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주 미국 채권시장은 기준물인 10년물 재무증권의 인기가 '상종가'를 쳤다.
부진한 거시지표에다 연방준비제도의 좀 더 만기가 긴 국채로 갈아타는 추가 완화책이 도입될 기대감이 10년 금리를 한 주 만에 무려 30bp나 끌어내렸다.
특히 연준이 향후 2년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미국 국채 단기물은 가치 실현에 나설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 확산됐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18%까지 하락했는데, 주간으로는 12bp 하락한 것이다. 지난 3월의 0.90% 수준과 비교할 때 금리를 더이상 갈 곳이 없을 정도로 떨어진 상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수요가 주로 10년물 국채로 집중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연준이 만기 도래하는 보유 국채를 좀 더 만기가 긴 쪽으로 재투자할 것이란 기대감이 특히 작용했는데, 30년물까지는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주말 미국 국채 10년물과 30년물 사이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146bp로 한 주 전의 128bp에 비해서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이래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결국 강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더 안전한 곳이 없다는 판단 속에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 특히 유럽 채무 위기가 프랑스 은행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 가운데, 단기 자금조달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 미 국채로의 도피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 보통 국채 10년물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속에서도 물가연동국채인 'TIPS'가 최근까지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상호 모순적인 행보는 투자자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시장의 변화다.
바클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주 목요일까지 TIPS의 투자수익률은 12.09%로, 일반 국채 투자수익률 6.16%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같은 기간 미국 고수익 회사채 투자수익률은 0.37%에 불과했고, 지방채 투자수익률이 7.24% 정도였다.
TIPS 투자 전문가들은 이미 연준이 디플레이션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확인된 이상, 장기적인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에 대한 헤지 수요가 높다는 것이 이 같은 TIPS의 성과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올해 초반 국제 상품 및 유가 급등세로 인한 인플레 압력의 상승도 TIPS의 인기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최근에는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TIPS 포지션 축소 흐름도 나타나고 있지만, 고점에서 이익을 실현한 뒤에 저가 매수에 나서고자 하는 것도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로 약 2.5%에 이른다. 최근 3개월만 보자면 무려 2.9% 상승률을 보일 정도.
지난 주말 기준으로 10년물 명목 국채와 동일 만기 TIPS의 수익률 차이로 분석한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24%에 이른다. 이 수치가 지난 4월의 2.65% 고점에 비해서는 낮기는 해도 여전히 10년 동안 이 처럼 높은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금융시장의 우려가 형성된 셈이다.
채권 전략가들은 유럽 위기가 더 악화되고 이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10년 국채 브레이크이븐 포인트가 계속 2% 수준을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