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정지서기자] "이사회 안건이 회사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이사 교체건으로 변경됐다면 공시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증권가 일각에서 최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이사회 안건을 '이사 재선임'에서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하루만에 번복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겐 전혀 알리지 않은, '공시' 부재(不在) 문제를 들고 나왔다.
공시 규정상 이사회 안건 정정의 경우 공시 의무는 없지만 대표이사 교체 등의 중대사안임을 감안하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율공시를 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증시 한 투자자는 "대표이사 교체라는 중대사안을 자의적으로 변경한뒤 이를 투자자들에 공개하지도 않고 이사 일부에게만 통보,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들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번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이슈와 관련, 유진그룹의 일방적 이사회 안건 변경건은 공시가 아닌 언론보도를 통해 노출됐다. 하이마트에 투자한 기관투자자 역시 지난 23일 장마감 직전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알게됐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역시 마찬가지 상황. 일부 기관만이 23일 동시호가 마감때 일부를 판 것이 전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급격한 주가 변동성 속에서 혼란이 불가피했다고 토로한다. 흔히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이 주가엔 호재일 것이란 기대감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다음날인 24일 아침 매수를 서둘렀지만, 8% 이상 오르던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이후 제각각의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변동성을 보이던 주가는 결국 12%대 낙폭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수급측면에선 경영권 리스크에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만주, 20만주씩을 팔아치웠고, 이를 개인이 모두 받는 형국이었다. 하이마트는 25일 이 시각에도 10% 가까이 급락하며 7만원대마저 붕괴된 상황.
펀더멘탈이 탄탄했고 주가상승 전망이 높았던 하이마트가 하루만에 소위 '잡주' 분위기로 바뀐 것. 이에 일각에선 공시 문제를 제기하며 주주권에 대한 회사측의 횡포라는 주장을 하는 것.
다만 공시규정상 이번 공시 부재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측에서 투자자보호를 먼저 생각했다면 자율공시를 하는 게 보다 적절했을 것이란 반응은 있지만 어찌됐던 이는 기업의 자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총이라면 다르지만 이사회 결의안에 대한 공시 의무는 없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내용이라는 점에서 거래소를 통해 자율공시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상황을 자세히 파악한 뒤 판단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변경되거나 추가된 안건이 대표이사 해임안인데, 이는 자율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거래소측도 규정상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은 남겼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문제라면 자율공시 절차를 밟는 것이 투자자보호 차원에서도 맞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공시가 흔히 일방의 의견으로 작성될 수 있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오히려 주주들에게 손해가 됐던 사례도 과거 간혹 있었다"며 "즉 이같은 경우 무조건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악용하는 기업이 있어 당장 결론내리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어려움을 덧붙였다.
이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결국 손실을 본 것은 결국 개인투자자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경영을 해온 하이마트 창업주 선종구 회장의 교체 우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사실을 예상하고도 긴박하게 이사회 안건을 바꾸고, 이를 시장에 공지하지 않은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이들도 있다.
특히 하이마트의 실적 역시 최근 시장을 충족시키고 있는데다 주가 역시 지난 6월말 공모가 5만9000원에서 시작해 최근 유럽발 악재 속에서도 9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경영권 분쟁이 미친 시장 파장에 대한 아쉬움은 더해진다.
상장초기부터 하이마트에 투자를 했다는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보여줬고 주가 전망도 좋았는데 이같은 분쟁이 벌어져 아쉬움이 크다. 일단 지켜보고 있긴 하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양사는 남 탓만 하는 상황. 유진그룹측은 "대표이사 개임건이 의무공시 사유가 아닌데다 공시를 하더라도 하이마트가 했어야 했다"는 입장이며, 하이마트측은 "사실 이런 주요 경영사안은 자율공시를 해주는 게 맞겠지만 유진그룹측이 이사회 안건 정정 통보를 이사 5명에게만 해 우리도 한참 뒤에 인지, 할 수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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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