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성북구립미술관은 20일 서세옥·서도호 부자 첫 동반전을 개막했다
- 두 작가는 성북동 한옥 무송재를 매개로 예술과 기억의 관계를 조명했다
- 성북아트위크는 11월 1일까지 역사·문화공간과 동시대 예술을 연결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최만린·박병욱 2인전, 최순우옛집의 최인수전도 눈길
-옛집·성곽에 예술 입혀…성북구 곳곳서 11월 1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한국 수묵추상의 개척자 서세옥 화백(1929∼2020)과 지구촌을 누비며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64) 부자가 첫 동반 전시를 펼친다. 아버지와 아들의 작품이 나란히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북동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서세옥 화백은 1970년대초 성북동 언덕에 고아한 한옥을 지었다. 그리곤 그 공간을 사유하고 자연을 관조하며 수많은 그림과 시를 남겼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성북동에서 자란 서도호 작가는 '사유와 기억의 공간'인 성북동 한옥이 작업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생전에 서세옥 화백은 성북동 인근에 사는 화가들과 함께 성북구립미술관을 만들자고 제안해 초대 관장까지 지낼 정도로 미술관에 애정을 보냈다. 바로 그 미술관에서 서세옥, 서도호 부자가 함께 전시를 연다.

성북구립미술관(관장 김보라)은 '제1회 성북아트위크'를 주축이 되어 펼치면서 서세옥, 서도호 부자의 합동전을 10월 20일 개막했다. '성북아트위크'는 성북구립미술관을 비롯한 성북구 일대의 미술관과 옛집, 기념관, 갤러리들이 연대해 펼치는 지역밀착형 특별 프로젝트다. 지난 10월 20일 개막해 오는 11월1일까지 이어지는 제1회 성북아트위크는 성북구에 남아 있는 역사·문화 공간과 예술 공간을 무대로 진행된다.
7건의 특별·기획전시와 11건의 역사문화예술 공간 프로젝트, 성북구 내 22개 미술기관의 네트워크 전시가 동시에 열려 늦가을 성북동 일대를 활기로 불어넣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장소에 깃든 기억을 예술로 되살리자는 취지의 성북아트위크의 올해 주제는 '집: 이어진 숨결'이다.

그 중에서도 성북동 한옥을 매개로 서세옥, 서도호 두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는 이번 아트위크의 핵심전시이자 가장 주목되는 기획이다.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오는 12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세옥이 성북동에 목수와 함께 직접 지은 한옥 '무송재'와 그곳에서 싹튼 예술세계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살펴보며, 아버지의 삶과 작업을 기억하는 서도호의 탁본 프로젝트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람을 가리키는 '인(人)'을 켜켜이 쌓아올린 서세옥의 대표작 '인간' 연작과 문인화, '남향집, '동네' 등이 나와 거장의 면모를 다각도로 음미할 수 있다. 또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성황리에 대규모 개인전(내년 2월9일까지)을 열고 있는 서도호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서세옥의 수묵화 '인간' 옆에, 아들 서도호의 실 드로잉 '카르마' 연작이 나란히 걸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한 두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또 서세옥이 담벼락에 직접 도안한 전통문양과 사람의 손길이 가장 자주 닿는 문고리를 탁본하며 장소에 깃든 세월의 흔적을 보듬은 서도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 작업은 건축물 전체를 옮기던 작가의 시선이 집 안팎으로 세심하게 옮겨지며 한층 정교해졌음을 보여준다.
서세옥이 일군 공간의 표면을 문지르는 이 탁본 프로젝트를 아들은 '러빙/러빙(Rubbing/Loving)'이라 명명했다. 대상을 문지르는 행위(Rubbing)가 곧 애정을 쏟는 것(Loving)과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성북동 한옥이 서세옥에게는 삶과 예술이 나란히 공존하는 사유의 장이자, 서도호에게는 세월을 건너 그 기억과 교감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성북동 정원의 석조물을 입체로 탁본한 2026년 신작도 나왔다.

