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펀드 등 수익률 곤두박질.. 마케팅에만 집착
특정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정그룹펀드란 삼성, 현대, SK그룹 등 내노라할 만한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올초 한국운용이 운용하는 삼성그룹주 펀드가 인기를 얻으며 2조원이상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자 많은 운용사들이 유사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
하지만 펀드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품은 고객 수익률 보다는 회사의 마케팅차원에서 생겨난 상품으로, 개인들이 그룹 브랜드만 믿고 투자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그룹펀드의 인기를 촉발시킨 '삼성그룹주펀드'의 경우 올 상반기주식형펀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며 수익률 상위권을 휘쓸었지만 최근 삼성계열사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3개월 수익률은 주식형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룹주 경쟁 치열 = 운용사별로 특정그룹에 투자하는 펀드경쟁이 치열하다. 첫 단추는 한국운용의 '삼성그룹 주식펀드'였다. 이후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현대히어로 펀드 영웅시대' 등이 출시됐다.
이후 삼성그룹 주식펀드가 승승장구하자 최근 미래에셋의 국내 5대그룹 우량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 5대그룹주 주식형펀드', 우리CS운용의 '우리 SK그룹 우량주플러스 주식형 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 상품은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상위 5대그룹 주식에 투자해 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5대 우량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한다.
12월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5대 그룹소속 상장주식 중 기업이익과 성장률을 근거로 투자 종목군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또 우리CS운용의 SK그룹관련 펀드는 전체 주식투자 금액의 50%이상을 11개 SK그룹 종목에 투자한다.
SK, SK가스, 대한가스, 부산가스, SK텔레콤,, SKC, SK케미칼, SK증권, SK네트웍스, IHQ로 에너지, 통신, 화학, 증권업종 등으로 분산돼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수익률 전망은 장밋빛일까.
◆ 특정그룹 펀드 수익률 '시들시들' = 현재 한국운용서 내놓은 삼성그룹 관련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는 무려 7개에 이른다.
하지만 수익률은 저조하다. 상반기 수익률 상위권을 줄곧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섹터펀드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한국운용서 내놓은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7개의 성적을 보자. 이들의 최근 1개월, 3개월 수익률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그룹리딩플러스 종류형 주식1클래스C'만 1개월 수익률 0.92%를 기록하는 정도다. 주식형 평균 수익률이 1.7%~3.68%임을 감안하면 그간 인기를 무색케하는 수치다.
특정그룹펀드란 여러 업종에 분산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종목 선택을 동일 그룹 내에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1월 출시돼 2년여 운용한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1클래스A'는 운용규모만 무려 1조9480억원다. 한국운용의 삼성그룹 관련 펀드의 총 운용규모는 2조5천억원을 상회할 정도다.
하지만 상위권을 맴돌던 이 펀드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주식형 평균 수익률(3.68%)에도 못미치는 -1.76%, 1개월 기준으로 주식형 평균 수익률(1.70%)에도 못미치는 -1.63%의 수익률에 그쳤다.
또한 현대그룹 계열에 투자하는 '현대히어로 영웅시대 주식1'는 이보다 더 못하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이 펀드의 설정액은 206억원. 연초대비 수익률이 -5.63%다. 일반 주식형 평균(0.7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현대히어로 영웅시대 펀드의 경우 초기부터 운용하던 담당 펀드매니저의 갑작스런 퇴사로 한동안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케팅 측면 커... 매니저간 우열 가리기도 어려워" = 제로인 우현섭 펀드 애널리스트는 "특정하게 투자그룹을 한정할 경우 회사의 마케팅입장에선 좋지만 고객들로선 유리할 게 별로 없다"며 "운용사들이 평소에 펀드를 잘 운용했다면 이같은 펀드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특정그룹에 투자하는 펀드가 생겨날수록 펀드매니저간의 실력 차이도 모호해진다.
보통 매니저에 따른 수익률 편차가 큰 데 특정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같은 매니저의 역량이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룹이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올라가지만 이는 펀드매니저의 성과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한편 운용업계 한 펀드매니저의 경우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할 경우 비중이 달라서 그렇지 일반펀드도 그만큼 관련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수익률에 문제는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중형주가 움직일 때 대형주는 반대 흐름을 보일 수 있는데 이때 특정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특정그룹 펀드가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이같은 트렌드가 한동안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이어 "그나마 삼성이나 현대그룹 관련 종목은 나은 편"이라며 "그 이하의 그룹(LG, SK, 롯데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계속해서 나올 경우 섹터펀드의 한계점을 더더욱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