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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골인 직전 맨홀 빠진 한미 FTA

기사입력 : 2007년06월09일 18:44

최종수정 : 2007년06월09일 18:44

마라톤 선수가 골인 직전 승리의 'V'포즈를 취하려는 순간, 맨홀에 빠졌다면 어떨까? 그것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수많은 사진 기자들이 포토 플래시를 터뜨리려는 순간이었다면?

지난 주 후반 정부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 홈페이지(Korea.kr)는 한미 FTA 협정문 공개 보도자료를 올렸다.

이를 통해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이면합의, 독소조항 등 불필요한 의혹을 살 소지를 아예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FTA 협정문의 사전 공개는 "기존 FTA나 다른 통상협정의 경우 체결이나 발효 이후 공개되는 것이 관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측 협상대표단인 USTR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미 FTA 협정문을 공개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더 이상 숨기고자 해도 숨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정부는 다소 갑작스럽게 기자 회견을 열고 한미 FTA 협정문의 내용을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 당국은 미국 측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인터넷 상으로 협정문 전문을 공개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대표단도 거세지는 의회의 재협상 압박에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 TV방송에서는 이 협정문이 지난 4월 초 한미 FTA 협상 발표 당시에도 존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글본은 없다"고 결정적으로 거짓말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협상 완료 직후 정부는 국회의원들에게 필기도구 없이 모니터로만 1000여 쪽의 협상문 영문본을 보여주는 촌극을 벌였다. 당시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하지만 대표단은 '끝까지 진지 사수'를 외치다 이젠 벼랑 끝에 매달린 꼴이다. 국민은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 그 누구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은 없다.

FTA 협상 직후 한나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해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김현종 본부장과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를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역시 아직은 '낮은 포복'으로 일관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당분간은 정부를 선뜻 나서서 구제해 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장고끝의 악수"도 작용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주 갑작스럽게 정부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여기에 국무회의 모든 장관들도 들러리를 섰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에 일간지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모든 기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오히려 더 경쟁적으로 더 많은 분석 기사를 쏟아 냈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뜻하지 않은 기자실 폐쇄의 역풍까지 맞은 셈이다.

만약 미국이 예상대로 보도자료 정도로 적당히 뭉뚱그려서 큰 덩어리만을 공개했다면 정부 전문가들도 적당한 선에서 '립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FTA 협정 체결 발표 직후 한 달 여 동안 정부는 한미 FTA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일단은 아주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는 듯이 보였다. 농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정부에서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국민들은 기꺼이 "앞으로 다가올 과일을 싸게 먹게 되는 세상을 꿈꾼다"는 보도와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라도 기꺼이 먹겠다"는 믿음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1년 3개월을 끌어온 마라톤 협상이 최종 골인 지점을 불과 몇 미터 앞에 두고 미국 측의 때 아닌 협상문 공개 라는 돌발변수에 걸려 피니시라인 직전에서 맨홀에 쑥 빠져버린 꼴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많은 독소조항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종별로 감춰진 사실들을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정부의 답변이나 해명은 지켜보기만으로도 안쓰러울 정도다. 지금 협상 체결 직전처럼 다시 TV토론을 한다면 과연 정부의 누가 나와서 서슬이 시퍼런 질문에 응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사실 최근 공개된 내용을 보면 도무지 협상다운 협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도 마치 대단한 드라마의 주인공인 듯 포장됐던 통상전문가들, 그리고 국민의 민심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가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고만장했던 기획홍보 전문가들이 노무현 시대의 마지막을 비장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삐끗하면 더 이상 내세울 만한 치적이 없다. 주가가 세 배 이상 올랐다는 것은 노 대통령의 치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 것에 따른 비아냥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경제지표는 나아져도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게 패이고 있다.

배울만큼 배운 젊은이들은 일거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렸다. 10년 전, 25세 대졸이면 취직이 '턱턱' 잘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35세가 되어도 취직 자리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실업 타계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 인턴쉽이나 봉사활동 등에 참여한 경력을 이력서에 밝히면, 오히려 그 기간동안 할 일 없이 놀았다는 것이 되어 취업에 부작용으로 작용한다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오랫만에 그야말로 골인 직전에 있던 정부로서는 참으로 통탄할 지경이다. 직접적으로는 미국 대표부가 거의 다 된 밥에 재를 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본질적 원인은 협상의 세부 내용들을 비판받기 싫어 내놓지 않고 감추고 숨기고 적당히 포장해서 넘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정부에 있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내용이라 어렵다며 공개도 설명도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무시했고 민심을 호도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국민들은 완전히 신뢰를 잃고 더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된 마당에 결과론이지만 정부 당국자들이 좀 더 일찍 미국 USTR 대표부처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국가 기밀이라며 지킬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소상히 사실대로 밝히고 동정론 전략을 폈어야 옳지 않았나는 잔념도 든다.

오늘의 상황을 바라보는 노대통령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이 마당에 자신이 직접 나서 정책 브리핑을 하고 싶을까? 인터넷으로 협정문이 공개되면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될 지조차 챙기지 못한 고위 당국자나 그들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착잡할까? 이젠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애틋한 동정과 연민이 느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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