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홍의정 감독과 김윤석·구교환은 30일 영화 ‘폭설’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역에서 의문의 시신을 둘러싼 미스터리 드라마다
- 김윤석과 구교환은 퇴직 역장과 후임 역무원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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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정 감독 "관객의 판단과 고정관념 흔들고 싶었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장르를 불문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김윤석과 독보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온 구교환이 다시 만났다. 영화 '모가디슈'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두 배우는 영화 '폭설'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과 새로 부임한 후임 역무원으로 만난다.

3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폭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홍의정 감독과 배우 김윤석, 구교환이 참석해 작품과 캐릭터,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와 새로 온 후임 현택(구교환)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홍 감독은 "고립된 공간에서 아주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며 "두 사람이 펼치는 생존 게임 같은 미스터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리도 없이'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선보이는 홍 감독은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꿈같다"며 "첫 번째 영화의 결과에 따라 두 번째 영화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좋은 시나리오도 많이 받았지만 제 마음을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흔든 것이 '폭설'이었다"며 "시선이 바뀔 때 이야기와 서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흥미롭게 생각하는데, '폭설'이 그것을 잘 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 역시 시나리오의 힘에 끌렸다. 그는 "군더더기가 완전히 빠지고 피와 뼈만 남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났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시나리오가 한 번에 술술 읽혔고 글자를 행위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모가디슈'에서 함께했던 윤석 선배님과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당시 많이 배우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었는데 다시 그런 기회가 생겨 더할 나위 없었다"고 웃었다.
김윤석이 맡은 갑수는 오랜 세월 설오역을 지켜온 역장이다. 과거 석탄 산업이 활발할 당시 많은 열차와 역무원이 오가던 설오역은 석탄 수요가 줄면서 하나둘 사람이 떠나고 건물도 사라져 이제 작은 역사만 남았다.

김윤석은 갑수를 "설오역의 산증인"이라고 표현했다. 홀로 주변의 약초 등을 모아 담금주를 만들고 매일 업무일지를 자신의 일기처럼 써 내려가며 역을 지켜온 인물이다. 퇴직을 하루 앞두고 후임 현택을 만나 인수인계를 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한다.
그는 "이 작품은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신세대와 구세대,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수를 연기하면서는 자신의 나이와 주변 사람들의 변화도 떠올렸다. 김윤석은 "갑수는 언젠가는 외로워질 사람이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떠나고 나를 대체할 새로운 사람이 와서 내 자리를 차지하는 날을 기다리는 인물"이라며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비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교환이 맡은 현택은 갑수의 후임으로 설오역에 부임하는 인물이다. 그는 "설오역 자체가 곧 갑수라고 생각했다"며 "현택은 갑수의 모든 것을 알고, 흡수하고,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폭설'을 '감정적인 재난 영화'라고 표현했던 구교환은 이날 이를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는 영화"라고 정정했다. 그는 "어떤 장면이든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라며 "유머도 있고 미스터리도 있는 종합적인 장르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모가디슈' 이후 다시 만난 두 배우는 한층 편안해진 호흡을 자랑했다. 김윤석은 구교환을 '피터팬 같은 배우'라고 표현하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구교환 역시 김윤석과 작업하며 배우로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님과 '폭설'을 작업하면서 장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장면을 어떻게 풍성하게 만들지, 인물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선배님의 연기를 통해 배웠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머무는 설오역 역시 영화에서는 또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한다. 홍 감독은 "설오역도 한때 젊고 활발했던 시절이 있는 인물처럼 보였으면 했다"며 갑수의 시간이 쌓인 공간인 동시에 폭설 속에 홀로 남겨진 외딴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담금주와 수석, 오랜 시간 쌓인 업무일지 등 소품에도 갑수의 세월을 담았다. 김윤석은 "소품 하나하나가 갑수의 나이 든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다"고 했고, 구교환은 역무원 유니폼을 입는 순간 "나도 설오역의 한 사람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고립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을 통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뿐 아니라 블랙코미디까지 넘나든다.
홍 감독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사람은 잘못되거나 불안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인물들은 심각하게 선택하지만 관객에게는 피식 웃음이 나오거나 걱정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자기 생존과 안위를 위해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폭설'을 '희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 영화의 인물들은 강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희비극이 나타난다"며 "어떤 관객은 웃으면서 볼 수도 있고 어떤 관객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판단과 고정관념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그는 "익숙해 보이는 캐릭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제 시선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며 "관객들도 '내 판단이 맞았나', '이 사람을 응원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