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2010년 채권금리를 예기치 못한 수준까지 끌어내린 주역은 외국인이 꼽힌다.
WGBI편입에 대한 기대 및 원/달러 환율 하락전망으로 외국인은 거침없는 바이코리아(Buy KOREA)를 전개했다. 중국 등 주요국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도 이를 부채질 했다.
"글로벌 양적완화로 유동성은 넘쳐나지만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돈이 갈만한 나라가 펀더멘털이 좋은 우리나라 정도"라며 당연한 귀결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새해엔 사정이 약간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 부족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WGBI편입은 180도 뒤집어진 시장상황에 무위로 돌아갔다.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세 부과, 은행세,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등 오히려 들어오는 자본을 통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규제들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멈출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높은 금리 수준으로 인한 재정거래 기회가 여전하고, 원화강세의 기조도 유효하다.
더욱이 경제 펀더멘털이 좋고, 물가상승압력이 높아 금리인상이 머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는 지적들이다. 금리인상 자체는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을 키우겠지만 통화가치가 절상되면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원화채에 대한 수요를 점치게 한다.
특히 세계최대 외환보유고를 지닌 중국의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내년초 1억달러 규모의 한국전용투자펀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한국에 대한 매력도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2010년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유동성은 새해에도 풍부할 것인데 반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원화채의 매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외국인의 원화채 사랑이 올해만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규제가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상징적으로 매수심리를 위축시킬수 있다. 덩달아 이를 따르는 매수마저도 줄어들 여지도 있다.
대우증권의 김일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 같은 나라, 성장률이 높고 시장금리도 다소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나라의 국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려 하는 것은 그만큼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것이므로 통화가치가 절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런 나라의 경우 단기적으로 채권값이 떨어져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채권평가손은 사라질 것이고 통화가치 절상으로 얻는 이득은 훨씬 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부증권의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WGBI 편입국 후보군인 AMI(Additional Market Index), 그리고 국채시장 규모와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해 글로벌본드펀들의 관심대상이 될수 있는 35개국을 선정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재정수지,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의 건전성 ▲인플레를 고려한 성장 ▲유동성(국채시장규모) ▲수익성(FX저평가, 국채 10년 금리수준) ▲신용위험 등 8개항목을 대상으로 순위를 산출한 결과다.
신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복원과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자본유출입규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원화강세에 베팅한 외국인의 장기채권매수는 1000~1050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2010년은 글로벌 채권투자의 매력도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성장성과 안정성이 돋보인 한해였고 2011년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순투자규모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050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새해 3분기 이후 이익실현 레벨에 들어가게 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의 신동수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장률, 리스크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국내 채권투자 메리트는 여전히 높다"며 "2011년에도 글로벌 유동성 여건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상의 어려움이 없는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외자유입규제 등으로 인해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과거보다 위축될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규제로 인해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해처럼 외국인의 우호적 수급여건에 의한 시장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화증권의 박태근 애널리스트는 "일정 수준의 규제행위로 WGBI편입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해외 연기금 등 중·장기 WGBI 추종자금의 잠재유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 통화간 상관계수가 높은 정(+)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의 저평가 인식이 강하다고 보면 중·장기적인 매수 유인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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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