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개그 프로에서 나오는 철 지난 유행어다. 경쟁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아직도 고스란히 통용되는 이야기다. 각 분야의 기업이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경쟁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서로 시장점유율 1위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시장점유율을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 논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과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시장의 점유율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3일 편의점 매출기준 커피믹스 점유율이 업계 2위로 올라섰고, 그 과정에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이 가장 큰 폭으로 깎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서식품은 대형마트 판매량 기준 동서식품의 점유율이 상승 중에 있으며 남양유업은 여전히 3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두 회사의 자료는 모두 시장조사 전문기업 AC닐슨에서 나온 자료다. 같은 출처에서 나온 자료가 이렇게 엇갈린 이유는 기준점이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전체 시장이 아닌 대형마트 판매 점유율만을 제시했고 동서식품은 매출 기준이 아닌 판매량 기준의 점유율을 제시했다. 결국 같은 현상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면서 자사 제품에 유리한 데이터를 포장하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이같은 일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 4월에 사조해표가 자사가 소금시장 1위라고 주장하면서 경쟁사인 대상과 갈등을 빚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사조해표는 “화학조미료(MSG)인 맛소금을 제외한 판매량 기준으로 소금시장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상은 지난해 매출기준 소금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했고, 천일염을 떼고 집계하더라도 시장점유율 29%로 사조해표의 12%를 크게 앞선다.
결국 시장점유율 집계 기준을 매출이 아닌 판매량으로 잡고, 특정 상품군을 빼면서 2위 업체가 1위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백화점업계서도 점유율 논란은 한창이다. 신세계는 지난 1분기 자사 백화점 업계 점유율이 20%로 현대백화점과 공동 2위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총매출은 현대백화점이 앞서고 있다.
백화점의 매출이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고, 이를 집계하는 방법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업계의 시장점유율 욕심을 탓할 수야 없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저마다 주장하는 시장점유율에 혼돈을 겪기 십상이다.
업계 일각에서 시장점유율 통계의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점유율은 어디까지나 해당 기업의 제품이 얼마나 시장을 차지하가에 대해 참고하기 위한 데이터다. 시장 판매가 있고 점유율이 있는 것이지 판매량보다 앞선 점유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 점유율 데이터를 포장해, 높이기보다는 제품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게 기업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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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