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세계 각국 74팀 81명이 9월 30일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열었다.
- 성산아트홀·진해역·마산어시장 등서 공명장 주제로 펼쳤다.
- 조각의 도시 창원의 역사·일상과 작품이 맞물려 울렸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창원 도심과 진해역,마산어시장까지 연결
조각의 과거와 현재,인간 삶과 기억 탐색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독보적인 문신(1923~1995)과 김종영(1915~1982)이란 뛰어난 조각가를 배출한 '조각의 도시' 창원. 그 도시 창원에 조각비엔날레의 물결이 가득찼다. 서로 다른 존재들간의 '공명장'을 주제로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가 9월말 개막했다.
오는 11월 15일까지 47일간 개최되는 창원조각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74팀 81명의 작가가 다양한 작품을 쏟아냈다. 이에 창원 도심과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까지 다종다기한 조각과 영상, 사운드아트, 평면작품 등이 넘실대고 있다.

창원특례시와 (재)창원문화재단은 지난 9월 30일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Resonance Field)을 개막했다. 원래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010년 열린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이 모태였다. 마산 출신의 세계적 조각 거장 문신을 기리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최한 후, 2012년부터는 조각비엔날레로 바꿔 창원조각비엔날레가 태동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동시대 조각담론과 국제 조각의 흐름을 짚어보고 담아내는 아트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창원문화재단 김사숙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도시 창원'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공명하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해마다 본전시가 열리는 성산아트홀을 제외하고는 개최장소를 새로운 곳으로 물색해왔다. 올해는 성산아트홀을 비롯해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 등이 그 무대가 됐다. 또한 올해는 비엔날레 최초로 한국인 감독과 외국인 감독 2인이 공동으로 기획을 맡아 조혜정과 장쥔(Jiang Jun)이 공동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황인 추진위원장은 "통영, 마산, 창원, 김해, 진해로 이어지는 남해안 리아스식 해안은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심문섭(통영), 문신, 박종배(이상 마산), 김종영(창원), 김영원(김해), 박석원(진해) 등을 배출한 곳이다. 마진창이 통합된 창원은 우리나라 조각의 본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며 "올해로 8회를 맞는 비엔날레의 주제는 '공명장'이다. 공명은 두 사물의 파장이 완벽하게 일치할 때가 아니라, 약간의 어긋남으로 존재할 때 오히려 관계와 소통의 따뜻한 깊이가 발생한다. 이는 올 비엔날레의 지향점이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조각으로 공존의 가능성 탐구
'공명장'을 주제로 한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이 인간과 세계가 공명하는 장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조각은 미술이기 이전에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어온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였다. 이 때 '공명'은 단순한 화합이 아니라 인간과 물질, 작품과 장소, 서로 다른 기억과 시간이 다양한 결을 만드는 '울림'을 가리킨다.
조혜정 장쥔 예술감독은 본전시와 특별전 Ⅰ·Ⅱ를 기획하며 '공명'으로 수렴하는 각기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조혜정 감독이 기획한 '조각 이전의 조각'은 공명의 조건이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반면에 장쥔 감독이 기획한 '창원조각아틀라스'는 공명이 지속되는 구조를 탐색하는데 집중했다.
조혜정 감독은 '조각 이전의 조각'에서 조각이 근대 서구미술 안에서 독립된 장르로 제도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어온 삶의 방식이었다는 데 주목했다. 전시는 김윤신, 심문섭, 마더성, 박석원, 정관모, 잔왕, 주밍 등 동아시아 주요 작가의 작업을 깎기, 비우기, 묶기, 쌓기와 같은 원초적 조형행위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각이 본래 신앙과 의례, 공동체의 기억과 일상 속에 존재해 왔음을 환기하고, 미술의 제도와 장르를 넘어 삶과 관계의 자리에서 조각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이 파트에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작가인 주밍의 대표작 '태극' 연작과 70년간 조각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조형세계를 올곧게 밀고나간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 형태를 앞세우기 보다 재료의 속성에 주목하며 분절과 접합을 꾀하는 박석원의 대표작 '적의' 등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또 모가미 히사유키(1936~2018)의 나무로 제작한 작품 'Wood'는 입체와 선이라는 관점에서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묵직하고도 유연한 작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장쥔 감독이 기획한 '창원조각아틀라스'는 올해 출품작과 역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공공조각을 위치정보로 연결하는 맵핑(Maping)형 디지털 아카이브이다. 작품의 위치를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원의 역사와 지리, 문화적 맥락 속에서 조각을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부 참여 작가들은 창원 현장 리서치에서 발견한 장소의 특성과 키워드를 바탕으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작품과 도시 곳곳에 놓인 기존 조각의 흔적을 동시에 살피면서, 도시와 우리의 삶이 맺어온 관계를 인식하도록 이끈다.

