 김현욱은 작년의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서 좀더 성숙한 2012년의 김현욱이 됐으면 한다.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점차 향상된 운용역량으로, 회사의 자산으로, 고객의 수익률 향상의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
다시 비상하기 시작한 유리자산운용은 올해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공모펀드 시장은 사모펀드와 다르게 1년 성과로는 뭉칫돈의 이동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올 한해 김 본부장과 유리자산운용본부가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작년 한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회사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면, 올해는 지속 가능한 운용역량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리자산운용이 과거 중소형주펀드 명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슈퍼뷰티펀드' 등 일반 액티브펀드에서도 인덱스 못지 않게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평균적인 의사결정은 평균적인 수익률만 보장할 뿐이다. 주식시장에서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의사결정, 남들보다 빠른 결정이 주식시장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시장 환경에 휩쓸리지 않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수익률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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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