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 '운용사' vs 랩 '증권사' 구도
[뉴스핌=박민선 기자] 자문형 랩이 간접투자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간의 대립 관계도 고조되고 있다.
펀드 시장은 주식형 기준으로 지난 2008년말 140조원을 넘어섰던 설정액이 지난 1월말에는 100조원대가 붕괴되는 등 꾸준히 자금 이탈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자문형 랩 시장은 지난 1년간 10배 이상 성장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펀드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간접투자시장의 수요를 자문형 랩에 일부 내어주게 되자 랩 시장 확대를 경계하는 운용사측과 랩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증권사간의 마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 금감원의 변덕, '누구' 때문에…
특히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적립식 자문형랩 판매를 금지시키자 증권가의 예민함은 더해지고 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랩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부 대형사들은 최근 한두달 사이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꾸준한 투자를 유도하고 나섰다.
고액자산가들이 랩 상품 가입 이후에도 장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추가 적립이 가능하게 설계함으로써 기존 고객들의 자금을 한층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에서 출시된 것이다.
실제 판매를 시행했던 일부 증권사들로 출시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됨으로써 실시간 매매 상품인 랩의 강점을 십분활용, 투자층을 넓히는 재미를 봐왔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금감원의 '판매 금지' 조치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이를 위해 시스템 개발이나 다양한 상품 개발을 준비해왔던 증권사들은 하릴없이 손을 놓게 돼 버렸다.
금감원이 판매 금지 조치를 시킨 이유는 바로 '적립식'이라는 상품의 성격이 기존 펀드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하락장이 연출되면서 주식을 50~60%만 담고 나머지는 채권 등으로 유동적 운용을 함으로써 일반 주식형 펀드와는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운용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적립식 랩은 기존 랩과 같은 성격에다가 투자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자금을 넣을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 대응에 더 바람직한 상품"이라며 "포트폴리오의 범위 자체를 보다 크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등으로 유형이 정해진 기존 펀드 상품들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운용사 쪽의 해석은 다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랩이라는 것이 본래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상품인데 적립식랩으로 자금을 받는다면 사실상 관리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결국 랩의 특성은 잃고 펀드와 차별성 없는 상품이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이번 조치를 두고 증권사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바로 운용사의 건의에 따른 조치라는 후문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경우만 해도 며칠 전까지 판매를 승인해놓고 급작스레 금지를 선언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특히 이번 적립식 랩 판매중지 결정에 모 금융전문 그룹의 '작업'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말마저 업계내 나돌아 펀드운용사와 랩 운용 증권사간의 긴장감은 더해지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거치식펀드 시장을 자문형랩에 빼앗기고 난 뒤 적립식펀드 투자층마저 랩 시장에 빼앗길 위기에 놓이자 당국에 항의를 한 것 같다"며 모 그룹의 '보이지 않은 손'을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운용보수에 대해서는 인하 노력을 하지 않고 오로지 판매사만 보수 인하 압박에 시달려 적자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스스로 생존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고 당국에 '로비(?)'를 함으로써 상품 판매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고 비판했다.
현재 증권가에는 적립식 자문형 랩의 판매중지는 모 금융전문 그룹이 자사의 이해관계를 따져 직간접적으로 활동을 한 결과라는 이른바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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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