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전회장의 퇴진선언은 삼성 안팎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그동안 20여년간 삼성 2세 경영의 축을 구축했던 이 전 회장의 퇴진으로 인한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이 전 회장이 퇴진한 이후 지난 1년간 삼성의 방향키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절차가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게 삼성과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삼성경영쇄신 이행성과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특검수사는 삼성을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었다. 지난해 4월 22일 이 전 회장은 삼성특검수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퇴진선언을 포함한 10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당시 경영쇄신안 골자는 ▲이건희 회장 퇴진 ▲홍라희 관장 퇴진 ▲ 이재용 전무 CCO사임및 해외시장개척 ▲전략기획실 해체 ▲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퇴진 ▲차명계좌 실명전환등 처리 ▲금융사업 투명화 ▲삼성과 직무상 연관있는 인사 사외이사 선임배제 ▲지주사와 순환출자 해소검토 ▲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대외대표등 10개항이다.
실제 이 전 회장은 경영쇄신안 발표 뒤 대부분의 삼성 직함에서 빠졌으며 전략기획실 해체와 함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도 올해 초 모두 실명전환을 마쳤으며 '은행업 진출 않겠다'고 수시로 재천명한 상태다.
다만 지주사와 순환출자 해소는 여전히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
물론 경영쇄신 당시에 지주회사 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순환출자 역시 삼성카드 보유의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 매각하는등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큰 방향에서 제시된 안 이다.
삼성측은 이와관련, "10대 경영쇄신안은 발표 뒤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대부분 이행됐거나 추진되고 있는 사항"이라며 대부분 이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시험대 오른 삼성경영모델
지난 1년간 이건희 전 회장퇴진과 전략기획실해체라는 경영쇄신안은 삼성을 또 다른 시험대에 올려 놓았다. 또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를 비롯해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 등를 설치했다. 이 전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대신 이수빈 회장등 집단지도체제가 새로운 경영모델로 선보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오너중심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들이 주축이 된 삼성경영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은 이 전 회장 퇴진이후 적잖은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세대교체다. 기존 60대 이상의 CEO들이 전면에서 모두 물러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고 글로벌 경기위기와 맞물려 현장경영을 위한 인력전진배치가 이뤄졌다.
근무분위기도 과거와 달리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정장차림의 근무복을 대신해 캐주얼복장이 가능한 근무복자율화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에 맞춘 자율출근제등의 근무환경이 조성됐다.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서 이 전 회장이 밝힌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는 말처럼 삼성은 지난 1년간 모든 분야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 삼성, 새경영모델 성공?
삼성이 경영쇄신 이후 새롭게 도입한 전문인 중심의 경영체제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초기 시행의 거부감이 작용인 탓 인지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
일단 이 전 회장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삼성의 의사결정지연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과거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둔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수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나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투자조정위원회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등의 효율적인 운영이 아직 빛을 내지 못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사례는 최근의 정부정책기조에서도 역행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청한 상황이지만 삼성최고경영진의 입장은 냉소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국내 주요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투자규모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투자만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복귀설을 점치고 있지나 현시점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직 대법원 '삼성사건'의 최종 판결이 안나온 상황에서 다소 이르다는 여론이 높기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상 문제도 부담이다.
삼성이 시도한 새로운 경영모델이 어떤식으로 가닥을 잡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