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을 둘러싸고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며 대립각을 세운 탓이다. 이들의 이런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년 사업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한해 동안 이어왔던 갈등을 여지없이 연말에도 이어가고 있다.
발단은 동서식품이었다. 14일 동서식품이 올해 커피시장 분석 자료를 통해 “동서식품이 올해 81.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며 “신규 시장에 진입한 업체의 ‘노이즈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변동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
언뜻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 분석에는 동서식품의 의도가 적잖게 반영됐다.
신규 업체의 노이즈 마케팅이란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믹스’를 출시하면서 ‘프림에 카제인나트륨을 쓰지 않았다’고 홍보한 것을 뜻한다. 요컨대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 관련 홍보는 노이즈 마케팅일 뿐, 시장영향이 미미하다고 단정 지은 셈이다.
같은 날 남양유업도 발끈했다.
남양유업은 ‘반박자료’를 통해 “동서식품은 연말이 아닌 연 평균 점유율 수치 사용해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도록 하는 등 객관성과 신뢰성 결여됐다”며 “겉으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비난하면서 뒤로는 남양유업 미투(me too)상품을 준비 중이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의 이런 신경전은 지난해 12월 남양유업이 ‘프랜치카페믹스’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갈등의 연장선상이다. 다만 최근 연말을 맞아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년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올해 이상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의 판매가 문제다. 남양유업의 점유율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어고 있고, 더불어 지난 10월에 출시된 자사의 신제품 ‘카누’와 경쟁구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카누’의 내년 매출 목표는 600억원. 프리미엄 원두커피를 겨냥했지만 기존 ‘맥심 모카골드’와의 경쟁도 불가피 하리라는 것이 커피업계의 시각이다. 더불어 신규업체인 롯데칠성이나 대상 역시 내년부터 커피믹스 판매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그렇다고 남양유업의 상황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내년 커피믹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를 제외한 유통망이 동서식품에 비해 대폭 적은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쉽지 않다.
또한 동서식품이 저지방 우유 성분의 커피믹스를 출시하게 된다면 ‘차별화된 신제품’ 효과까지도 희석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양측 모두 어떻게든 자사 제품이 더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커피믹스’라고 포장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믹스 시장의 성장률이 원두커피에 밀려 급감하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내년 사업계획에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최근 양측의 신경전은 내년 경쟁을 앞둔 전초전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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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