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뉴스핌=안보람 기자] 한국은행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됨에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위험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4일 '금융안정보고서'(제16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리먼사태를 전후해 대규모로 유출됐던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2009년 하반기 이후 다시 유입되고 있다"며 "2010년 들어서도 유입세가 지속되면서 9월말 현재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이 사상 최고수준인 75조원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말 4.3%에서 2010년 9월말 6.7%로 빠르게 상승한 상황이다.
한은은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성격도 최근 변화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및 유럽계 투자회사의 글로벌채권펀드와 아시아 중앙은행 등 비교적 중장기 자금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2007~2008년중 태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던 재정거래 목적의 단기투자는 외화자금사정 개선에 따른 재정거래유인 축소 등으로 소폭 유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런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움직임은 향후에도 중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유입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의 양적 완화정책에 따라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시장국에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양호한 재정건전성, 풍부한 채권시장 유동성 등으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국내 가격변수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최근 외국인은 장기 국고채를 집중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buy&hold)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물환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환율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로 자본시장과 외환시장간 연결고리가 과거에 비해 강화됨에 따라 금융시장 상호간 연계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시장간 연계성 강화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개별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외국인 투자를 매개로 여타 시장으로 확산됨에 따라 작은 불안요인에도 가격변수 전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환율 변동성을 더욱 크게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완화함과 동시에 급격한 유출(sudden reversal)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중 일부가 원화절상 기대하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환율전망이 일방향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거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자금의 일시 대규모 유출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환보유액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외환건전성 제고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은은 "외환건전성 제고는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Global Financial Safety Net)과 같은 국제공조체제구축을 위한 논의를 계속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