전시장에서 만난 서도호는 "아버지의 작품과 함께하는 좀 더 큰 전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그 전시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제 관심사와 아버지의 관심사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으니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북구립미술관 앞의 거리갤러리에서는 조각가 정보원의 대형 작품 '산책'(2026)이 관객을 맞고 있다. 묵직하고 단단한 금속판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게 만든 이 조각은 두점이 연작이다. 하지만 작가는 '산책' 두점을 맞닿게 하지 않고 일부러 거리를 두고 떼어놓았다. 거리갤러리를 찾은 감상자들이 두 점의 작품들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며 조각과 대화하고 사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보원 작가는 거리갤러리 벽면에 금속 부조 작업도 설치했다.

▲최순우옛집부터 심우장까지,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잇는 공간프로젝트
성북은 1930년대부터 이태준과 한용운, 김용준 등이 성북동에 거처를 마련하며 문인과 예술가가 모여드는 터전이었다. 이들이 머물렀던 집과 작업실은 오늘까지도 보존돼 이어지고 있다. 올가을 시작된 '성북 역사문화예술 공간프로젝트'는 성북의 역사문화유산 11개 장소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축적된 역사와 기억을 동시대 예술로 환기시키는 기획이다. 각 장소에 동시대 작가를 매칭해 장소의 명칭과 뜻, 역사와 흔적에서 영감받은 동시대 작품을 연결하는 전시를 구성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평소에 쉽게 방문하기 어려웠던 공간을 찾아 성북동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고즈넉한 장소의 여유로움과 동시대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2026 성북아트위크' 기간에만 예외적으로 공개하는 성북동 별서를 비롯해 성북동의 역사적 장소를 활용한 공간프로젝트는 11월 1일까지 진행되며, 한양도성에 설치된 정현의 작품은 2027년 4월까지 관람할 수 있다.

최순우 옛집에서는 최순우의 영향으로 청년시절부터 다양한 유물을 접해온 작가 최인수의 작품이 나왔다. 재료 본연의 물성을 살린 단순한 형태의 조각은 관람자가 시간을 들여 공간을 바라보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열린 여지를 남긴다. 본채 내부의 동선을 따라 이정표처럼 놓인 덤덤한 조각과 맑은 드로잉들은 뒤뜰과 본채 앞 전시실까지 이어지며, 한옥의 구조와 여백에 맞춤하게 어우러진다.
성북회화연구소 터와 승설암 터, 장승업 집터는 '장소-기억' 작업을 이어온 이연숙이 맡았다. 성북회화연구소 터에서는 '그리는 행위'와 그로 인한 손길을 연상하는 형상을 배치해 과거 화실에서 오갔던 수많은 시선과 행위를 시각화했다. 이연숙은 승설암 터와 조선후기 화가 장승업(1843-1897)이 말년에 거주한 집터를 다시 '그리는 행위'의 흔적이 남은 곳으로 주목했다. 유리창에 붙은 홀로그램 필름은 이 공간에 서린 과거의 기억과 마음을 현재의 장면과 부드럽게 오버랩시켰다.
조선시대 왕비가 누에치기와 명주 생산의 풍요를 기원하며 양잠의 신을 모셨던 선잠단지에는 섬유로 만든 조형물로 새로운 공간 실험을 지속해 온 신예선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두 개의 홍살문 사이 공간을 가느다란 명주실로 감싼 작업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소멸해간다.

성북동 별서는 조선말기 문인 황윤명(1844-1916)이 만든 조선시대 전통정원의 원형을 지닌 특별한 공간이다. 성북아트위크를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하는 이 장소는 당대 문인의 교류공간으로 그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명승 제118호로 지정됐다.
별서에는 2025년 화재로 일부 소실된 송석정이 있는데, 작가 한성필은 이 송석정에 주목했다. 화마로 타버린 송석정 전면에는 한성필이 수묵채색화로 재현한 송석정 가림막이 설치됐다. 상처를 입은 송석정과 작가의 채색 가림막, 조선시대 원형을 간직한 정원의 대비가 돋보인다.

