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세종시는 9일 ‘세종과 남준’ 특별기획전을 개막했다
- 전시는 세종대왕과 백남준의 혁신·소통·협업을 조명했다
- 문헌과 과학기구, 백남준 작품 등 90여 점을 11월 8일까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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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세종대왕과 백남준은 닮은 꼴일까? 맞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세종과 백남준은 타고난 혁신가이자 발명가다. 지적 호기심이 남달랐고,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유연한 사고방식과 실행력을 지녔다. 경직함을 피하고, 부드럽고 위트가 넘쳤다.

조선 4대 국왕 세종과 20세기 예술가 백남준은 비록 530년이 넘는 시차를 둔 인물이지만 오늘 두사람이 만났다면 서로를 알아보며 바로 의기투합했을 것이 분명하다. 세종대왕과 백남준을 예술로 묶은 전시가 한글문화도시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에 '제1회 세종한글비엔날레'를 앞두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조상호)가 지난 9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2026 한글문화특별기획전3 《세종과 남준》'의 막을 올렸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박영국)이 주관해 내달 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가갸날'(한글날의 전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고, '2027년 제1회 세종한글비엔날레'를 미리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획팀은 500여 년의 시차를 넘어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창조적 혁신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세종대왕과 백남준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했다. 세종대왕 시대의 문헌과 유물, 백남준의 작품 등 총 9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는 ▲1부 '소통, 한글과 비디오 아트' ▲2부 '협업, 집현전과 플럭서스' ▲3부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예술' 등 3개의 소주제로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이어진다. 공모를 통해 내년도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박미화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는 내년 비엔날레가 어떤 방향성을 띄고, 어떻게 기획되어야 할지 모색해보는 신호탄적인 자리"라고 밝혔다. 또한 박미화 예술감독의 역량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기획전의 첫머리인 '소통, 한글과 비디오 아트'는 세종의 한글창제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의 핵심 가치를 조명하는 공간이다. 일평생 '애민정신'을 가슴에 품고 백성들에게 쉽고, 지극히 과학적인 문자시대를 열어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해례본>과 새 문자의 실용성을 실험한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의 문헌이 나왔다. 이를 통해 수백 년의 역사를 거슬러 세종대왕의 비전과 숨결을 살필 수 있다.
백남준의 첫 작품은 세종대왕을 표현한 비디오 아트 <세종대왕>(1998)이다. 이 작품은 세종의 <훈민정음해례본> 등과 나란히 한 공간에 놓였다. 또 전자시대의 테크놀로지를 예술로 승화한 백남준의 주요작품인 <TV 부처>와 <태내기 자서전> 등이 나와 거장이 창안한 비디오아트의 기본개념과 미학을 헤아리도록 했다.

특히 1부에서는 두 시대의 리더인 세종대왕과 백남준의 사상과 이념의 근간이 되는 '독서의 세계'를 특별코너로 조성했다. 청년 세종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백독백습한 <구소수간>, <초사>, <대학연의>, <자치통감>, <근사록>, <양휘산법>같은 고서들이 전시되고 있다.
백남준 또한 뉴욕에 거주하며 매일 여러 개의 일간지를 필독했던 '저널 탐독가'였다. 1부에서 백남준의 이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뉴욕 타임즈>를 시작으로 <미디어의 이해>, <즐거운 학문>, <형이상학 강의>, <영구평화론>, <모래의 책>, <사이버네틱스> 등 그의 예술세계에 지대한 영감을 준 서적들이 전시돼 백남준 예술이 사유의 결과물임을 알게 한다.

아울러 현대미술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류재하 작가의 대형 영상 설치작품이 이 공간에 함께 나왔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은 시공간을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종대왕과 백남준을 향한 현대 예술가들의 깊이 있는 오마주를 전달한다.
2부 '협업, 집현전과 플럭서스'에서는 세종대왕과 백남준 모두 협업을 중시했던 인물임에 기반해 전시를 풀어나갔다. 두 인물의 협업이 이루어낸 성과와 그 기저에 흐르는 인간애의 공통점을 조명한다. 조선시대 학문과 국정운영의 산실이었던 집현전은 세종대왕이 늘 곁에 두고 있던 최고의 싱크탱크였다. 세종 당대의 모든 학문 연구과 기록문화의 중심에 집현전이 있었다.

백남준 역시 '모든 일상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반권위주의적 '플럭서스(Fluxus)'에서 비디오 아트의 사상적 기반을 다졌다. 그는 플럭서스 멤버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자신의 예술적 실험을 거침없이 실천으로 옮겼다.
여기서는 세종대왕 시기 및 후대까지 이어지는 문헌들인 <농사직설>, <향약집성방>, <증수무원록>이 전시돼 있다. 이와함께 <측우기>, <혼천의>, <간의> 등의 과학기구도 나왔다.

2부 전시실에는 이를 배경으로 세종대왕의 주변 인물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홍순명 작가의 유화 <주변인> 시리즈가 나란히 걸려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짝을 이루는 백남준의 작품으로는 그가 플럭서스 멤버로 활동하던 시기에 개최한 1963년의 독일 부퍼탈 전시 사진 판화 연작 <1963시리즈> 20점과 그의 예술적 동반자였던 요셉 보이스를 추모한 설치작업 <보이스 복스>가 소개된다.
3부,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예술'에서는 과학과 인문, 예술, 그리고 동서양의 공간적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하나로 연결한 두 거장의 철학을 다룬다. 중국의 악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재료로 자주적인 악기를 만들고자 한 세종대왕은 왕세자 시절 글과 학문을 가르쳤던 스승 박연(朴堧, 1378-1458)에게 지시해 국악기 <편경>과 <편종>을 만들었다.

오늘날 이를 완벽히 재현한 김현곤 악기장의 <편경>, <편종>이 백남준의 <TV 첼로>와 나란히 전시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백남준의 대표적 비디오 아트 <글로벌 그루브>와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상영해 전자시대를 맞아 지구촌의 소통을 도모했던 그의 실천적 예술세계를 살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8일까지 이어지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주말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시민 도슨트의 전시 해설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2시와 4시,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0월 23일에는 비엔날레 사전 워크숍 '귀로 본 것, 눈으로 들은 것'이 지역 예술가 및 시민들과 함께 한글상점에서 열린다.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 '한글 사맛디'도 두 차례 진행된다. 먼저 10월 21일 박연문화관에서는 일본 국립신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유키 카미야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인혜가 참여하며, 10월 28일에는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패트릭 플로레스가 참여해 한글과 동시대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담론을 나눌 예정이다.
박미화 예술감독은 "이번 기획전은 2027년 세종한글비엔날레를 앞두고 세종대왕과 백남준이라는 두 거장을 문자와 전자시대의 '미디어'를 중심으로 조명해보는 자리로 꾸몄다"며 "두 인물의 발자취를 통해 소통과 협업, 확장의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영국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에 한글 문화도시 세종에서 개최되는 이번 특별전은 2027년 세종한글비엔날레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료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