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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⑫의회정치 언어로 들여다 본 일본 민주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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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2001년 개혁 없이는 성장도 없다며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 그는 불량채권 처리와 민영화로 관료·기업·정치권의 기득권 해체를 시도했다.
  • 그러나 양극화와 지역 붕괴를 키워 2009년 정권교체의 배경을 만들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성장 이후의 일본 - 위기, 안보, 개혁 그리고 강한 일본의 귀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개혁 없이 성장 없다"

1990년대 후반 의회를 뒤덮은 개혁의 열망은 바로 이 뼈아픈 정치적 표류와 잃어버린 10년의 복합 불황이 빚어낸 산물이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자산 가치는 폭락했으나 기업과 가계에는 막대한 부채가 그대로 남았다.

번 돈으로 설비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대신 오직 빚을 갚는 데만 매달리는 대차대조표 불황이 경제를 집어삼켰고, 야마이치 증권과 홋카이도 타쿠쇼쿠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이 연쇄 파산하면서 신용 경색의 공포가 열도를 뒤흔들었다. 회생 불가능한 한계 기업을 정리하지 못한 채 금융권이 불량채권을 떠안고 연명하는 사이,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 빙하기 속에서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형 발전국가 시스템을 새로 정비해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성공을 이끌었던 관료 주도형 체제 자체를 해체할 것인가. 의회는 연일 격론으로 들끓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사진=NHK 캡처]

고이즈미 내각 출범 직후인 2001년 5월 9일, 제151회 국회 중의원 본회의(대표질문) 속기록은 이 잃어버린 10년의 늪을 둘러싼 시대적 충돌을 생생히 증언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 由紀夫) 민주당 대표 (대표질문):

"버블 붕괴 이후 지난 10년 동안 자민당 정권이 쏟아부은 100조 엔이 넘는 재정 투입과 대규모 공공사업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수요도 없는 곳에 도로와 콘크리트만을 깔아대며 관료와 특정 업계의 결탁을 지탱해 온 구태의연한 경기부양책이 남긴 것은 천문학적인 빚더미와 금융 마비뿐이었습니다. 관료와 정치인, 기득권 기업의 삼각 카르텔을 온존시킨 채로는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도, 디플레이션 탈출도 결코 이뤄낼 수 없습니다!"

(야당 의석 환호와 박수, 자민당 의석 "무책임한 비방이다!", "지역 경제를 무시하는가!" 고함)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총리대신 (답변):

"종래의 재정 살포형 경기부양책이나 땜질식 대응으로는 자립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10년의 뼈아픈 교훈입니다. 부실을 덮어두고 국가 재정에 기대어 연명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2~3년 내에 불량채권을 단호하게 최종 처리하고, 관(官)에서 민(民)으로, 국가에서 지방으로'권한을 넘기는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결행하지 않고서는 일본 경제의 재생도 미래도 없습니다!"

(여당 의석 우레와 같은 박수와 "옳소!", 야당 의석 "실업 대책 없는 시장만능주의!" 야유)

이처럼 누적된 시대적 갈증과 분노를 가장 극적인 대중 동원의 정치 언어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였다.

2001년 4월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전후 일본 헌정사에서 언어를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다룬 승부사였다. 그는 관료들이 작성해 준 의례적이고 지루한 공문서식 원고를 단호히 내던지고, 대중의 귀에 단번에 꽂히는 한 줄짜리 결정적 단문들을 속기록에 새겨 넣었다.

"改革なくして成長なし。" (개혁 없이는 성장도 없다.)

일본 국회 [사진=로이터 뉴스핌]

2001년 11월 9일 제153회 국회 중의원 본회의 단상, 사자 갈기 머리를 흔들며 단상에 오른 고이즈미 총리는 특유의 단호한 어조로 기존 질서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총리대신:

"지금 일본이 처한 구조적 불황은 과거의 땜질식 경기부양책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 없이는 일본 경제의 재생도, 지속적인 성장도 없습니다!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낼 것입니다."

(여당 의석 우레와 같은 박수와 "옳소!", 야당 의석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라!", "약자 학살이다!" 야유)

이 언어는 이케다 하야토의 성장 담론과 정반대의 궤도를 달렸다. 이케다가 국가와 관료가 마중물을 붓고 대기업을 밀어주면 온 국민에게 성장의 낙수효과가 돌아간다는 팽창의 수사를 구사했다면, 고이즈미는 전후 일본을 번영으로 이끌었던 바로 그 국가·관료·기업의 유착망 자체가 일본의 숨통을 조이는 원흉이라고 단언했다.

2002년 의회 답변에서도 그는 전후 성공 신화에 도취해 있던 경제·재정·행정 시스템의 수명이 다했음을 선언하며 시장 원리의 전면 도입과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따라서 고이즈미의 개혁이라는 단어에는 필연적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 내포되어 있었다. 관료주의의 비효율,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그리고 도로공단과 우정사업의 거대한 이권을 쥐고 흔들던 자민당 내 보수 본류 세력, 즉 요시다 시게루 계통에서 출발한 경세회(経世会), 이후 헤이세이 연구회(平成研究会, 다케시타·하시모토·모테기파)와 굉지회(宏池会, 이케다·오히라·미야자와·가토·호리우치파 등)에 소속된 전통 주류 파벌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단숨에 개혁의 저항세력으로 지목되었다.