1396년 축조 이후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를 견뎌온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조각가 정현의〈서 있는 사람〉7점이 설치됐다. 시대별로 다른 축성 방식과 성돌의 흔적을 간직한 성벽은 오랜 시간 열차의 무게와 진동을 묵묵히 견뎌낸 정현 작가의 침목 조각과 마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쓰임과 역사를 지닌 두 물질은 인고의 시간을 조용히 견뎌온 존재의 강인함과 빛나는 존엄을 드러낸다.
정현은 "기차의 무게와 진동, 비바람을 견뎌온 침목에는 기름 때와 찍힌 자국이 켜켜이 남아있다. 그런데 잘 겪은 시련은 힘이 있고, 참으로 아름답다"며 "오랜 시간 백성들을 지키기위해 버텨온 도성과 온갖 시련을 견딘 침목의 시간이 맞닿아있어 <서있는 사람들>의 장소로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시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이 말년을 보낸 한옥인 성북동의 심우장은 여러 문인과 독립의 염원이 모였던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 이우성은 심우장에 깃든 염원에, 음악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노래하는 마음으로〉를 제작했다. 또한 잃어버린 소를 찾아나서며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심우도〉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뒷편 기와담장에 늘어놓았다.
심우장 잎마당에는 사전워크숍 '소 찾으러 가자!'를 통해 제작된 흰 돌 설치작업이 전시 기간 동안 관객의 참여를 통해 이어진다.

조각가 최만린(1935∼2020)과 박병욱(1939∼2010)의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는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선후배인 두 사람은 최만린이 직접 설계해 거주하던 정릉집을 인연으로 서로 연결된다. 최만린은 1965∼1980년 이 집에서 생활하다 지금의 최만린미술관 쪽으로 이사했고, 박병욱이 이를 물려받아 2010년 작고 때까지 거주했다.
이번 2인전에서는 최만린이 정릉집에 거주하면서 만든 추상조각 10점과 드로잉 작품이 나왓다. 또 후배작가 박병욱이 정릉집에 머물며 만든 구상조각 15점이 선배의 작품에 화답하고 있다.
최만린은 동양사상에 기반한 간결한 추상 조형을 모색했고, 박병욱은 인체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했다. 한 공간에서 출발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집이 창작의 터전이 되고, 서로 다른 조형언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정릉집 모형과 사진, 도면, 인터뷰 영상 등이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공개된다.
한편 고려대학교박물관에서는 우성 변시지(1926-2013)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가 열린다. 제주 태생인 변 화백은 1957년 일본 유학이후 성북구 돈암동에 거처를 마련해 '변시지 화가의 집'을 중심으로 18년간 창작활동을 이어갔고, 이후 제주에서 특유의 황톳빛 작품을 선보였다.
성북동의 삼청각은 1970~1980년대 주요 국빈 접대와 정치회담이 이뤄졌던 곳이다. 2000년 서울시 문화시설로 지정돼 전통문화공간으로 단장해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청각에는 콜라주작업에서 디지털 콜라주, 설치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유나얼의 장소특정적 작업이 설치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을 가로지르는 자연의 질서를 사적인 기억과 경험, 신앙과 존재에 관한 사유로 탐구한 작품이다.
권진규아틀리에는 각기 다른 시간에 이 장소를 창작레지던시로 활용했던 작가 김정은, 서예석, 전지인, 허나영이 꾸몄다. 도시의 경로와 기억과 공간, 신체, 기억과 보존 등 각기 다른 주제이나 보이지않는 움직임과 흐름을 저마다의 작법으로 재해석했다.

▲작품구매부터 창작공간 탐방까지, 성북의 예술을 폭넓게 경험
성북 전시공간이 추천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성북아트페어'도 열린다. 10월 25일까지 공유서가 사서고생에서 작가 21명의 작품 총 60점을 전시한다. 10월 24일 오후 1시부터 성북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창작과 교류를 지원해온 공간형 HAUS, 명륜동 작업실, 루키백(LOOKEY BAIK)을 둘러볼 수 있는 오픈레지던시도 개최된다.
성북아트위크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성북아트위크 루프버스〉를 이용하면 좋다. 2026 성북아트위크의 주요 전시 공간을 연결하는 순환버스로, 성북동부터 정릉, 장위, 안암까지 11개 정류소를 잇는다. 널 위한 99티켓에서 구매(5000원)할 수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김보라 관장은 "2026 성북아트위크는 성북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예술의 자산을 동시대 예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며, 지역 곳곳에 자리한 보존공간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전시장을 넘어 성북의 집과 정원, 역사적 장소를 실제로 거닐며 과거와 현재, 예술과 일상이 맞닿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