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적용 기준 혼란이 이어졌다
- KISO는 AI로 제작된 5·18 왜곡 가짜 신문 등 3건을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했다
- 대형 로펌들은 판례 부족으로 언론사 자문 변화가 없고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언론사 자문 제한적…판단 사례 적은 시행 초기
전담 TF부터 기존 언론팀까지…로펌별 대응 정비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유포에 최대 5배의 가중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7·7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넘겼다. 하지만 가중 손해배상 등 적용 범위를 놓고 아직까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시행 이후 실제 법 적용 대상과 함께 중복 규제 가능성에 따른 후속 입법 필요성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개정 정보통신망법(7·7법)이 시행된 후 대형 로펌들은 언론사 고객의 자문 수요에 아직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판례가 쌓일 때를 대비해 대응 체계를 다듬는 모습이다.
7·7법은 지난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으로, 허위·조작 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법이다. 신설된 조항에 따라 법원 판결로 확정된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 언론 사칭 AI 가짜 신문, 첫 허위조작정보 판정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달 22일 심의 요청 게시물 11건 중 3건을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했다. 법 시행 이후 KISO가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해 회원사에 삭제·접근차단 조치를 요청한 첫 사례로, 이 중 하나는 AI로 만든 가짜 신문 지면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게시물이었다.
지난 5월 확산한 해당 이미지는 누렇게 빛이 바랜 신문 지면에 '광주일보' 제호와 '1980년 5월 20일'이라는 날짜를 붙여 실제 과거 기사처럼 꾸몄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무기고를 탈취하고 계엄군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광주일보는 그해 12월 창간해, 해당 날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8월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이용해 가짜 신문 이미지를 제작한 20대와 이를 소셜미디어 등지에 유포한 40~60대 중간 유포자 5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처럼 민간 자율규제 기구인 KISO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네이버·카카오 등 회원사가 요청한 게시물이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는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의하고, 회원사에 삭제·접근차단 조치를 요청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는 게시물 유통에 대한 1차 조치일 뿐, 손해배상 책임 등 법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법원이 가린다.
광주일보 사례처럼 언론사는 제호를 도용당하는 '피해자'인 한편, 자체 보도에 대해서는 법정 요건 충족 시 최대 5배 가중손해배상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처지에 놓였다.
로펌들은 언론을 사칭한 가짜뉴스에도 주목한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동하 파트너 변호사는 "아직 AI 가짜뉴스가 문제 돼 자문을 제공한 적은 없지만, 이런 종류(광주일보 사례)의 가짜뉴스가 생성된다면 민·형사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지연 태평양 TMT그룹장은 "AI 가짜뉴스라고 해 일반적인 가짜뉴스와 별도의 대응 절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유형은 실제 언론사의 보도인 것처럼 외관을 구성해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특성이 있으므로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보다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조작이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내용의 진실성뿐 아니라 보도의 출처와 작성 주체의 진정성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뚜렷한 변화 없다"…언론사 직접 자문은 아직 제한적

뉴스핌 취재 결과, 율촌·세종·광장·태평양 모두 법 시행 이후 언론사 자문 수요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광장 관계자는 "7·7법이 시행된 이후 언론사 고객 대상 자문이나 관련 문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했고, 율촌 관계자도 "구체적인 자문이나, 언론사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얘기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세종 관계자도 "언론사 차원의 법률 검토나 실제 분쟁 사례에 대한 자문 요청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는 업계가 새 규제에 무관심하다기보다, 법 시행 초기라 실무상 판단 기준과 사례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7·7법의 핵심 제재인 가중배상은 민사 소송을 통해 법원이 개별 사건마다 판단하는 구조다. 소송을 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최대 5배 배상이 인정되기까지의 문턱은 낮지 않다. 구독자 10만명 이상 등 규모 요건을 갖춘 게재자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정보를 퍼뜨려 실제 피해까지 냈다는 점을 원고가 모두 입증해야 한다.
단순한 사실 오류나 의견 표명만으로는 가중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정한 정보는 가중배상 대상에서 빠지고, 오로지 '공익을 위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배상책임 자체를 지지 않는다. 언론사로서는 고의와 공익의 경계를 가를 첫 판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대 10억원 과징금은 그보다 한 단계 뒤에 있다. 법원 판결로 허위조작정보 등으로 확정된 내용을 다시 '2회 이상' 유통해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부과할 수 있다. 확정판결과 반복 유통이 모두 전제돼 실제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제재마다 요건이 다르고 판례도 아직 쌓이지 않은 만큼, 업계 역시 규제가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될지 살피며 대응 방향을 가늠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그룹장은 "현재까지 언론사의 보도 전 법률 검토나 내부 대응 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직접 수행한 자문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가짜뉴스 관련 규제의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 신고 및 분쟁 대응 절차 등에 관한 법률적 검토는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구체적인 집행 사례가 축적됨에 따라 언론사의 사전 예방 및 사후 대응 체계 정비와 관련한 법률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새 조직 꾸리거나 기존 언론팀 활용하거나…로펌별 대응 '제각각'

새 규제 대응에 방점을 찍은 곳은 태평양과 율촌이다. 태평양은 7·7법 시행에 맞춰 지난 7월 '온라인 콘텐츠 규제 대응 TF'를 꾸렸다. 박 그룹장이 총괄하고 방송통신·미디어부터 개인정보보호, 행정규제, 송무·형사까지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한다. 율촌은 방송통신·플랫폼·개인정보·AI 등으로 나뉘어 있던 역량을 하나로 묶은 '통합 TMT센터'에서 대응한다. 두 곳 모두 언론사만이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전반의 규제 대응을 아우르는 구조다.
실제 자문 수요도 언론사보다 플랫폼 쪽에서 먼저 나타났다. 태평양 관계자는 "가짜뉴스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적 기준과 실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신고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절차 및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데 법률 자문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국내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은 KISO를 통해 관련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하고 있어, 개별 사업자 차원의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한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의 문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광장과 세종은 기존 언론 분쟁 대응 역량을 그대로 활용한다. 광장은 변호사 13명 규모의 언론팀이 손해배상·언론중재부터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사건, SNS 관련 자문까지 맡는다. 김동하 광장 변호사는 "7·7법 시행 이전에도 10여 년 넘게 언론사 보도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해 왔다"고 했다. 세종은 별도 전담팀 없이 사안이 생기면 언론중재·명예훼손 등 업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언론사 출신 고문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세종 관계자는 "명예훼손, 언론중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업무를 경험했던 전문가, 변호사, 고문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앤장은 지난 7월 개정법과 시행령 내용을 정리한 해설자료를 냈지만, 전담팀 구성 여부와 언론사 대상 자문 현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7·7법은 플랫폼이 1차로 판단하고 법원이 최종 책임을 가리며, 방미통위가 이를 감독하는 구조다. 다만 언론사 기사는 7·7법에 따른 플랫폼의 삭제·차단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법 적용의 실질적인 기준은 결국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7·7법이 언론 현장에 어떤 무게로 다가올지도 고의와 공익의 경계를 가를 첫 판결이 나온 뒤에야 가늠될 전망이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