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제국과 러시아이 패권을 놓고 다투던 "거대한 게임"의 전장이었던 중앙 아시아가 다시 한번 석유라는 전략적 자원을 중심으로 21세기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3국의 "다극화 시대"의 전략적 싸움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프레드 켐프(Fred Kempe)는 16일자 "Thinking Global" 칼럼("Central Asia Emerges As Strategic Battleground")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1990년 냉전의 종결 이후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가 점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대신,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석유에 도취된 러시사와 미국이 중동에 뿔을 맞댐으로써 이 지역은 다시 한번 글로벌 전략 중심지로 부상했다.켐프 이런 점에서 부시행정부의 숨은 실력자 딕 체니(Dick Cheney) 미국 부통령이 최근 리투아니아에서 행한 '러시아 때리기' 연설이나, 카자흐스탄에서 보낸 메시지는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 수세에 몰린 미국, 새로운 전략적 변화 시사 중특히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체니 부통령은 미국의 정책이 단순한 과거 원칙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자원을 통한 위협 혹은 공급 조작 내지 운송을 독점하려는 시도에 대항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언급을 내놓았다.석유업계의 실력자였던 체니 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나자르바예프(Nazarbayev)와 손잡고 에너지협력관계를 강화하였으며, 이 중에는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송유관을 건립함으로써 러시아를 배제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이는 중동의 유럽 가스수출을 억압하는 러시아의 정책을 돌파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사실 체니의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 일정은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가 백악관을 방문한 뒤에 이어진 것이다. 알리예프는 인접국들과 같은 석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이다.궁극적으로 이라크에서 전환을 꾀하는 미국의 "새로운 거대한 게임"의 내용은 승리전략이 아니라, 중국의 야심과 러시아의 반격이 현실화되지 못하도록 가로막자는 저지전략이라고 켐프는 파악했다.이 분야 전문가인 허드슨 인스티튜트(Hudson Institute)의 제이노 바란(Zeyno Baran)은 "미국이 게임에서 밀리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며, "체니의 중앙아시아 방문은 과감한 변화시도였다. 이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게임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화 진전' 노선에서 현실정치로 이동이처럼 백악관이 나자르바예프와 알리예프를 포용한 것 또한 미국이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을 이간시키는 결과를 낳은 '민주화' 노선에서 현실정치로의 선회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켐프는 지적했다. 나자르바예프는 반대파를 억압하고, 가족을 배불리기 위해 천연자원의 부를 활용하는 독재자지만, 그는 또한 소비에트의 정치수감소 및 핵폐기물 처리장이었던 지역경제를 지난 5년간 연 10%의 평균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로 전환시켰으며 개혁과는 거리가 먼 나라에 실질적인 발전을 이룩한 인물로 평가된다.그는 중국 및 서방과의 에너지 협약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과이 균형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를 반민주적 국가로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권위주의 정부를 지원하는 위선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 관계자들은 아직도 지역의 장기 안정은 민주적 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부차가 원칙을 뒤덮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견단을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켐프는 설명했다.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중동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키르기스탄 등에서의 서방이 지원한 민주주의 혁명의 전염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을 확약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승리를 거둔 바 있다.관건은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방대한 에너지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부여잡는 것과, 이란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군사기지의 활용성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균형잡기 등이라고 한다.이슬람 과격파들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또 단기적인 이득을 위해 지역의 독재자들은 지원하는 것은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라는 문제를 재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은 이 지역을 포기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이며, 지역에 인권과 민주적 변화에 관심이 없는 세력들만 남기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하이협력기구의 위협 vs.'NATO 협력방안' 힘 얻나미국의 앞날에 위험으로 부상하는 한 가지 세력은 바로 중국이 주도한 상하이협력기구(SCO)다.이 기구는 중국이 2001년 미국의 영향력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키스탄 등 4개 지역국가와 미국을 배제하고 러시아를 가담시켰다. 이란에게는 참관국 자격이 주어졌다.지난 해 7월 SCO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에게 미국으로 하여금 911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을 위해 마련한 최상의 군사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청할 것임을 확약했다.카리모프는 이미 이 회의에 참석하는 순간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에 있었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전 해 5월 저항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에 대해 국제기구의 조사를 지지했기 때문이다.미국이 군사기지를 잃었다는 것은 점점 복잡해지는 지역 정세 속에 미국이 갈수록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러시아가 3개 세력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진 것은 푸틴이 에너지 제국으로 성장하는 데서 중앙아시아를 관건으로 삼고 모든 노력을 집중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켐프는 강조했다. 모스크바의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Gazprom)은 중앙아시아의 자원이 아니라면 2009년 이후에는 유럽국가들과의 계약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푸틴은 또 이 지역에서 당근과 채찍 정책을 구사하는데 능숙한 것으로 평가된다.한편 중국은 편의에 따라 러시아와의 동맹을 통해 자원을 획득하고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증대에 대항하는 게임을 오래동안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눈부신 경제적 성공과 독재의 유지라는 혼합물이라는 인상을 주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라고 켐프는 지적했다.허드슨의 바란은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는 뭐하러 하나'라고 반문한 뒤부터 이들을 특별대우하고 있는 중"이라고 상황을 소묘했다.미국은 서방과의 긴밀한 관계 지속, 유럽과 미국 시장 그리고 기술과 금융으로의 접근 등을 이러한 비대칭적인 전투에서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또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은 또한 중국의 동기와 러시아의 위기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서방이라는 균형추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이 때문에 나토(NATO) 협력 구상이 매력적인 입지를 얻게 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들 나라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극단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고 말했다.켐프는 "중국인 떼거리가 몰려오면 러시아인들이 네 아빠처럼 보일게다"라는 카자흐식 경구가 지금 상황에 잘 어울린다며, 이는 미국 아저씨(Uncle Sam)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는 미국이 다극화된 세계의 보다 많고 위협적이며 집중적으로 덤벼드는 경쟁자들이란 해결과제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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