▲전통 문화와 근대 역사, 삶의 현장이 작품과 교차하는 전시
두명의 예술감독은 항만과 시장, 군항과 철도, 산업과 계획도시의 서로 다른 역사와 풍경을 지닌 창원의 장소성을 전시의 주요한 축으로 삼았다. 본전시 '공명장'은 성산아트홀,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 등 창원 전역의 4개 권역에서 열리고 있다.
이에 전통문화와 근대의 역사, 시민들의 일상이 살아숨쉬는 공간에 비엔날레 출품작이 놓이면서, 서로 다른 시간과 삶의 풍경이 혼재한다. 관람객은 도시 곳곳을 옮겨다니며 작품과 장소가 서로 밀고 당기며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수자 작가를 비롯해 페드로 레이예스, 마날 알도와얀, 류젠화 등 국내외 작가들이 도시 곳곳에, 실내외에 저마다의 작업을 풀어놓았다. 특히 진해역의 이제는 화물열차만이 드물게 오가는 기다란 철로변에 검은 벽돌을 층층이 쌓아올린 김수자의 그리드 작업은 독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라는 이 장소특정적 작업은 철길이 지닌 선형구조에 전돌의 반복된 리듬이 서로 조응하며 고즈넉한 풍경과 조각이 미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이처럼 조각들은 창원의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놓이면서 주변 환경과 사람, 도시의 기억과 관계를 맺으며 변형되고 진동하고 있다. 조각이 지닌 물질성과 신체성, 무게와 촉각은 이미지와 데이터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교차하는 오늘날 어쩌면 더욱 중요한 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던져준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 전체의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참여시켜야 하는 국제비엔날레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또 일부 작가 중에는 설익은 작품을 출품한 예도 있어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작품간 편차가 있는 것도 문제로 다가온다.
▲조각에 대한 두 가지 방법론, '공명'이 발생하는 성산아트홀
창원 도심의 성산아트홀은 본전시와 두 건의 특별전이 함께 펼쳐지며 이번 비엔날레의 중심 전시장이다. 조각의 물질성을 탐구하는 작업부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로 확장되는 작품까지,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만나 공명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성산아트홀 로비에 설치된 페드로 레이예스와 아티스츠 어게인스트 더 밤의 핵구름을 연상하게 하는 대형 작품은 핵무기 폐기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아티스츠 어게인스트 더 밤은 멕시코 작가 레이예스가 국제핵무기폐기운동(ICAN)과 협력해 전개하는 예술 프로젝트다. 전시에서는 '핵무기 제로 I'(2021)과 '지구 종말 시계'(2022)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핵 위협을 조형적 형상과 시간의 언어로 가시화하고, 이를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고려하고 응답해야 할 현실의 문제로 끌어오고 있다.
중국 작가 정다의 신작 '생리적 반응3: 창원 프로젝트'는 창원 도시의 움직임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창원 시내 세 곳에 설치한 센서로 바람의 변화를 실시간 측정한 후 전시장 안의 소리로 변환한 일종의 사운드 설치작품이다. 각기 다른 장소의 소리가 만나는 공간에서 도시를 신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성산아트홀 메인 로비에 상설전시된 백남준의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 '창원의 봄'(2000)을 오마주한 작업도 나왔다. 정성진의 '이합군상 Ⅱ'(2026)는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의 형상을 분해하고 재결합해 하나로 완결되지 않는 군상을 구성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서사를 지닌 파편들은 하나의 이상적인 신체로 수렴하지 않고, 각자 차이와 흔적을 간직한 채 충돌하고 공존한다.
