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KJ.Choi)가 또 다시 한편의 대작 드라마를 써냈다. 부진의 늪을 건너 3년만에 세계무대 정상에 우뚝 섰다.
최경주(41· SK텔레콤)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 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월요일 새벽 출근을 앞두고 골프채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조마조마했다. 최경주의 퍼팅이 홀을 비껴갈 때 골프해설위원(원형 중)이 "미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탄식과 함께 방송될 정도였다. 정말 그 멘트 그대로였다. '미치겠습니다'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길이 없는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최경주와 데이비드 톰스의 16번홀 티샷을 앞두고 출근길에 올랐다. 최경주가 대역전의 드라마를 써주길 바라면서. 안타깝게도 최경주 는 16번홀에서 나락으로 내려앉는 듯했다. 그러나 운명의 17번홀(파3)에서 대반전을 이뤄냈고, 결국 연장전으로 몰고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경주는 이미 한국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설령 우승을 다시 못하고 은퇴를 했다 하더라도 최경주는 이미 지난 PGA 7승만으 로도 '넘치는 공적'을 쌓은 골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최경주는 특유의 탱크처럼 멈추지않았다.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겨냥해 스윙교정을 하고 체력을 보강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를 시도했다.
골프는 흔히 인생 그 자체에 비유되곤한다. 그린의 홀에 볼을 넣기위해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가는 스포츠다. 한샷 한샷에 정성을 쏟아 야하고 승부수를 띄울때는 대범함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과욕은 치명적인 화를 부르기도 한다. 개개인의 인생이 다르듯 지구상 어느곳 에도 같은 골프장도 없다.
그런 '골프의 달인' 최경주는 기업인으로 비유하자면 누구보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경영인에 어울릴 법 하다. 최경주는 PGA 7승에 만 족하지않고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신체적 여건을 극복하기위해 체중(체지방) 줄이기에 나섰다. 물론 허리통증이 라는 부작용을 겪으며 샷이 흔들리고 컷통과를 걱정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들이 있었지만 끝내 그는 극복해 냈다. 새로운 변화를 그는 누구보다도 주저하지않고 시도한다. 그는 사각드라이버로 우승을 하기도 했고, 브리티스 오픈에서는 '약간 오버했다'는 평가를 듣기는 했으나 좌우로 스트로크하는 퍼터가 아닌, 안에서 밖으로 내치는 '이색퍼터'를 시도하는 등 변화를 즐겼다.
중견 기업의 경영인이라면 한번쯤 최경주의 변신과 끊임없는 도전을 주목해야 하지않을까 싶다. 국내 기업의 무대는 이미 글로벌화된 지 오래다. 골프장의 날씨만큼이나 기업의 경영 환경 변수도 변화무쌍하다. 단적으로 국내 대기업이 수년간 누리던 '환율효과'는 올들어 사그라들고 있다. 최경주가 체력의 열쇠 극복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듯이 국내 기업들도 '널뛰기하는 환율'을 극복할 대안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물가를 잡기위한 정부의 '기업옥죄기'식 정책에 대한 기업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불만만을 터뜨린다고 해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을 압박한다고 해서 가격인상을 저지할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도 문제지만, 이 역시 경영환경의 한 요소로 받아들이 고 이를 극복할 '히든카드'를 누가 잘 준비하느냐가 최경주와 같은 '결실'을 거두는 길이다.
최경주가 존경받는 프로골퍼인 이유는 또 있다. 불우한 이웃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그의 마음씀씀이에 있다. 최경주는 "돈을 무덤까지 싸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나로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국내 자선단체와 미국 현지교회에 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멈추지않는 도전과 변신, 넉넉한 마음의 '최경주식 경영'이 수많은 국내기업과 경영인에게 살아있는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산업부장 이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