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경쟁에 안전장치 구축은 '뒷전'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5월 말 금융감독원은 각 카드사에 대출신청 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을 지도했다. 또 10월에는 카드론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의 피해가 확산되자 카드사로 하여금 카드론 대출 신청시 본인이 등록된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하거나 휴대폰에 인증메시지를 보내는 본인확인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이달 들어 카드론 피싱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카드사의 경우 늑장 대응으로 피해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의 경우 연일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확인시스템은 아직까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무분별한 한도 증액 등 카드론 대출 경쟁에 올인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카드사들이 안전장치 마련에는 느긋하다는 비난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난 15일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 주요 카드사, 본인확인 '휴대폰 인증방식' 선택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카드사로 하여금 카드론 대출 신청시 본인확인시스템을 이달 말까지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카드사에 본인확인시스템으로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도록 했다. ARS 카드론 신청시 본인이 등록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다시 걸어 신청 의사를 확인하는 것과 휴대폰 인증메시지를 보내는 방식, 마지막으로 카드론 신청 후 4시간 후에 입금을 해주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은 이 세 가지 대안 중에서 4시간 후 임금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특히 휴대폰 인증 방법이 주를 이뤘다. 즉 카드론 신청인 본인이 등록된 휴대폰 번호로 보이스피싱 방지용 인증번호(통상 4자리수)을 보내고 휴대폰으로 확인해서 입력을 해야만 신청과 지급이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요 카드사 중에서 현재까지 확인인증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농협 정도가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고 국민카드, 외환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는 아직까지 시스템 구축 중에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요 카드사 중에서 절반 정도는 (본인인증시스템이) 구축이 됐고 절반 정도는 아직 안되고 있다"며 "아직 구축인 안된 카드사들은 이달 말까지는 구축이 된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러는 사이 또 다른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 22일에도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금융소비자협회는 "지난 5월 말 금감원에서 각 카드사에 대출신청 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을 지도하기까지 했으나, 카드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카드론 대출영업을 하기에 급급했다"며 "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알고도 카드론 이용절차에 대한 개선이나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음으로써 범죄환경을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 신한·국민카드 피해 '압도적', 안전장치 구축 '늑장'
24일 인터넷 카페 '보이스피싱, 카드론 대출 피싱 피해자 소송모임(<http://cafe.naver.com/pax1004>)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한 650여 명의 피해액을 종합한 결과 카드사별 피해는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한카드가 29억원, 국민카드가 25억원으로 총 피해금액 140억원 중 거의 40%에 육박했다. 또 현대카드가 16억원,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11억원, 1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본적으로 신한, 국민, 현대, 삼성카드의 경우 시장점유율 업계 1~4위를 달리고 있어 고객이 많기 때문에 피해 건수와 피해금액도 타 카드사 대비 높은 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카드사에 대한 행정지도와 본인확인시스템 구축 지시 이후에도 연일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카드사들이 안전망 구축에는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15일이 돼서야 "최근 보이스피싱 등에 의한 금융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고객님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카드론 신청시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한다"는 메일을 발송했다.
신한카드는 회원 1500만명, 시장점유율 25%에 달하는 국내 최대 카드사다. 이렇다보니 '고객 중심'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말이 무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지난 4일부터, 현대카드는 지난 22일부터 각각 본인확인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나마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사 중 가장 조기에 본인인증시스템을 구축해 현재까지 시장 점유율 대비 피해금액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지 않다.
하지만 분사 이후 공격적인 카드 마케팅으로 8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카드의 경우 카드론 보이싱피싱의 피해건수와 피해금액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본인확인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인 지난 22일까지도 국민카드의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카드론 대출 피싱 피해자 소송모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카드사들이 금융소비자들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영업에만 힘을 쏟고 있다"며 "카드사들은 카드론피싱 피해가 계속 생기더라도 카드론 영업을 통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개선할 의지가 별로 없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감원에) 11월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지만 최대한 앞당겨서 인터넷은 오늘부터 적용이 되고 있고 ARS 카드론 신청시 휴대폰 인증 방식은 오늘 업무 마감 후로 적용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별도로 프로세스를 바꾸는 부분이라 전산개발이 수반돼야 해서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들 본인인증하는 것은 각사마다 개발여건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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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