절정은 2005년 우정민영화 법안을 둘러싼 정국이었다. 참의원에서 자신의 법안이 부결되자, 고이즈미는 즉각 중의원을 해산하며 반대표를 던진 자당 소속 의원들의 공천을 박탈하고 이른바 자객 후보를 자민당 텃밭에 꽂아 넣었다. 복잡한 정책 논쟁을 '개혁 찬성인가, 저항세력인가'라는 선명한 흑백의 이분법으로 단순화해 버린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사진=NHK]

정치학자 사토 세이자부로(佐藤誠三郎) 등이 정형화했던 자민당 정무조사회와 관료 간의 사전 심의와 막후 절충에 기반한 전통적 합의제 정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이른바 극장형 포퓰리즘 정치 앞에서 흔적도 없이 무력화되었다.

극장형 포퓰리즘 정치란 막후의 밀실 조율과 복잡한 정책 숙의를 배제하고, TV 미디어와 여론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개혁을 위해 외롭게 싸우는 정의의 주인공으로, 기존 관료와 당내 반대파를 개혁을 가로막는 기득권 악당으로 설정해 극적인 대립 드라마를 연출하는 통치 방식이었다.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이를 지렛대 삼아 당내 의사결정 기구와 관료 조직을 단숨에 굴복시키는 새로운 권력 형태였다.

2006년 1월 20일 제164회 국회 중의원 본회의, 고이즈미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 속기록은 이 극장형 정치가 거둔 최종적 승리를 상징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총리대신:

"두려워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겠습니다 (恐れず、ひるまず、とらわれず).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구조개혁의 성과가 민간 수요의 활성화와 불량채권 문제의 종결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여당 의석 전원 기립에 가까운 환호와 박수갈채, 야당 의석 "사회적 양극화는 어쩔 것인가!" 고함)

그러나 개혁 대 저항세력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은 민주주의의 심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반대파를 대화의 상대가 아닌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낙인찍는 언어는 숙의와 타협이라는 의회 본연의 관용을 질식시켰다.

더욱이 구조개혁의 화려한 구호 뒤편에서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지역 경제의 붕괴, 빈곤과 격차 사회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국가 전체가 윤택해진다는 신자유주의적 수사학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일본 사회는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되었다.

"효율성이란 이름의 칼날이 왜 서민의 삶을 먼저 베어내는가." 이 불신과 피로감이 2009년 두 번째 본격적 정권교체의 거대한 동력이 되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2009년 정권교체, 자민당이 아니어도 일본을 통치할 수 있는가

2009년 8월 제45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308석이라는 압도적 과반을 장악하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출범했다. 1993년의 정권교체가 과도기적 정파 연합의 불안한 실험이었다면, 2009년의 교체는 유권자들이 자민당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전국 규모의 단일 대체정당에 국가의 명운을 온전히 위임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역사적 격변이었다.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명제가 마침내 검증대에 올랐다. "야당은 권력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거대한 관료 기구를 통제하며 국가를 경영할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시험대는 가혹했다.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관료 주도에서 정치 주도로'라는 찬란한 개혁의 구호는 거대한 관료제의 보이지 않는 태업과 노련한 저항의 벽에 부딪혀 공회전했다.

결정타는 외교·안보의 무지에서 비롯된 자멸이었다.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2009년 총선 전 하토야마 대표가 공언했던 "적어도 현 밖으로(最低でも県外)"라는 선언은, 집권 후 미일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린 채 8개월 만에 원점인 '오키나와 헤노코(辺野古) 이전'으로 되돌아왔다.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국정 표류는 국회 속기록에 적나라한 '갈지자(之) 행보'의 오점으로 박제되었다.

일본 국회의사당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아카미네 세이켄 (赤嶺 政賢)의원 (2010년 5월 28일, 제174회 국회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총리는 선거 때 '적어도 현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8개월 동안 오키나와 현민과 국민을 농락하더니, 결국 과거 자민당 정권의 안(헤노코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총리의 그 가벼운 말 한마디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입니까!"

기타자와 도시미 (北沢 俊美)방위대신 (정부 답변):

"총리가 과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총리 자신이 오키나와 현지에서 지사와 시장에게 다대한 폐와 혼란을 끼쳤음을 솔직하게 사죄드린 바 있습니다……."

(야당 의석 "공약 사기다!", "총리가 직접 나와 사퇴하라!" 거친 야유와 장내 소란)

정권 출범 8개월 만에 총리 스스로 자신의 간판 공약을 "당의 공식 공약이 아니라 개인적 발언이었다"고 비겁하게 발을 빼는 촌극 속에서 정권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고 침몰했다.

뒤를 이은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 역시 당내 분열과 소비세 증세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통치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권교체의 문을 여는 것과 그 문턱을 넘어 국가를 유능하게 통치해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음이, 의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은 무수한 말 바꾸기와 궤변의 기록으로 입증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현대 일본사 최대의 비극인 동일본대지진과 거대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참사가 열도를 강타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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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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