한요한과 박가인의 신작 '창원을 봄'은 백남준의 '창원의 봄'을 출발점으로 영상과 사운드, 일상적 사물을 결합해 도시의 화려한 표면 아래 감춰진 감각과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몸을 닫힌 형상으로 표현하기 보다, 서로 스며들고 통과하는 형상으로 표현해온 신제헌은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에 여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작가는 폴리우레탄과 레진, 종이반죽, 콩테 등에 남은 촉각적 흔적을 통해 신체를 고정된 윤곽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분절되고 결합되는 감응의 덩어리로 다루고 있다. 기둥처럼 솟은 구조와 내부의 빈 통로는 관람객을 작품 사이로 슬쩍 끌어들인다. 좌대에 함께 놓인 조각들은 감정이 서로 다른 크기와 밀도로 갈라지며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역사적 흔적과 결합한 조각,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2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창원의집 앞마당에는 상하이를 무대로 활동하는 딩이의 신작 '성수비(星宿碑)'가 길게 누워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十'자 기호와 별자리 형상을 검은 비석에 결합한 작품으로, 조각 속 십자 기호와 반사 표면에 담긴 하늘과 구름, 땅과 관람객 모습이 교차하고 응집하며 또다른 장면이 전개된다.
조소희는 창원역사민속관 누각에 가는 실을 반복적으로 연결해 만든 원형 설치작품 '…어디…'(2020)를 선보인다. 실의 구조는 공간을 가득 채우기보다 빛과 공기, 시선이 드나드는 여백을 남긴다. 수작업으로 이룬 노동집약적 시간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창원의집 누각에 설치한 마날 알도와얀의 신작 '내 말을 들어줘'(2026)는 말하기와 듣기의 관계를 질문한 작품이다. 황동으로 제작된 거대한 입술 형태의 조각을 두드리면 나는 소리와 울림은 말하기와 침묵, 발화와 응답의 문제를 환기한다. 하지만 이같은 테마를 너무 직설적, 단선적인 입술조각으로 표현한 데다 한옥누각과도 잘 조응하지 않아 작품의 완성도와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심문섭, 김수자의 신작 공개, 진해역 일대와 마산어시장
진해역은 이번 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이 앞다퉈 작품을 설치하고자 한 무대다. 군항과 근대 철도, 이동과 통신의 시간을 품은 옛 진해역은 작품을 품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수자의 신작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는 오랫동안 직조와 바느질, 보따리작업을 탐구해온 작가의 '위빙(Weaving)' 개념을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직조와 건축, 회화를 관통하는 조형원리인 그리드(Grid)를 벽돌의 반복적인 배열과 축적으로 구현해 진해역 낡은 철길의 선형 구조와 리듬에 조응하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고 머무르며 조각과 건축, 장소가 관계맺는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심문섭의 공간 설치작품 '반추'는 바다의 기억을 품은 배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던 옛 역사로 위치이동을 꾀한 흥미로운 작업이다. 나전 기법으로 제작한 화려한 자개장을 마치 돛처럼 설치한 나무 배의 물성은 작품을 만드는 단단한 물질의 시간을 드러내며 진해역과 부드럽게 조우하고 있다. 관객은 그 도도한 시간의 흐름, 모두의 삶의 여정을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진해역 인근 진해문화플랫폼 지하 전시실을 꽉 채운 김진아의 작품 '원 오션' 또한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작가는 녹색의 맥주병을 고온에서 용융한 뒤, 다시 압착해 직사각의 유리벽돌과 꽃잎처럼 결이 살아있는 입체로 재구성했다. 그리곤 이 유리 오브제 112점을 지하층 전시공간에 열과 오를 맞춰 설치했다. 녹색의 유리조각들 사이로 진해와 칭다오, 서아프리카 베냉의 항구도시 코토누에서 채집한 파도소리가 사운드아트로 조용히 울려퍼진다. 서로 다른 세 지역의 바다에서 채집한 파도소리는 기억을 잇고, 바다를 매개로 각기 다른 지역의 역사와 경험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 있다.
마산어시장에 자리한 유수진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2026)는 창원 거주 외국인 인구통계에서 착안해 국적별 인구 비율에 따라 약 1000개의 통조림을 작은 섬처럼 구성했다. 관람객이 통조림을 가져가고 채워넣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비율은 무너지고,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