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예상치 못한 반도체 수주액의 증가로 인해 美 반도체업종주들이 7월 저점에서 대폭 상승한 상태지만, 연말 수주동향이 부진한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상당 폭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버트 W. 베어드(Robert W. Baird & Co.) 소속 분석가들은 31일 배런스 온라인(Barron's Online)에 기고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12월 노어(NOR) 플래시 메모리 수주액이 지난 3/4분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리드타임(lead time, 공기)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통상 노어 플래시의 경우 저가형 아나로그 및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 등의 제품과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일부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비용절감 계획 혹은 인력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사의 아이팟 8기가 나오 제품매출이 약한 편으로 알려지는 등 11월에 가격하락이 예상된다고 이들은 예상했다.
로버트 베어드는 이에 따라 지난 주 11개 반도체업체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데 이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대한 투자의견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며 샌디스크(SanDisk)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디지털TV 시장의 약세와 지난 2004년 여름 경험한 이 시장의 급격한 둔화 양상을 비교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행지표가 된 이 시장에서 한 분기 정도의 재고조정으로 과거와 같은 전반적인 반도체시장의 수요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말 수주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업체의 공기가 생각보다 크게 줄어든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내년 1/4분기 전망도 우려된다고 베어드의 전문가들은 밝혔다. 1/4분기 전망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업체들의 향후 실적전망은 잘해야 현상유지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지난 7월 저점에서 약 12%나 급등한 상태인데, 이들이 보기에는 8월 OEM 업체들의 수주액 반등 때문에 즐거운 나머지 4/4분기 수주동향이 실망스러웠다는 악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8월 수주액 반등은 주로 재고조정과 신상품의 출시에 따른 것으로, 실질적인 최종수요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에 하반기 의미있는 계절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베어드의 주장이다.
더구나 1/4분기는 계절적으로 취약한 시점이라 반도체업종지수의 상승재료가 되기 힘든 점을 고려한다면, SOX는 연말까지 내년 미국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상당 폭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한편 2004년의 경우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 초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주문량이 두 배로 급증하고 유통망에 재고가 대규모로 축적되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TSMC 등의 공장가동률이 2004년 초반과 같이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통망의 재고가 크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베어드의 전문가들은 최근 재고축적은 주로 전자제조업체나 OEM 그리고 일부 소매업체들에 집중되어 있으며, 따라서 초과공급보다는 수요약세가 배경이 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에 다수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을 준공하고 있는 등 다시 한번 초과공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