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유용훈 특파원] 국제 유가가 25개월 최고치를 기록하며 배럴당 90달러에 한층 다가섰다.
특히 유가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여부가 관심을 끌고있다.
현재 OPEC 12개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넘고 있으며, OPEC은 지난 2008년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하며 감산을 결정한 뒤 2년째 하루 평균 2484만배럴의 생산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과연 12월11일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리는 OPEC 회동에서 증산이 결정될 수 있을까?
국제 유가는 11일 배럴당 88.63달러까지 상승,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미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에 따른 달러 약세 추세 분위기와 중국의 수요증가, 미국의 주간재고 급감 재료가 유가를 지지한 데 따른 것이다.
다음은 최근 유가 강세에 따른 OPEC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정리한 것이다.
△ 변화 없을 것
OPEC는 최근 유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산량을 조정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있다.
VTB 캐피털의 상품전략가인 안드레이 그리우첸코프는 "OPEC이 유가가 90달러 위로 올라서도 (증산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OPEC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미 감지됐다. 주요 OPEC 관계자들이 배럴당 90달러 수준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알리 알-나이미는 이번 달 초 "배럴당 70~90달러는 소비자들이 편안해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70~80달러 수준이 이상적이라던 입장에서 변한 것이다.
또 IMF의 관계자도 소비자들이 현 유가수준을 견딜 수 있어 유가 상승세가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쓰비시의 리스트 매니저인 토니 누난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거나 재고 수준이 급감하지 않으면 OPEC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유가 상승을 즐기고 있으며, 추가 상승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리비아는 유가가 100달러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베네주엘라는 내년 유가 전망치를 90~10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 비공식적인 증산
공식적으로는 정책 변경이 없을 수 있지만 유가가 하락하지 않는 한 생산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며 이전에 합의했던 감산 목표치만큼 생산량이 늘 수 있다.
OPEC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유가 급등세에 이은 하루 420만배럴 감산 결정을 했지만 실제 감산은 51%만 지켜졌었다. 즉 OPEC은 이미 목표량보다 하루 200만배럴 이상을 더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증산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증산에 따른 생산시설 문제도 거의 없는 상태다.
OPEC은 현재 지난 번 감산 결정으로 인해 하루 600만배럴 이상의 생산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우디의 생산시설이며, 쿠웨이트와 UAE의 일부 생산시설도 가동되지 않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수요 증가에 따른 것 보다는 미국의 달러 약세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우세할 경우, 쉽게 증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 증산
시장분석가들은 OPEC이 생산 목표치를 상향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란데스방크의 프랭크 샬렌베르그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하며 생산쿼터에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OPEC 회원국들은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OPEC의 입장에서 보면 수급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 OPEC은 글로벌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OPEC은 보다 확실한 수급상황을 확인하려는 입장이며, 겨울철 수요가 예상보다 강력할 경우 증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
[Reuters/NewsPim] 유용훈 기자 (yongh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